사슴나무골에서(34): 마라톤과 신앙생활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제가 처음 미국에 유학와서 살던 오레곤 주의 유진이란 도시에는 운동화를 만드는 나이키라는 회사가 이미 30여년 전에 학교 운동장과 도시 곳곳에 달리기 선수들과 조깅을 하는 시민들을 위한 인조 육상 트랙을 설치해 놓아서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건강한 삶을 위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살라자르란 지역 청년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그 유명한 뉴욕마라톤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자 유진이란 작은 도시는 육상과 마라톤의 메카처럼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고 건장한 청년들만 뛰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장애인들까지 조깅코스나 경기장 트랙을 따라 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지역은 늦가을부터 봄철까지 거의 6개월 동안 매일같이 보슬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씨임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꾸준한 운동이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았던 같습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어쩌면 마라톤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예수 믿고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며 시작한 때가 기억이 납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기대와 소망이 충만해서 단숨에 천국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 주님을 향해 뛰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라톤 대회의 출발선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에너지가 넘치고 1등은 자신의 것인 것처럼 당장이라도 출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의욕적인 모습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달리는 코스에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어서 체력이 급히 소진되고, 때론 같이 달리는 선수들끼리 부딪쳐서 부상을 당하기도 합니다.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며, 땀을 너무 흘려 탈진하기도 합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역시 항상 형통하고 순조로울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힘든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믿음도 성장하게 됨을 압니다. 때론 같은 교우들 간의 갈등으로 시험도 들지만 시험을 이겨내면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봅니다.

마라톤 선수들에게 완주를 위해 자신의 체력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데 바로 호흡과 페이스 조절입니다. 인간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풀코스를 전력질주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코로,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입으로 호흡을 하되, 달리는 리듬에 따라서 규칙적으로 합니다. 호흡을 잘못하면 산소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폐와 심장에 금방 무리가 오게 됩니다. 그러면 팔다리를 비롯한 모든 근육에 쉽게 피로물질이 쌓이고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게 됩니다. 페이스 조절은 동일한 체력과 조건을 갖춘 선수들 간에도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42.195km(26마일 385야드)의 긴 거리를 자신의 체력에 맞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리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의 안배와 완급을 조절해야만 끝까지 완주도 가능하고 좋은 성적도 낼 수 있게 됩니다. 중간에 쥐가 나든지 무리가 와서 경주를 포기하는 사태도 피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과 목회사역에서도 영적 호흡과 영적인 완급 조절이 중요합니다. 충동적인 의욕과 열정만으로 임하면 얼마못가서 영적으로도 탈진하고 육신적으로도 지쳐 쓰러지게 됩니다. 자신의 몸을 의의 병기로 하나님께 쓰임받으려면 장거리 마라톤 선수와 같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 때 말씀 묵상과 기도는 가장 중요한 영적 호흡의 역할을 합니다. 헌신했던 교회지도자들이 헌금을 유용하고 한평생 목회에 전념하던 목회자들이 성적스캔들로 실족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그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됩니다. 목회나 교회 사역을 잘하는 분들을 지켜보면 이러한 호흡과 완급조절의 달인들인 것을 알게 됩니다. 전도서에도 보면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때를 보고 완급조절을 잘하는 것이 평생 사역, 평생 목회의 지혜임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올인해서 달릴 때가 있듯이 서서히 준비하며 물러날 때도 알아야 합니다. 성도들을 도전하며 강하게 권면해야 할 때가 있듯이 위로하며 인내와 사랑으로 지켜보며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신앙생활이나 마라톤이나 모두 한 결승점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입니다. 결승점이 가까워질수록 모든 생각과 초점을 모아서 집중하며 달립니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1등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완주하려고 합니다. 최종 결승점인 천국 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예수님을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셔서 착하고 충성된 종에게 주시는 영광의 면류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td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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