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의 일부 사용자들과 캔자스주 웨스트보로침례교회 사이에 ‘사이버 전쟁’이 붙었다. 포켓몬 고는 닌텐도가 최근 출시한 증강현실 게임으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게임 방법은 사용자가 휴대전화로 GPS를 연결해 실제 공원이나 역사적인 장소, 교회 등을 돌아다니며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한 사용자가 포켓몬 고가 ‘체육관(GYM, 포켓몬이 시합을 벌이는 장소)’으로 지정한 웨스트보로침례교회에 주목하면서 발생했다. 극단적인 성향의 이 교회는 강력한 동성애 반대 운동으로 미 전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20일 USA투데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의 대표적 슬로건인 ‘러브이즈러브(loveislove·왼쪽 사진)’라는 별명을 가진 포켓몬 캐릭터 ‘삐삐’가 지난 11일 웨스트보로침례교회를 점령했다. 교회에 가상으로 설정된 포켓몬 고 체육관의 관장이 됐다는 의미다. 러브이즈러브의 트레이너(사용자)는 동성애자로 추정된다. 웨스트보로침례교회는 삐삐와 비슷하게 생긴 포켓몬 캐릭터 푸린으로 맞섰다. 푸린을 이용해 ‘더 이상 죄를 짓지 마라’ 등 동성애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트위터에 올렸다.
이 교회 장로인 스티븐 드레인은 “우리는 한 번 한 말은 지키려고 한다”라며 “동성애자의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핑크색 애니메이션 캐릭터(푸린)로 교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웨스트보로침례교회의 대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찬반 논란으로 번졌다. 포켓몬 고 시합에 참가한 한 사용자는 “우리(동성애자)를 멸시하고 경멸한 이 교회는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레인은 “우리는 주의 은총 아래서 동성애는 잘못됐다고 말해왔으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계속 그렇게 말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교회는 한 걸음 더 나가 러브이즈러브를 상대하기 위한 새로운 포켓몬 트레이너를 모집했다. 레벨이 높은 캐릭터를 구하면 전투를 거쳐 체육관 관장 자리를 뺐을 수 있다. 마침내 지난 18일 웨스트보로침례교회는 러브이즈러브보다 훨씬 더 레벨이 높은 ‘러브=리부크(love=rebuke·오른쪽)’라는 별명의 캐릭터를 통해 체육관을 되찾았다고 공식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