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1년 10월 7일 전쟁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확전 반대론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지 8년이지만 임기 내 철군 완료는 물 건너가게 됐다. 미국이 치른 가장 긴 전쟁이지만 앞으로도 수년은 더 피를 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이후에도 아프간 주둔 미군을 8400명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2014년 5월 “2016년 말까지 미군 철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은 지난해 10월 “2016년 말까지 병력을 5500명으로 줄이겠다”로 수정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8400명 병력 유지로 바뀌었다. 다만 현재 9800명인 병력이 올해 말까지 1400명 정도 줄게 됐다.
이는 국방부와 공화당, 보수진영 인사들의 ‘9800명 병력 유지’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그들은 아프간 내 테러 확산을 이유로 주둔군 규모 유지를 요구했다. AP통신은 7일 “주아프간 미국대사 출신과 주둔군 사령관 출신 군 고위관계자가 백악관에 병력 유지를 강하게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은 크게 훼손됐다. 그는 이라크전, 아프간전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라크에서는 2011년 12월 사실상 철군을 마쳤지만 미군 철수의 공백을 이용해 이슬람국가(IS)가 준동하는 등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다. 아프간에서도 탈레반 세력의 기반이 공고해 이른 시일 내 종전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차기 대통령 등 대통령 3명이 아프간전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시리아와 리비아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들어 새로운 전쟁이 발발해 전 세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역사가들은 이런 현실을 오바마 대통령의 ‘순진한 평화주의’ 및 ‘해외 갈등 불개입 정책’이 빚어낸 비극으로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