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에서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구호단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금융 기관이 북한 송금을 거부해 구호활동에 필요한 자금줄이 막히고, 중국 세관에서는 북한으로의 구호물자 수송이 지연 또는 차단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의 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는 "의약품, 위생 장비 등 상품 수입이 굉장히 어려워졌다"며 "북한에 물건이 일부 남아있지만 당분간 북한 내부로 긴급 구호물자를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을 정화하는 수질정화제의 경우 약품에 많이 든 염소 성분이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중국 세관에 대량으로 몰수됐다. 결핵 진단 실험에 필요한 전기 공급용 태양열 패널도 '군용 등급'으로 지정돼 반입이 금지돼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 등에 따른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등을 채택했지만,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제재 대상에서 빠진 인도주의 지원 활동도 타격을 받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초강력 대북 제재가 결의된 3일 오전 중국 랴오닝성 단둥 압록강대교 인근에서 중국 상인들이 기념품용 북한 모조 지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단둥의 중국 각 은행 창구에서 만난 은행 관계자들은 북한 은행들과 달러, 인민폐(위안화) 등 모든 화폐를 통한 거래를 중단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은행이나 운송업자 등 민간 업체들이 북한 내 구호단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인구기금(UNFPA),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 산하 기관 5곳과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 비정부단체(NGO) 4곳이 북한에서 활동 중이다.
유엔 본부는 북한 내 구호단체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파란 하크 유엔 대변인은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승인 후 러시아 국적 은행에 북한 송금을 취급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미국 국무부도 유엔에 이러한 최근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인구 2천490만명 중 70%가량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며, 약 105만명이 영양실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