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체(게놈)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간 게놈'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학 랑곤 의료센터의 제프 뵈커 등을 주축으로 하는 과학자 25명은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 10년 내에 세포계 안의 인간 유전체를 모두 합성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 '인간게놈프로젝트(HGP)-작성(write)'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달 하버드대에서 150여 명의 과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를 통해 나온 것이다. 당시 이 회의는 심각한 윤리 논쟁이 예상되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유전체는 인간 등 생명체의 번식과 보존에 필요한 유전정보로, 생명의 신비를 푸는 열쇠와 같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를 인공으로 합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놓고 사람에 몸에 딱 맞는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는 등 의약학에 큰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도 있지만,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인간을 창조할 가능성을 여는 것이어서 생명과학계 안팎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과학자들은 일단 올해 공공과 민간 자금이 투입되는 1억 달러 규모의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드는 총비용은 30억 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이들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윤리적, 법적 틀 안에서 이번 작업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간을 합성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유전자가 세포 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 중 한 명인 에든버러 대학의 합성생물학 학과장인 수전 로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염색체 구조나 유전체 작동 방식 등에 대한 이해를 향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합성생물학센터의 톰 엘리스는 "나는 완전한 인간 유전체 합성이 좋은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우리가 그것을 완성했을 때 그것의 명확한 사용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 문제를 토론하고, 윤리적, 기술적 기준을 세우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