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신 애 박사 (시카고 트리니티크리스천칼리지 교수)
우리는 지금까지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한인교회교육을 위한 성경적 기초들(Biblical Foundations), 신학적 기초들(Theological Foudnations), 철학적 기초들(Philosophical Foundations), 역사적 기초들(Historical Foundations), 사회학적 기초들(Sociological Foundations), 심리학적 기초들(Psychological Foundations), 그리고 커리큘럼의 기초들(Curricular Foundations)에 대하여 차례차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위와 같은 논의 범주는 미국 앤도버 뉴튼 신학 (Andover Newton Theological School)의 교수인 저명한 기독교 교육학자 로버트 패즈미노(Robert Pazmino) 저서, Foundational Issues in Christian Education 에 나온 것이며,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감에 있어서 그 “기초적” 자료로서도 이 책에서 중요한 통찰들을 제공받았습니다. 이에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에 대한 직접적 논의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기독교교육의 기초들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원하는 사역자들은 이 책을 공부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줄로 압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기독교 교육의 기초: 복음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기독교교육 입문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원하는 마음이 있으나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불편하시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역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오늘의 이야기에서는 다음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지금까지 논의해온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끝맺음하면서, 우리 사역자들과 함께 고민해볼 현실적인 이슈 한 가지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그 이슈는 바로 여태까지 이야기해 온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들”이 너무나 많고 또한 때로는 너무 이론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들” 위에서 현장의 사역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 벅차고 너무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듯 하며, 또한 그래서 실상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실제 사역이 논의해왔던 기초들 위에 기반하게 되고, 또한 그 기초적 통찰들이 우리의 사역에 녹아지게 되는 일이 사실은 어려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나누어 온 여러 가지 기초들이 우리의 사역에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우리 사역자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다 더 핵심적으로, 그래서 보다 더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게, 그래서 보다 더 현장에서 유용하고 유효하게 그 기초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기초”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훨씬 더 제대로 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오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역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선택과 집중(Discernment and Concentration)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다루었던 다양한 기초들 중 몇몇은 버리고 몇몇만 수용하여 사역을 해나가자는 것이 아니라, 그 기초들을 우리 사역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한꺼번에 다 내면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자의 사역의 장의 형편을 살펴서 순차적으로 내면화 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교육을 위해 기초로 삼아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을 때, 무엇에 먼저 방점을 두고 시작해야 할지를 분별하고 우선적으로 그것에 초점을 두고 그 기초를 다져나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언제나 섬기는 유스그룹(Youth Group)들을 위해 우선은 성경적 기초에 방점을 찍고 출발했습니다. 그것이 사역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기초 중에 기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서히 다른 범주들을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사회학적 기초와 커리큘럼의 기초가 약하다 판단하였기 때문에, 또한 보다 시급히 필요하다 판단하였기 때문에, 이 두 범주에 특히 신경을 쓰곤 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섬기는 지체들과 다음세대들은 이민자들이고, 따라서 그들이 발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와 그 구조, 문화, 그리고 순기능 및 역기능에 대해 반드시 잘 이해하고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해석하도록 도와야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인 교회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사회적 기초가 너무나 약하였기 때문에 이 범주에 신경을 더 쓰고 집중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이것에 대해서는 다음번 이야기인 “한인교회교육을 위한 비평적 사회학 이야기” 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각자의 사역의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초들을 분별하는 것은 우리 사역자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분별을 통해 각자의 목회적 상황에 맞게 다양한 기초들을 재구성하는 것 또한 우리 사역자들의 몫입니다. 누군가 모두에게 다 딱 맞아 떨어지는 쉽고 간단한 한인교회교육을 위한 기초 매뉴얼을 우리에게 주면 좋겠지만, 익히 경험해왔듯이, 우리의 사역은 우리의 현장의 다양성 속에서 우리의 수고를 필요로 합니다. 각자의 토양에 맞는 기초를 다지고 수고를 다하고 나서야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힘들고 외로운 길이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위해 부름을 받았음을 기억하고, 이 거룩한 부르심에 기쁨으로 순종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힘을 주실 것임을 또한 확신하며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핵심적 신념 갖기(Making the Foundations Core Beliefs)입니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함께 논의해온 기초들을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안되며, 그 이해 된 것이 반드시 우리의 실제 사역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탈봇 신학교(Talbot School of Theology at Biola University)의 기독교철학교수인 제임스 포터 모어랜드(James Porter Moreland)는 그의 저서 Love your God with all your mind 에서 인간이 가지는 신념에 대해 3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첫째는 최소신념(Miniaml Beliefs)입니다. 이는 머리로는 이해도 하고 동의도 하고 옳다고 믿고 있지만 행동으로 실천으로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주변적 신념(Marginal Beliefs)입니다. 이는 머리로 이해도 하고 동의도 하고 옳다고 믿고 있지만 행동이나 실천은 최소한으로 나타나고 극히 미미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핵심적 신념(Core Beliefs)입니다. 이는 머리로 이해하고 동의하고 옳다고 믿고 있는 바를 내면화하여 행동이나 실천으로 나타내는 것, 즉 그 믿는 바가 그 삶을 주장하는 그러한 신념을 뜻합니다.
기초가 없으면 그것은 마치 가시밭, 돌밭, 길가에 놓인 씨앗들처럼 우리가 아무리 수고를 하여도 우리의 지체들과 다음세대들을 바른 방향으로 자라게 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없습니다. 기초가 있어야 그것은 마치 옥토에 뿌려진 씨앗과 같이 되어서 우리의 지체들과 다음세대들을 든든하게 세우고 올곧게 자라게 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는 기초들은 진정한 기초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우리 사역자들은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온 한인교회를 위한 교육적 기초들을 내면화하여, 이들을 최소 신념이나 주변적 신념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 신념으로 소유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sinaichung@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