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이자 원인 제공자… 미국의 경찰 딜레마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경찰관 5명이 저격된 지 이틀 만에 휴스턴에서 경찰에게 총을 겨눈 흑인 남성이 사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일과 6일 백인 경찰의 잇따른 흑인 사살 사건으로 시작된 인종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경찰을 향한 적대행위가 빈번해지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 방송국인 KHOU는 9일 휴스턴 경찰 2명이 동남부 컬렌 거리에서 무장한 흑인 남성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텍사스주 서남부 샌안토니오의 경찰청을 향해 총격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휴스턴에서는 오전 12시40분쯤 짝을 지어 순찰을 하던 경찰관 2명이 총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40대 흑인 남성을 발견해 접근했다. 경찰이 총을 내려놓으라고 지시했으나 남성은 이에 따르는 대신 총을 경찰에 겨눴다. 일행인 여성 역시 바로 옆에서 총을 내려놓으라고 반복해 말했으나 남성은 듣지 않았다. 결국 지원병력이 도착하기 전 이 남성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남성을 사살한 경찰은 각각 근무한 지 10년, 13년 차인 강력범죄 부서 소속 베테랑으로 평소처럼 순찰을 하고 있었다. 숨진 남성의 이웃은 KHOU에 남성이 마약과 폭력에 절어있는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수년 전 조부가 자택 주차로에서 총격사건으로 숨진 뒤부터 이 남성은 복수를 하겠다며 총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에서 서쪽으로 약 2시간 거리인 샌안토니오에서는 같은 날 오후 10시쯤 경찰서 본부 건물을 향해 총알 여러 발이 난사됐다. 총알은 대부분 건물 외벽에 박혔으며 사상자는 없었다. 용의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관 5명이 지난 7일 저격으로 사망한 댈러스에서는 경찰서에 테러 위협이 날아들었다. 현지 WFAA방송에 따르면 오후 4시 댈러스 경찰본부에 “경찰서를 테러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즉각 건물을 폐쇄한 뒤 검은 옷차림의 신원미상 남성이 목격된 인근 주차장 건물에 경찰특공대(SWAT)를 보내 수색했으나 용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미국에서는 루이지애나주와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 2명이 잇달아 사망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졌다. 특히 백인이 인구의 70%가 넘어 인종차별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7일 댈러스 시가지에서 진행된 평화시위 중 경찰 5명이 저격당해 사망하는 등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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