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서학자들의 한마당인 제34회 SBL(성서학) 국제대회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막을 올렸다. ‘경계를 넘어, 21세기 다중사회에서의 성서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37개국에서 50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4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날 개막식에선 5명의 학자가 기조 강연을 했다. 이들은 최근 신학계의 이슈 중 하나인 ‘상황 속의 성서학’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페르난도 세고비아(반더빌트대) 교수는 여성신학과 해방신학을 통해 90년대 이후 발전된 ‘상황화 성서신학’을 재조명했다. 상황화 성서신학이란 성서의 상황과 독자의 상황을 고려해 성서를 총체적으로 해석하는 성서학 분야다. 그는 “최근 상황화 성서신학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전이 없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화 성서신학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달랴 브렌너(암스테르담대, 텔아비브대) 교수는 상황화 성서신학에 대한 성서학자들의 철저한 자기비판을 요청했다. 그는 성서학 내에서 상황화라는 담론이 지나치게 지역화, 정치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람직한 상황화 성서신학은 개인과 공동체의 상황, 성서의 상황 사이에 상호 작용하며 역동적인 신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라드 웨스트(콰줄루나탈대) 교수는 “아프리카에서는 성서를 아프리카 고유의 이미지와 닮은꼴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져왔다”며 “현재 아프리카 신학 사조의 흐름은 탈식민주의 문제를 넘어 서양의 성담론과도 만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재미동포 김용환(하트포드신학교) 교수는 자신의 ‘하이브리드(혼성)’ 정체성이 열어준 해석학의 새로운 지평을 소개했다. 그는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흑인 폭동 사태로 궁지에 몰렸던 아시아계 미국인의 절망과 답답함을 계기로 상황화 담론에 입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학문의 엄밀성을 충족하기 위해 상황화 성서신학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미(한신대) 교수는 한국의 상황화 담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성서와 동양 고전의 대화를 제안했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동양 문화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성서신학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