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Pokemon Go)의 역풍을 우려한다

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포켓몬 고의 열풍이 가히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 달 7일 미국에서 스마트 폰 앱으로 출시되자마자 하루 만에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 포켓몬 고는 닌텐도의 인기 지적재산권(IP)인 포켓 몬스터 캐릭터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입힌 게임이다. 증강 현실(增强現實, AR)이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인데, 이번 출시된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활용한 위치 기반 콘텐츠를 합성하여 실제로 스마트폰이 움직이는 대로 다양한 종류의 포켓몬들을 출현시켜 그것들을 수집케 하는 게임이다.

이렇듯 다양한 몬스터 캐릭터들을 수집하기 위해 실제 지역을 이동하면서 즐기는 게임방식으로 폭발적인 인기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출시 나흘 만에 3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과테말라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던 10대 청소년이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두 청소년이 함께 가상 아이템 사냥을 하러 누군가 집에 침입하려다가 총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미주리 주 오팔론(O-Fallon)에서도 포켓몬을 수집하려고 몰려드는 한적한 곳에서 무장 강도들이 나타나 총기로 위협하여 금품을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가 사는 샌디에이고에서도 이 게임에 몰두하다가 30여m 절벽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 또는 경찰서 등 제한구역과 개인 주거공간도 몬스터 수집 공간으로 표시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업무방해와 개인 주거 공간 침해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열풍 못지않게 피해의 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단순한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포켓몬 고의 역풍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 포켓몬 고는 가상세계를 현실세계에 접목하고자 하는 하나의 게임 문화임에 틀림이 없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포켓몬 고 그 자체로는 악령이거나 또 악신이 깃들어 있는 그 어떤 우상으로 규정하기도 애매하다. 포켓몬 고는 가상세계의 캐릭터들을 직접 나의 현실 세계에 접목하여 재미를 더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종류의 게임들은 앞으로 더 발전적으로 다양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켓몬 고의 출시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콘텐츠 상품에 가상적인 소설 같은 이야기가 더해져서 나의 실제적인 삶의 세계와 혼재되어지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어린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종류의 위치(witch) 기반의 상품도 선보일 것이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혼합 현실 고글(Goggle)을 쓴 어린이들은 걸어 다니면서 곳곳에서 애니메이션화되어 움직이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현실세계에서 가상적 삶의 공간이 형성되어진다. 즉, 눈앞에 나타나는 3D 비디오 아바타들(Avatars)과 대화하며 다양한 모험적인(위험한) 삶을 현실세계에서 즐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가상 생물체와 사물들과 그들이 가져다주는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나의 삶에 받아드려 적용되어지는 세계를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결국 인간이 이러한 가상 세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 세계가 인간의 현실세계를 길들이고 조종하는 현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정도만 상상해보아도 어린 아이들에게 미치는 세계관과 가치관, 인생관의 혼동과 그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임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피조물이 허무한데 굴복하며 썩어짐의 종 노릇 하는 탄식과 고통의 시대(롬8:20-22)가 눈앞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천문학자요, 생물학자였던 칼 세이건(Carl E. Sagan)은 그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계:어둠 속의 등불과도 같은 과학"(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1995)에서 "과학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불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는데, 그러나 이제 타락한 인간의 현대 과학기술문명은 보이지 않는 악령의 세계를 다시 불러내어 새로운 가상적 현실로 혼재한 세계로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이다. 즉, 하나님의 형상을 썩어질 사람과 금수와 버러지의 형상의 우상으로 바꾸고 있는 현대 문명의 역풍이 몰아닥치고 있음을 바로 직시해야만 한다. 물질 숭배주의, 쾌락주의, 오락주의의 문화에 그리스도의 거룩함을 추구하는 즐거움의 반기를 분명하게 들어야 할 때이다. johndjc@yahoo.com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