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날이 기억나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2012년 12월 12일로 기억됩니다.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한 날이에요."
북한에서 약 2년간 억류됐다가 2014년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1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35일의 억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배 씨는 "당시만 해도 곧 돌아갈 거란 전제하에 평양으로 이송됐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협조한다면 집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미사일 발사로 기대가 깨지고 말았다"며 "그들이 미사일 발사를 경축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집에 가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실망 속에 있었는데 그때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고 너와 함께 할 일이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며 "가장 어려웠던 날이 소망을 갖게 된 날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5년 미국에 이민을 한 배 씨는 신학을 전공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배 씨가 735일의 북한에서의 수감 생활을 기록한 비망록 '잊지 않았다'(두란노) 출간 기념으로 마련됐다.
2012년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배 씨는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북미 협상을 통해 2014년 11월 8일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갔다.
배 씨는 "억류 전에 17번 북한을 왕래하면서 어느 정도 북한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지만, 2년 동안 억류되면서 그들이 어떤 사상을 갖고 살고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면서 "그들의 사상과 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주체사상과 김일성주의 두개의 이념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며 "그곳에 가서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굳어진 그들의 생각이 정의관(正義觀)이 됐다는 걸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북한의 고립된 현실에 대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어느 날 유엔 사무총장이 남한 사람인 반기문이라고 했더니 그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한 남조선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설 수 있느냐고 반문했어요".
하지만 배 씨는 북한에 대한 희망을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2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어려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북한 주민들과 북한 정부를 별개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곳에 있으면서 많은 분의 격려와 사랑을 받았다. (나를) '잊지 않았다',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며 "이제 많은 분들이 그들(북한 주민)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선다면 마음의 장벽이 무너져 내려서 하나님께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