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나무골에서(30): 가주 존엄사 법안 통과의 파장

사슴나무골에서(30): 가주 존엄사 법안 통과의 파장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몬타나 주 다음의 5번째로 소위 선택적 안락사 법안(End of Life Option Act)을 통과시킴으로써, 오는 6월 9일부터 시한부 환자의 존엄사를 법적으로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대상은 18세 이상 가주 거주자로 6개월 이하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불치병 환자로써, 2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과 정신적 질병 없이 안정된 상태라는 소견을 받아야 한다고 한정하고 있습니다. 기한은 일단 10년간 시행키로 하였으나, 시행 전부터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계와 다양한 시민 사회 단체들로부터 반대 의견이 거세지면서 논란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한 안락사(euthanasia or mercy killing)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자살을 돕는(assisted suicide) 의료행위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나 어떤 제 3자,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직접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본인이 의사표명을 했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가까운 가족이나 법적 위임권을 받은 사람이 약물 주입을 은밀하게 집행할 수도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자칫하면 환자의 고통을 도와준다는 명분이 사랑하는 유족들에게 살인죄를 몰고 오는 참사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약물이나 주사를 받아서 스스로 투여하는 것만 허용하는 것이 선택적 안락사 법안이고 이 법안이 주지사의 서명을 받고 가주 주의회에서 통과되어 시행이 확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법적인 혼란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게 예상되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연히 윤리적, 종교적, 영적인 문제들로 인한 우려와 논쟁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고도 드문 일이긴 하지만 다시 기적적으로 회복된 사례들은 이 법안의 위험성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 뒤에는 사실상 천문학적인 의료비와 보험 등을 고려한 비용과 예산 절감만을 생각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종교계도 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선택적일지라도 안락사 시키는 이 법안을 반대해왔습니다.

기독교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말기암이나 불치병에 걸려 한시적 삶을 살고 있는 환우나 간호하는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위로하며 기도로 섬겨야 합니다. 물론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통해 기적을 행하실 수도 있는 가능성을 부인해서도 안됩니다. 모든 환자는 반드시 믿음만으로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신앙도 지양해야합니다. 마치 치유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형벌을 받고 있다는 위험한 신학은 환자나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비기독교적인 교리일 뿐입니다. 불치병이나 말기암과 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우들에게는 오히려 완화치료(Palliative Care)등의 방법으로 통증을 최대로 줄여드리면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천국의 소망을 갖고 믿음을 지키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완화치료란 시한부 환자가 마지막 남은 여생을 고통 없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전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호스피스 간호사, 그리고 채플린 등이 한 팀이 되어, 신체적 사망만을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오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인공호흡, 기도삽관, 등의 과도한 생명 연장 의료행위를 금지한 채, 자연스러운 임종까지 환자 자신과 간호하는 가족의 마음과 감정까지도 세밀하게 살피며 돌보아주는 가장 바람직한 전인적 의료방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존귀한 생명을 임의적으로 끊는 어리석고 조급한 모든 행위는 살인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무쪼록 존엄사 법안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가주 내에서도 그 병폐로 인해 법적 기한 전에 조만간 폐기되어 모든 논란이 사라지길 기원해봅니다. tds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