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군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로 압축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이 지난달 30일보도했다.
WP는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게 될 전당대회(7월 18-21일)를 보름가량 앞두고 트럼프 선거캠프가 부통령 후보 인선을 위한 공식적인 심사 작업에 착수했으며, 깅리치에 이어 크리스티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인선 과정에 정통한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1995-1999년 하원의장을 지낸 깅리치는 높은 인지도가 강점으로, 최근 블룸버그통신의 여론조사에서 유권자가 선호하는 공화당 부통령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깅리치도 "트럼프로부터 (부통령 후보) 제안이 온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지법 판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두고 깅리치가 "최악의 실수"라며 비판하고, 트럼프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깅리치 카드'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크리스티는 지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하다가 2월 중도하차 한 뒤 곧바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해 당 안팎을 놀라게 한 인물이다. 이후 트럼프의 '오른팔'로 떠올라 5월에는 트럼프가 11월 대선 승리 시 출범할 '정권 인수위원장'으로 낙점됐다. 크리스티는 앞서 부통령 후보는 물론 법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WP는 트럼프 캠프에서 부통령 후보 검증을 담당하는 아서 컬바하우스 변호사가 최근 깅리치와 크리스티에게 100개 이상의 항목을 담은 질문지에 답하고 납세 기록과 저서를 비롯해 개인 신상과 경력 관련 서류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컬바하우스 변호사는 2008년 대선 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당시 알래스카 주지사 검증을 맡은 인물이다. 그러나 깅리치는 최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 트럼프 캠프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사무실은 이와 관련해 WP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부통령 후보로 자신의 정치 경험 부재를 보완해줄 인물을 선호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많고, 공화당 주류층과 긴밀한 관계를 지녔으며, 의회에서 트럼프의 정책을 입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를 원한다고 WP는 설명했다.
최종 부통령 후보는 전당대회 즈음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트럼프 캠프 참모들은 언론의 시선을 끌고 당내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내주 말께 발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깅리치와 크리스티 외에도 트럼프 캠프의 좌장 격인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과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주지사 등도 후보군으로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