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에제르가 되다(2)

이희숙 사모

사모의 정체성

어떤 이는 사모의 자리가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자기가 죄가 많아서 사모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모가 된 것은 인간의 뜻이 아니다. 내가 원해서 처녀 때 목회자의 사모로 서원을 했던지 또는 남편이 결혼을 한 후에 목사가 되었든지, 하나님께서는 나를 사모로 창조하시고 부르셨다. 또 나의 남편을 목사로 창조하시고 부르시고 어느 날 어느 시에 부부로 맺어 주셨다. 그리하여 내가 하나님의 뜻과 계획으로 목회자 사모가 되었다는 확실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사도바울은 자신을 모태로부터 조성하신 이도, 사도로 부르신 이도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했다(롬1:1, 엡1:1, 고전 1:1, 고후 1:1, 갈1:15). 마찬가지로 사모들도 자신을 창조하신분이 하나님이시오, 자신을 사랑하시고 구원해주시고 사모로 부르신 분도 하나님이심을 확실히 믿어야 한다. 또한 하나님께서 나를 사모로 택하시고 세우셨기 때문에 사모로서의 나의 삶을 인도하시고 책임져주실 것이라는 믿음의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승리하는 사모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모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확실히 깨달은 후에 그 길을 가야 한다. 사모들 중에는 “나는 목사와 결혼했기 때문에 사모가 되어서 마지못해 따라가는 희생자가 된 것이지 나 자신은 사모로 부르심을 받지 않았다”라고 하는 사모도 있다. 마치 은혜 받기 전 필자처럼 말이다. “제가 만일 목사하고 결혼하는 줄 알았으면 저는 절대로 저의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엔지니어하고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중간에 은혜를 받았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더니 목사안수를 받았지요. 저는 얼떨결에 사모가 됐다고요. 왜 제가 이 고통스런 사모의 길을 가야 합니까? 이혼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자녀들 때문에 할 수도 없고요”하면서 절규하는 사모들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 믿거나 말거나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는 남편을 주의 종 목사로 부르셨을 때 사모도 함께 부르신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사실 필자 자신도 목사 사모의 길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약학공부를 마치고 약사로 일하다가 중매로 미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한 이병희 목사와 만나서 결혼을 했다. 목사 사모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사명의식도 전혀 없이 결혼을 했다. 남편 목사의 사역을 도와야 하는 어려움 속에 여러 번 “여보, 제발 목사 직업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가지세요. 나는 당신을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당신의 직업은 정말 싫어(hate)해요”라고 했다. 목사직을 세상 직업중 하나로 알고 남편이 목사라는 직업을 그만두든지 내가 떠나든지 해야겠다고 하면서 보따리를 몇 번 쌌다 풀었다 하면서 처절한 갈등 속에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회고록을 썼는데 그 책의 제목을 “회개하라구요? 목사와 결혼한 죄밖에 없어요”라고 했다. 남편 목사는 사랑하는 아내가 너무나 괴로워하니까 하루를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그래! 내가 시골 어느 작은 교회로 가서 이병희 장로하고 하고 그 교회 목사님을 잘 섬기는 편이 차라리 낫겠구나‘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에 필자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성령의 은혜를 받았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매달려 그 고귀한 피를 흘리며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정체성과 사명을 깨닫게 되자, 힘든 길이지만 감사함으로 사모의 길을 승리하며 걸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사모가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확실하게 깨닫는다면 어떠한 어려운 역경과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사모의 사명을 잘 감당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분명한뜻과 섭리가운데 부족한 우리를 사모로 택해주셨기 때문에 주님이 책임지시고 인도해주실 것임을 믿고, 감사함으로 끝까지 사모의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 그리하여 남편 목사의 목양에 승리를 가져오는 사랑받는 훌륭한 ‘에제르’되기 바란다. 사모들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많은 상처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목회의 희생양이 되기 쉽고 결과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 걸리게 된다.

2. 교회 안에서 사모의 기본자세

1) 사모의 위치 사모는 그 자신의 직분보다 실제로 서야 할 위치가 더 중요하다. 사모는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는 설 곳이 없는 것 같아도 실제로 구석진 곳곳에 서야 할 곳이 많다. 그러므로 성령님께서 주시는 지혜로 자신의 위치를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모의 권한 사모는 교회의 제도상이나 조직상 어떤 직분이나 직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목회자의 아내에 대한 호칭일 뿐이기 때문에 그 어떤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사모는 평신도이므로 평신도의 권한과 동일하다. 즉 당회원이 아니므로 당회원의 권한도 없고, 제직회원이 아니므로 제직회에 참석할 자격도 없고, 교역자가 아니므로 직원회에 참석할 자격도 없다. 사모는 남편을 내조할 책임과 간접적으로 성도들을 돌볼 의무가 있을 뿐 그 밖에 교회 일에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고 지시할 직접적인 권한도 없다. 그러므로 사모가 자기의 위치를 떠나서 남편의 권한을 대행하려고 할 때 교회 안에 질서가 무너지고 큰 문제가 초래된다.

3) 사모의 영향력 사모는 교회에서 공식적인 직분이나 권한은 없지만 교회 안팎으로 직, 간접적으로 목사에게, 성도들에게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왜냐하면 교회의 전반적인 행정의 키를 가지고 있는 이가 바로 남편인 목사이기 때문이다. 사모는 남편의 목회를 성공으로 또는 실패로 이끌 수 있는 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다. 교회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사모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교회마다 똑같기 때문에 사모는 직, 간접적으로 남편 목회 사역과 성도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 많은 경우에 훌륭한 남편(목사) 뒤에는 훌륭한 아내(사모)가 있다고 말한다.

4)사모의 사명과 본분 하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 중에 목사를 택하여 부르시고 기름을 부어서 복음을 증거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사명을 주셨다. 목사의 아내가 된 사모의 사명도 본질적으로 목사의 사명(행20:24)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사모의 본분은 남편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훌륭한 ‘에제르’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다. hslee39@sbcglob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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