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나무골에서(33): 올림픽 메달과 국가의 품격

올림픽 게임은 지난 2주 동안 극심한 무더위를 잊을 만큼 온 국민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았을 정도로 흥미로웠던 게 사실입니다. 탄핵을 당한 대통령과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선수들이 불참을 선언할 만큼 브라질은 불안하였고, 서방 언론들은 과연 하계 올림픽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의구심으로 가득 찬 보도들을 쏟아내었습니다. 예상대로 예산 부족으로 인해 경기장 공사는 문제점투성이였고, 경기 개막일 이전에 모든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습니다. 선수촌 숙소에서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고 하수도가 막힐 정도로 날림 공사의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미 대륙 최초로 개최되는 올림픽을 어떻게 해서든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와 열망은 국가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을 하나로 단합하게 하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가장 적은 돈으로 선진국이 아닌 나라도 얼마든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초반 남녀 양궁 단체와 개인 모든 종목을 석권함으로써 축제 분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양궁 선수들을 후원한 기업과 협회까지 온 국민들의 칭찬과 감사를 받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충분한 지원과 후원도 없이 다른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하였습니다. 금메달을 예상했던 세계 랭킹 1, 2위를 자랑하던 선수들은 거의 하나같이 4강에 이르기도 전에 어처구니없이 탈락하는 이변 아닌 이변들이 속출하면서 온 국민과 심지어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던 해외 동포들마저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쑤였습니다. 태권도 종주국답게 최선을 다해 싸워준 선수들과 마지막 순간에 116년 만에 다시 생긴 골프 종목에서 엄지손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침착하게 금메달을 차지한 박인비 선수의 승리는 전 세계의 매스컴을 장식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몸과 마음과 열정을 다해 땀 흘리며 훈련에 몰두했던 선수들의 노력으로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이 208개국 참가팀 가운데 종합 순위(금메달 기준) 8위를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체 메달수로는 11위였습니다. 미국은 금 은 동 메달에 관계없이 전체 메달 수로 국가별 순위를 정해서 보도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은메달을 받거나 동메달을 받았다고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이나 가족들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유독 한국과 같이 금메달만 대우를 받는 나라들은 국가별 순위도 당연히 금메달 기준으로 정하게 됩니다. 가령 금메달 1개만 딴 나라(피지, 54위)가 동메달 4개를 딴 나라(노르웨이, 74위)보다 월등히 순위가 높게 됩니다. 모든 뉴스 미디어들도 금메달 받은 선수에게 집중하다보니 그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서 아깝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받은 정말 훌륭한 선수들은 이름조차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1등만 인정받는 사회, 금메달만 환영받는 국가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이 메달 포상금도 적고, 영국 같은 나라는 아예 없어도 어떻게 수많은 젊은이들이 국가의 명예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싸울 수 있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만 합니다. 끝없이 도전하는 자신과의 싸움에 성적에 관계없이 따뜻한 응원과 박수를 보내는 국민과 언론, 그런 선수들에게 조건 없이 꾸준한 투자와 지원을 하는 국가와 수많은 기업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메달 수에 따라 교만하지 않고 메달의 종류에 따라 선수들의 노고를 폄하하고 차별하지 않는 국가와 국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교회부터 구원받는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할 줄 믿습니다. 과연 천국에 갔을 때, 교인 수 10명밖에 안되는 교회에서 온 교인이 함께 기도하고 섬기며 불신자 한 명을 전도하고 구원받게 한 것과, 교인 수 1000명 되는 교회에서 이웃 교회의 기존 신자 200명을 자기 교회로 출석하게 만들며 교회 성장을 자랑하는 것 어느 쪽이 정말 하나님 보시기에 칭찬받을 만한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만 합니다. 단순 숫자 놀음으로 200명은 당연히 1명보다 많고, 새로 등록한 십일조 잘 내는 타 교회 직분자 10명이 주일 헌금도 간신히 내는 연약한 교인 100명보다 귀하다고 생각하는 목회가 과연 성공한 목회일지는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목회 사역 여건과 재정이 극도로 어려운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들의 목사님들이 끝까지 소명과 확신 속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말고 바른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주의 종들이 될 수 있기를 오늘도 기원해 봅니다. td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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