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측면 아닌 행복과 삶의 질로 측정!

경제적 측면 아닌 행복과 삶의 질로 측정!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가 잘 사는지에 대한 기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다. GDP는 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용역을 수치화한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도 GDP는 각국의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그런데 수치만으로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GDP보다는, 개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새로운 경제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 포럼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지표를 개발하자는 주장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이코노미스트지는 GDP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적 척도가 등장해야만, 한 국가의 번영이나 행복 지수를 온전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How to measure prosperity: GDP is a bad gauge of material well-being. Time for a fresh approach).]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지난 2008년 런던경제대학(LSE)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 위기 토론에서 한 가지 질문으로 금융 거물들을 압도했다. “왜 아무도 금융 위기가 찾아오는 걸 몰랐죠?” 이 질문은 그 이후 끊임없이 경제 전문가들을 괴롭혔는데, 앞선 ‘황금기’ 동안 실패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공의 ‘진짜 비용’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나간 황금기는 탐욕으로 얼룩졌고, 급격한 경제성장 와중에 오히려 소득과 삶의 질은 불평등해졌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이를 이해하는 듯 보인다. 그들이 국가의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는 좀 더 새롭고 포괄적인 정책 목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러한 목표는 실제로 설정 가능한데, 필자를 포함한 경제 전문가들은 레가툼 연구소의 보고서를 통해 주관적이긴 하지만 ‘삶의 질’ 또는 ‘삶의 만족도’를 국제 비교가 가능한 형태로 일관성 있게 측정하고, 정책 입안과 효과 판단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할 일은 삶의 질에 실제 초점을 두는 것이다. 첫째, 정부는 다른 측면이 희생되더라도 ‘안정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금융 위기는 일단 발생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더구나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될 수는 있어도, 호황과 불황을 겪는 과정에서 ‘삶의 질’이 나빠진다. GDP(국내총생산)가 감소했던 만큼 다시 증가한다 해도 삶의 질이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부유층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커질 때 전반적 삶의 질이 더 개선된다. 이것이 유럽의 부유한 국가들이 재정 부문에 더 많은 장치를 설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정책을 입안할 때 삶의 질을 측정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가장 빠른 효과를 낼 것이다. 예를 들면 병원에 환자가 많고, 화재 진압 건수가 많을수록 GDP가 올라간다. 그런 서비스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 필요 자체가 적도록 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대인 관계, 공동체, 치안, 신체·정신적 건강 같은 삶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요소에 정책 초점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국가에서 정신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사람들이 인생을 어떻게 느끼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교통사고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에서는 정신 질환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삶의 질은 고사하고 장애 급여와 소득 능력 상실로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출발이 된다. 이런 사례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지원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목표는 예산 증액이 아니라 시민의 만족도와 번영을 위한 예산 재분배이다. 이러한 노력을 이끌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데는 신뢰 가능한 자료가 결정적이다. 세계는 새롭고 포괄적인 발전과 번영에 대한 지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GDP를 제외하고 그 외 요소들을 평가 대상으로 포함한 지표들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예를 들어, 유엔개발계획(UNDP)이 문자해독률, 수명, 1인당 실질국민소득 등을 토대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고 한국은 25위다.

또한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툼 연구소(Legatum)가 발표하는 번영지수(Prosperity Index)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각국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교육, 치안, 정치적 안정, 개인의 자유, 사회 간접 자본 등 국가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다. 104개국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되는데, 개인의 자유(personal freedom), 경제 성장(economic growth), 민주주의(democracy), 삶의 질(quality of life), 행복(happiness)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한 이 지표에 따르면,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GDP 1위인 미국은 9위에 머물렀다. 아시아 국가들은 GDP 순위보다 번영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부분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력은 높지만 국민이 진정한 풍요로움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16위), 홍콩(18위), 싱가포르, 대만, 한국(26위) 순이다. GDP 3위인 중국은 75위로 중하위권에 불과했다. 영국의 NEF 재단에서는 기대 수명, 삶의 만족도, 환경오염 등을 주요 기준으로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란 것을 내놓았는데,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다른 지수 결과들과 다르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자메이카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수는 평가 기준 자체가 얼마나 주어진 환경과 그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가 중요하다. 이 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불과 114위에 불과하다. 결론으로, 과연 어떤 나라가 가장 살기 좋은 것이며, 어떤 기준이 이를 정확히 나타내는지에 대한 의견은 앞으로도 분분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