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의 교육학

샬롬의 교육학

이 희 갑 목사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한인 이민교회여! 자부심을 가져라

필자가 예전에 한인 이민교회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가 있었다. 1903년 1월 7,226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일하러 미국에 오는 것이 한국인들의 이민역사의 시작이다. 그해 10월 호놀룰루에 한인감리교회가 최초로 세워지게 되는데 약 11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캐나다 (약 200개의 교회)에 약 4000여개의 한인이민교회가 세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한나라의 이민자들에 의해 약 4천개의 이민교회가 110년 만에 세워지기는 세계 유래가 없는 역사적인 일이다. 하나님은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복을 주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성공의 비결이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 두 가지 이유이다. 첫째,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헌신적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를 위해서라면 논밭, 전토를 팔고, 교회에 뼈를 묻었다. 이는 미국에 이민 온 후에도 계속되었다. 힘든 이민생활 속에서도 그들은 교회를 세우고 교회를 중심으로 살았다. 남들이 골프치고 호텔에서 편하게 지내는 휴가를 취소하고 침낭하나 가지고 잠을 설쳐대며 새벽부터 밤까지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교회 여름부흥회에 다니기를 더 선호하였다. 초대교회의 모습이 구현되었던 것이다. 교회가 곧 삶의 터전이었고 미래의 비전이었고 가정생활의 중심이었다.

둘째로 교회가 차세대의 리더로 세우고 교육을 시키는 학습의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오늘의 조국이 믿음의 지도자들로 가득 찬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미국에 있는 한인 이민교회의 역할임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조국이 일본의 침입으로 미래가 흔들릴 때, 독립군 자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보내준 것도 미국에 있는 한인 이민교회였다. 조국이 미래의 지도자가 없어 구심점이 흔들릴 때 차기 지도자가 성장하도록 배양하는 역할을 한 것도 바로 미국 이민교회였다. 1960년대 이후 조국 근대화의 터전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한국 엘리트들이 미국에 와서 공부할 때, 이들을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믿음으로 이들을 세워주고 이들이 조국에 돌아갈 때 기독교 선교사로 파송한 것도 미국 이민교회의 역할이었다. 바로 이것이 한인 이민교회를 하나님이 크게 사용해주신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런 성공비결을 과거의 향수로만 젖어있어서야 되겠는가? 이는 향후 이민교회 역사를 설계할 때 매우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하나님은 교회의 역할 중 차세대에 대한 비전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우리에게 당부하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가치관 믿음으로 무장시킬 것을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교회의 과업임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회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것 같이 세상은 점점 사악해져가고 기독교교육은 점점 더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차세대 교육의 가치와 방향이 무엇일까? 기독교 가치에 입각해서 건립된 나라가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작금의 현상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지금의 여러 정황들 속에서 유다가 서서히 멸망하고 있는 징후를 보고 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히스기야왕과 요시아왕의 대처 방법을 만년교사로 삼기로 하자.

요시아왕에게서 배우는 교훈

유다왕 제 13대 임금이었던 히스기야는 19명의 유대왕 중에 성군으로 불리워졌던 사람이다. 그는 25세에 왕이 되어 29년간 통치하면서 이방신 숭배를 척결하고, 산당을 철폐하여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게 하였고 모세의 놋뱀을 깨뜨리어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게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가 병들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사야 선지자로부터 듣게 되고 그는 통곡으로 기도하게 된다. 그러자 하나님이 그를 불쌍히 여기시사 15년을 더 살도록 허락하셨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그가 나은 후 교만하게 되고 이를 들은 바벨론 사신들에게 왕궁에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줌으로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이에 하나님은 선지자 이사야를 히스기야에게 보내 그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하였는지를 알게 하고 다가오는 환난과 심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열왕기하 20:17에서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질책한다. “왕궁의 모든 것과 왕의 열조가 쌓아두었던 것을 바벨론으로 옮긴바 되고 왕의 아들들이 바벨론 왕궁의 환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심판에 대해 히스기야는 어떻게 대답하는가? “여호와 말씀이 선하니이다. 나의 사는 날에 태평과 진실이 있을진대 어찌 선하지 아니하리요”(왕하20:18). 무슨 말인가? 그가 말한 여호와의 선하심이란 말은 하나님의 임박한 진노에 대한 걱정과 회개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 심판이 자기 때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안도의 심정에서 하나님이 선하시다고 하는 것이다. 똑같은 사건에 대해 이사야 39:8에는 “당신이 이른바 여호와의 말씀이 좋소이다. 내 생전에는 평안과 견고함이 있으리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당대에 자신의 처지와 성공에만 매달린 사람이었다. 후세들에게 고통이 오든 말든, 그 고통과 심판이 자기 당대에는 오지 않은 것에 그는 감사하고 있다. 성경에 그가 후손들을 위하여 어떠한 준비를 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는 영적 근시를 가진 사람이었고 자신의 신앙이 자신 및 당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위하여는 구구절절이 눈물로 기도했던 사람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후손과 미래를 위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리더는 그러면 안된다. 이사야가 하나님의 말씀을 예언했을 때 그는 그러한 심판이 후대에 내리지 않도록 준비를 했었어야 했다. 모든 부가 곧 바벨론으로 옮겨지고 왕의 후손들이 바벨론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지만 그는 무관심하였고 오히려 그러한 일이 자신 당대에 일어나지 않는데 대해 안도하였다.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불과 100년 이후에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었다. 유다왕 여호야긴 때 바벨론 느브갓네살은 예루살렘의 성전 모든 보물, 왕궁 모든 보물을 집어내고, 예루살렘 모든 백성과 방백, 용사 1만명, 왕의 모친, 아내, 내시, 권세있는 자들을 바벨론으로 잡아갔다(왕하24:13-15). 조상이 잘못하면 그 불행한 열매가 우리 후손이 당하게 된다. 우리의 후손과 자녀들을 위해 아무런 신앙의 유산을 남겨주려 하지 않은 히스기야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럼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데 요시아왕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요시아왕은 유대 16대 왕이므로 히스기야는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된다. 히스기아왕 사후 유다는 이미 쇠퇴기를 겪고 있었고 요시아왕 역시 왕조가 곧 몰락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열왕기하 22:16에 보면 여선지자 훌다가 유다에게 재앙을 내릴 것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그런 풍전등화 같은 위급한 시절에 그는 최선을 다하여 전심으로 종교개혁을 단행한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이미 심판이 임박한 상황에서 그가 뭐를 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럴지라도 요시아왕은 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였다. 그는 모든 사람을 다 초대해서 율법책을 읽었고 듣게 했다. 역대하 34:30, 그는 모든 사람 (유다 모든 사람, 예루살렘 주민들, 제사장, 레위사람들, 모든 백성, 노소를 막론하고)이 오게 했고 왕은 손수 율법책 말씀을 읽었다. 그가 초대한 사람들 중에는 다니엘과 세 친구들도 있었다. 탈무드 기록에 의하면 다니엘은 요시아왕 재임기간 중에 태어나 요시아왕의 개혁정치 도중에 철저하게 말씀의 훈련을 받았다고 나와 있다. 다니엘이 10대 소년으로 바벨론에 붙잡혀 갔을 때 어떠한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은 믿음의 비결을 언제 어떻게 배웠을까? 바로 이때였다. 요시아왕의 개혁정치를 통해 말씀과 경건의 훈련을 이때 철저하게 배웠던 것이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그가 어디를 가든 그를 지탱해준 버팀목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요시아왕의 개혁정치는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성공이라 할 수는 없었다고 평할 수 있다. 혹자는 망하여가는 왕조의 수명을 잠시 붙잡아 놓는 땜질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과연 그런가? 그의 개혁정치를 실패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그의 개혁 때문에 바벨론에서 찬란히 빛나는 다니엘과 세 친구의 역사가 있었고 바벨론 포로생활이후 유다민족은 이때 배운 믿음과 헌신의 경험을 통하여 디아스포라 세계방방곡곡에 믿음을 심는 씨앗이 되었다. 우리는 요시아왕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을 초대했다. 높은 사람들부터 낮은 위치의 사람들까지, 어른들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누가 율법책을 읽었는가? 바로 요시아왕 자신이 율법책을 읽었다. 한사람의 리더가 이렇듯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 교회 리더들, 학부모님들은 이런 믿음을 본받아야 한다. 우리 작금의 상황이 어렵다지만 요시아왕 때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처지가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후손들에게 믿음과 복음을 심어주는데 최선의 경주를 하여야 한다.

위대한 교육자 모세

이점에서 우리는 모세의 용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출애굽기 10:9을 보면 모세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두 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바로에게 간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바로는 어린아이들은 남겨놓고 장정만 가서 예배드리고 돌아오라고 타협안을 제시한다. 모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럴듯한 타협안이었을 게다. 그러나 모세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왜 그랬을까? 모세는 차세대들이 하나님께 함께 예배드려야 한다고 믿었다. 이스라엘 민족 모두 (아이들을 포함해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을 추구했고 차세대들에게 예배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성세대의 과업임을 그는 믿었던 것이다. 모세가 위대한 지도자였다 함은 바로 이런 모세의 교육자적 식견과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교회는 우리 자녀/후손에게 무엇을 남겨놓고 있는가? 갈수록 신앙인으로서 살기 어려워진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후손/자녀들을 향해 긍휼과 안타까움의 심정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히스기야와 같이 나만 신앙적으로 괜찮으면 되고 당대만 잘되면 좋다는 이기적 신앙에 혹시 빠져들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감당하기에는 이미 세상이 너무 썩었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하나님의 예언의 말씀을 잘 지키지 못해서 우리 후손/자녀들이 세상의 포로가 되고 영적으로 고단한 삶을 살게 될 줄 누가 아는가? 명심하자. 지금 시대의 요시아와 모세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지금은 나의 자녀, 교회 안에 있는 아이들을 그런 책임감 있는 자세로 가르쳐야 하는 시기이고 그럴 때 우리 자녀들은 제2의 다니엘과 세 친구들로 자라나는 것이다. hlee0414@gmail.com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