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같은 야곱? 구더기 같은 인생?

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니이다”(시22:6). 여기서 벌레는 톨라(tola)를 번역한 것이다. 일반적인 벌레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벌레를 일컫는 단어이다. 다시 말해 벌레 중에 톨라라는 벌레가 있다. 이 톨라는 성경에서 진홍색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 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톨라)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희게 되리라”(사1:18). 톨라와 진홍색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톨라라는 벌레를 짓이겨서 진홍색 염료를 얻는다. 이 물감으로 물을 들이면 절대 색이 바래지 않는다. 그래서 죄를 ‘진홍색’(톨라)에 비유한 것이다. 다시 말해 죄로 물들여진 우리는 그 무엇으로도 그것을 없앨 수 없다. 희개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것을 흰 눈보다, 양털보다 희게 씻어 주겠다고 약속하시고 있다.

이 톨라는 나뭇가지 같은 곳에 붙어사는데, 한 번 붙으면 평생 거기에 붙어서 산다고 한다. 절대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벌레가 죽을 때에는 몸에서 진홍색 액체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자기 몸과 새끼 그리고 나무들을 붉게 물들인다고 한다. (시편 22:6)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셨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 온몸이 핏자국으로 물들었으며, 손과 발목에서 그리고 허리에서 피가 흘러나와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마치 톨라가 죽을 때처럼. 요나서에 나오는 벌레가 있다. 박 넝쿨을 갉아먹었던 벌레를 기억할 것이다. 이 벌레가 뜨거운 해를 가려주던 박 넝쿨을 갉아먹자 요나가 죽고 싶다고 하소연하지 않았는가? 우리 성경에는 그 벌레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벌레의 이름이 바로 톨라였다. 요나서에 나오는 벌레가 박 넝쿨을 갉아먹었듯이, 톨라도 나무나 풀의 줄기에 서식하며 거기에서 영양분을 흡수한다. “네가 포도원을 심고 다스릴찌라도 벌레가 먹으므로 포도를 따지 못하고 포도주를 마시지 못할 것이며”(신28:39). 여기 나오는 벌레도 톨라이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니라”(사41:14). 여기 나오는 지렁이를 개정판에서는 버러지로, 새번역에서는 지렁이로 번역하였다. 히브리어에는 톨라로 되어 있다. 톨라는 위에서 말한 대로 일반적인 벌레가 아니라 특정한 벌레의 이름이다. 톨라를 지렁이로 번역했는데, 지렁이와 톨라는 전혀 다른 벌레이다. 야곱을 지렁이로 비유했는데, 많은 설교자들이 지렁이와 야곱의 공통점을 찾아서 설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렁이는 육성을 지닌 인간성을 상징한다. 지렁이는 시궁창이나 땅 속에서 흙을 먹고 살며 하늘을 보거나 햇빛을 받으면 말라 죽는다. 그것은 꿈도 이상도 없다는 것이다. 지렁이는 눈도 코도 없고 손발도 없이 천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무지하고 무력하여 오던 길을 자꾸 되돌아가고 누가 와서 밟아도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꿈틀거리는 것밖에 없다. 야곱이 젊어서는 휘청거렸다. 지렁이 같은 야곱이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 후반은 하나님을 향하여 똑바로 걸었다.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결국 그는 지렁이 같은 야곱에서 지팡이 같은 곧은 길을 걸었던 것이다. 연체동물이라 스스로 직립하지 못하는 지렁이. 우리는 그 지렁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부패한 육성으로 인해 주님의 도움 없이는 빛 가운데 살 수 없는 연약한 존대이다. 지렁이는 뼈도 가시도 없다. 성도는 그래야 한다. 지렁이는 남을 해칠 능력이 전혀 없다. 성도들도 지렁이처럼 남을 헤쳐서는 안된다. 지렁이는 자신을 보호할 기능이 전혀 없다. 우리도 지렁이와 같은 존재라 하나님의 도우심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톨라는 지렁이와 전혀 다른 벌레이다. 땅에 기어 다니지 않고 나무에 붙어산다. 때로는 날기도 한다. 연체동물이 아니다. 뼈가 있다. 흐물대지 않는다. 패각충 또는 개각충에 속한 벌레이다. 욥기에서도 인생을 벌레에 비유한다. “하물며 벌레인 사람, 구더기 인생이랴”(욥25:6). 영어 성경에서는 모두 구더기를 벌레(worm)라고 옮겼다. 여기 나오는 구더기도 사실은 톨라이다. 톨라와 구더기는 완전히 다른 벌레이다. 그런데 구더기로 옮겼다. jinhlee1004@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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