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역사교육만이 지침 줄 수 있다

올바른 역사교육만이 지침 줄 수 있다

[“잊지 말자 9.11(Never forget)"은 2001년 테러 이후 미국의 모토가 됐다. 하지만 공동체의 집단 기억이 빚어지는 장소인 학교에서 9.11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고교 사회과목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9.11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는 주는 2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아주 좁은 틀을 통해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NPR(National Public Radio)은 2001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9.11을 가르치기 위한 움직임들을 소개한다(Teaching Sept. 11 To Students Who Were Born After The Attacks Happened).]

2001년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9.11을 직접 겪지 못한 학생들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해야할지 알지 못하는 상태다. “사람들의 삶에서 정말 큰 부분이었지만 저는 그 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그 일에 대해 잘 모르니까 어떻게 생각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매사추세츠 주에 사는 중학생 케일라의 말이다. “쌍둥이 건물이 무너졌다는 것 밖에 몰라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행기가 몇 대가 있었는지 잘 몰라요.” 동급생 조시가 말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그린필드 중학교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거의 가르치지 않았다. 9월 11일이 돌아오면 묵념을 하고, 간단한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학생에서부터 교사, 교직원까지 모두가 주얼 파커 로즈의 소설 “무너지는 탑들(Towers Falling)”을 읽기로 했다.

이 소설은 뉴욕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9.11로 가족의 삶이 달라졌음에도 자신이 사건 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다. 학생들에 따라 영향 받은 정도는 다르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학교 측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토론과 대화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처음에는 9.11이 워낙 민감한 주제라 학부모들이 항의도 걱정이었죠.” 그린필드 중학교 교감선생님의 말이다. 하지만 9.11은 뉴스마다 나오는 단골 주제이니만큼 가정에서도 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린필드 중학교도 미국 전역에서는 드문 케이스다. 대부분의 학교 수업은 당시의 충격과 공포, 현장 구조대원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다루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9.11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연구한 노바사우스이스턴 대학의 셰릴 덕워스 교수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9.11을 맥락 없이, 비역사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2011년에 나온 시민교육정보연구센터(Center for Information & Research on Civic Learning and Engagement)의 보고서 역시 교과과정 내 9.11 관련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2001년 9월 11일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물론, 당시의 공격과 미국의 대응을 둘러싼 논쟁적인 주제들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미9.11기념회(National September 11 Memorial & Museum)는 교육 과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교사연수과정을 증설하고 있다.

덕워스 교수는 교사들이 9.11을 가르칠 때,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애국법과 자유, 이슬람 극단주의와 이슬람공포증과 같이 복잡하고 추한 문제들을 설명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9.11을 둘러싼 복잡성을 학교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선거철마다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마구 떠돌아다니는 현재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덕워스 교수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