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악’선택해서라도‘최악’을 막아라!

‘차악’선택해서라도‘최악’을 막아라!

공화당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를 공식 선출했다. 이 부동산 재벌은 막말로 얼룩진 13개월간의 좌충우돌 끝에 16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공화당을 장악하는데 결국 성공했다.

트럼프는 19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튿날 행사에서 진행된 공개투표에서 대의원 과반인 1237명 이상을 확보해 당 대선후보가 됐다. 공화당은 이날 부통령 후보로 마이클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지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원맨쇼로 끝난 ‘2016 공화당 전당대회는 민주주의 선거의 전형 즉 최선이 아닐 경우, 차선을 선택하고, 차선이 없으면,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공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가 좋아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트럼프를 지지해야만 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복음주의자들은 막말과 기행을 일삼지만 동성애와 낙태를 지지하는 진보적인 힐러리 후보보다는 그래도 트럼프가 계속해서 좌향으로 급진하고 있는 미국 사회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악(最惡)을 피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최악보다 나은 악이 바로 차악(次惡, Lesser Evil)이다.

최근 퓨리서치의 설문 조사 결과는 ‘2016 대선에서의 차악적인 요소를 입증한다(Evangelicals Rally to Trump, Religious ‘Nones’ Back Clinton). 백인 복음주의자로 자처하는 유권자 중에서 무려 78%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그야말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퓨리서치의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좋아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투표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절반이 넘는 55%가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으며, 절반에 가까운 45%가 트럼프에게 표를 주는 결정이 ‘힐러리 클린턴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트럼프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에게 표는 주되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표심은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찍겠다고 밝힌 유권자 가운데 실제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람은 30%에 불과하다는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단지 ‘클린턴 후보를 반대한다’는 복음주의 유권자가 45%를 차지하면서 기타 이유의 3%를 합쳐 결국 78%의 표가 트럼프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트럼프 이외의 후보를 지지했던 공화당 소속 복음주의 교인들 중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유권자가 27%에 그쳤다. 그리고 다수인 61%는 ‘강하게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혼란스러운 표심은 이번 조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 중 현시점에서 누구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아주 어렵다’는 사람이 42%나 됐기 때문이다. 또 신앙적인 측면에서도 복음주의 백인 공화당원의 44%가 트럼프 후보가 ‘전혀’ 또는 ‘너무’ 종교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갈등은 보수주의 진영 매거진 ‘카리스마’에 실린 기고(Should We Vote for the Lesser Evil of Donald Trump to Avoid the Greater Evil of Hillary Clinton?)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 8년 동안 오바마 정권의 진보 정책들로 인해 미국 사회가 너무 좌경화되고 있기에, 정말 말도 안되는 후보인 트럼프를 지지해야하는 속사정(?)을 토로하고 있다.

제임스 답슨 목사를 비롯한 복음주의 진영의 리더들 역시 ‘차선’으로 트럼프를 지지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복음주의자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Dobson Endorses Trump, While Evangelical Leaders Advise Voting for Lesser Evil).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힐러리 후보가 당선돼 미국을 더 손상시키기보다는 그나마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이 어려운 시기에 미국을 안정시키기를 바란다”고, 답슨 목사는 말했다.

퓨리서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많은 복음주의 유권자들이 클린턴 대신 트럼프를 지지하고는 있지만, 트럼프 후보가 이상적인 대통령감이라거나 신앙의 원칙을 공유할 수 있는 후보로 여긴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무종교 유권자 및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번 대통령 후보에 대한 만족도는 밑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는 지난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나선 대통령 선거 이후 올해 대선이 가장 저조한 후보 만족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결론으로, 이 땅의 정치는 차악적(Lesser evil)인 요소가 있다. 정치와 관련해 크리스천의 양심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지나치게 많다. 그래서 차라리 현실 정치에 눈감아 바리는 것이 경건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와 현실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우리의 선택은 단지 크리스천이나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결정이 하나님의 뜻에 합하느냐에 있다! 바로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 민주주의 선거 전형인 ‘절대 악보다는 차선’을 넘어선 크리스천의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