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심방

하나님의 심방

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베들레헴에 10년 동안 기근이 있었다. 나오미의 가정은 그 기근을 피해 모압 땅으로 피난을 갔다. 그러나 그 힘든 가운데서도 베들레헴을 떠나지 않고 기도하면서 끝까지 잘 참고 견딘 사람들이 있었다. 베들레헴 사람들이다. 그랬더니 마침내 어떤 일이 생겼는가?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사 그들에게 양식을 주셨다”(룻1:6). 마침내 기근이 끝나게 된 것이다. 닫혔던 하늘 문이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번역은 너무 밋밋하다. 히브리어 원문에는 ‘돌보다’는 단어가 ‘paqad'로 되어 있다. 이 말은 ’방문하다‘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양식을 주기 위해 방문하셨던 것이다. “자기 백성을 돌보셨다”와 “자기 백성을 방문하셨다”는 뉘앙스가 다르지 않은가? “요셉이 그의 형제들에게 이르되 나는 죽을 것이나 하나님이 당신들을 돌보시고 당신들을 이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창50:24, 개역개정). 여기에서도 ‘돌보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paqad로 방문하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이집트에 노예로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찾아가셔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실 것이라는 뜻이다. 요셉의 예언대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찾아가셨다”(출4:31, 13:19). 그리고 출애굽의 대 역사를 행하셨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으므로”(창21:1, 개역개정).

하나님께서 사라를 돌보셨다고 했는데, 여기에서도 paqad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하나님께서 사라를 ‘방문’하셨던 것이다. 하나님이 사라를 심방하셨을 때 태의 문이 열리게 되고 이삭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한나는 사무엘을 낳자 하나님께 바쳤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녀에게 3남 2녀를 더 낳게 하셨다. “여호와께서 한나를 돌보시사 그로 하여금 임신하여 세 아들과 두 딸을 낳게 하셨고”(삼상2: 21). 여기에서 ‘돌보다’라는 단어는 paqad로 ‘방문하다’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한나를 심방하고 돌아가셨는데, 그 후로 3남 2녀를 더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성경에서는 “방문하다, 심방하다, 찾아오시다”라는 의미를 가진 paqad를 ‘돌보다’라고 번역함으로써 원어의 의미를 많이 퇴색시키고 있다. 하나님이 이집트에서 노예가 된 이스라엘 백성을 심방하셨을 때 출애굽의 역사가 일어나게 되고, 베들레헴에 심방 가셨을 때 기근이 끝나게 되고, 사라와 한나에게 심방 가셨을 때 태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우리에게 심방 오신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바로 하나님이 이 세상에 심방 오신 날이다! 몇 만 명 모이는 교회의 목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분이 심방을 가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 교회에서는 5년, 10년이 지나도 목사님과 인사 한 번 못하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친히 집에 심방까지 와주니 황송한 것이다. 그래서 마치 예수님이 심방오신 것처럼 그렇게 심방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목사님이 교인과 오해가 있어서 그것을 풀기 위해 그 집에 찾아갔다. 그런데 목사가 온 것을 알면서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 후 경찰이 왔다. 그 교인이 경찰에 모르는 사람이 문 앞에 와 있다고 신고를 한 것이다. 다행히도 그분 남편이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목사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연행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예수님도 2천년 전에 이 세상에 심방 오셨을 때 그런 수모와 모욕을 당하셨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요1:9, 11). jinhlee100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