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시설을 엄격히 규제하는 내용의 낙태금지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에 보장된 여성이 임신을 중절할 수 있는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성의 권리를 한층 신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사회문제가 된 과도한 낙태에 제동을 걸 수단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7일 텍사스 주의 낙태금지법에 대해 대법관 5대 3으로 위헌 선고했다. 낙태금지법은 텍사스 주에서 2013년 제정됐다. 임신 20주 이후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 시술을 수술실과 충분한 의료 인력을 갖춘 외과병원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텍사스 주는 여성의 건강을 위해 제정했다고 밝혔지만 법이 시행되면서 역효과가 발생했다. 외부 의사를 고용해 시술했던 대부분 클리닉이 자격 미달로 폐쇄돼 산모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낙태 비용마저 10배 이상 뛰었다. 많은 여성단체는 “낙태금지법이 아니라 낙태시설 폐쇄법”이라며 “오히려 여성의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임신 6개월 전까지 임신중절을 할 수 있도록 헌법상 권리를 인정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가 합법화됐다. 그러나 무분별한 낙태가 사회문제가 되자 일부 주에서는 낙태금지법을 제정해 시술기관을 제재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이런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무고한 생명을 지키려는 주 입법권을 약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