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다

우린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다

[네팔 사람들은 지난해 4월 25일 규모 7.8을 기록하며 카트만두 계곡을 뒤흔든 고르카 지진이 토요일 아침에 발생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그 농촌 지역의 아이들은 그날 학교가 아니라 마을에 있었고 주민 거의 모두 밭에서 일하거나 놀고 있었다. 땅이 우르릉거리며 요동치자 그들은 몸을 가누지 못해 땅에 무릎을 꿇고 계곡 건너 집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혼비백산했다. 흔들림이 그치자 그들은 언덕을 깎아 만든 길을 따라 집으로 달려갔다. 수년에 걸쳐 진흙과 돌로 공들여 지은 집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네팔 내무부에 따르면 그날 무너진 집이 60만 채가 넘었다(그중 약 30만 채는 부분 파손됐다). 사망자는 약 9000명으로 극심한 건물 피해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아이티의 2010년 지진에선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네팔 사람들은 신의 가호에 감사하며 다 잊고 새로운 삶을 꾸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파손된 도로는 정비됐고 가게도 다시 문을 열었다. 수도 카트만두의 러시아워는 다시 교통지옥으로 변했고 공기는 숨 쉬기 곤란할 정도로 매연이 심하다. 그러나 무너진 건물 대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자리에 첨단 내진 건물은 아직 올라가지 못했다. 집을 잃은 네팔인 가족 대다수는 지금도 골함석과 플라스틱 방수포 등 구할 수 있는 자재로 지은 위태로운 임시 거처에서 지낸다. 뉴스위크는 네팔 현지 보도를 통해 아직까지도 본격적인 재건이나 구호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보도했다(ONE YEAR AFTER A DEVASTATING EARTHQUAKE, NEPAL IS STILL IN RUINS ).]

원래 계획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후 몇 달 동안 건축 자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람들은 방수포 천막 아래 지내면서 식품과 옷 같은 생필품을 확보하기에 바빴다. 대다수는 집만이 아니라 가진 것도 전부 잃었다. 네팔 정부는 신속히 피해를 파악하고 집을 잃은 가구에 우선 1만5000루피(네팔 루피, 약150달러)를 지급했다. 6개월 뒤 지진 생존자들이 여전히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상황에서 겨울이 닥쳐오자 네팔 정부는 이재민이 담요와 방한복을 구입하도록 가구 당 1만 루피를 추가 지급했다. 정부는 주택 재건 보조금으로 20만 루피(약210달러)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했다. 바즈라바라히의 임시 거처에 사는 테즈쿠마티 나가르코티(52·여)는 “공무원들이 이곳에 들락거리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없다. 우린 아무 것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언덕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지진 발생 전 집이 약 120채 있었지만 지금 서 있는 집은 서너 채뿐이다.

나가르코티에 따르면 한동안 동네 사람들은 관청에 자주 찾아가서 재정 보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두 달 전에 그만뒀다. 공무원들의 답변이 언제나 “나중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포기했다고 통역자가 전했다. 보조금이 나온다고 해도 정부가 새로 제정한 건축 법규에 맞게 집을 지으려면 가장 비용을 적게 들여도 50만 루피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보조금의 2배가 넘는다. 이 지역의 옛 집들은 대부분 2층짜리 건물로 상당히 안락했다. 그러나 새로 지은 임시 거처는 함석 벽으로 여름엔 불가마, 겨울엔 냉장고가 된다. 한 여성은 담요 3장을 두르고 자지만 밤새 추위에 떤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는 밤을 무서워한다. 나가르코트의 단칸 임시 거처에 사는 프라프티 타망(24·여)은 “밤에 술 취한 사람이 들어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섯 살짜리 아들과 자물쇠도 없고 함석으로 지은 집에 산다. “문이 약해 마음먹으면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다.” 그녀는 성폭행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지진이 나기 전부터 타망의 남편은 카타르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부쳐줬다. 네팔에선 그런 가정이 흔하다. 네팔인 200만 명 이상이 해외에서 일한다. 나가르코트의 이재민촌 11동에는 12가구가 산다. 그중 6가구의 가장이 수천㎞ 떨어진 타지에서 일한다. 네팔의 다른 지역에선 새로운 동네가 형성됐다. 락스만과 하리야마 공가는 바크타푸르 시의 5층짜리 집에서 아들딸·손주들과 함께 살며 1층에 낸 가게를 운영했다. 지금 그들은 리발리 국제 이재민촌에서 60여 가족과 함께 지낸다. 화물선 컨테이너처럼 단칸 함석집이 맞붙어 있다. 한 집에 최대 6명이 거주한다. 공가 가족의 일부는 함께 지내지만 나머지는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가운데는 아이들이 노는 마당이 있다. 함석집 하나는 공동 부엌이다. 여러 가족이 서로 도우며 물을 길어오고 해어진 담요를 깁고 식량을 얻어온다.

주민에 따르면 리발디 국제 이재민촌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물과 위생시설 부족이다. 이재민촌 운영위원회의 나라얀 프라사드 카이투 대표는 “첫 3개월 동안은 시청에서 식수를 공급했지만 연료가 떨어지면서 그마저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식수를 구하려면 그곳을 떠나 인근의 친구나 친척 집의 수도를 사용하거나 15-20분 걸어서 주 1회 1시간씩 식수가 공급되는 공용 수도에 가야 한다. 추정에 따르면 이재민 약 11만7000명이 이런 임시 거처에서 생활한다.

네팔 전역에 식수난이 심각하다. 정부에 따르면 지진으로 수도관 약 5200곳, 화장실 22만 곳이 파손됐다. 일부는 수조에 금이 갔거나 수도관이 파열됐다. 다른 곳에선 지각의 이동으로 지하수와 하천의 수위가 달라져 수원지가 갑자기 사라졌다. 현재 약 114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지속적으로 공급 받지 못한다. 또 104만 명은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네팔 전역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네팔 국가기획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완전한 복구에 66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도 극심하다. 지난해 4월 지진이 덮쳤을 당시 네팔은 임시 헌법으로 통치됐다. 지난해 9월 헌법이 최종 발효됐지만 즉시 반발을 샀다. 일부 소수민족이 헌법에서 소외당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위가 시작됐다. 그에 따라 네팔-인도 국경 검문소가 봉쇄되면서 네팔 전역에서 연료가 부족해 물가가 더욱 치솟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네팔지부장 피파 브래드포드는 “전국적으로 식품 가격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지진 피해가 큰 지역의 시장과 시장 접근은 정상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언덕 마을 바즈라바하리에선 지진이 발생하기 전 500루피였던 쌀 한 자루가 지금은 1800루피로 크게 올랐다.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다른 나라의 경험을 봐도 별로 고무적이지 않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건축환경리스크센터의 소 에밀리 소장에 따르면 2005년 큰 지진이 났던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경우 복구가 너무 더뎌 주민 다수는 희망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아이티에선 2010년 대지진 후 135억 이상의 전례 없는 구호금이 쏟아졌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인 재건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미국에서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지 약 7년이 지난 2012년 7월이 돼서야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이재민 임시 거처가 철거됐다. 네팔의 지진 복구 작업은 국가재건공사(NRA)가 주도한다. 41억 달러에 이르는 국제 구호자금과 기부금을 감독하고 배분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기관이다. NRA는 일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많은 비난을 샀다. 그러나 NRA만 탓할 순 없다. 지난해 말 취임한 수실 그야왈리 NRA 대표는 “이 기구를 만드는데 6개월 이상 걸렸고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필요한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마침내 네팔 정부가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집을 잃은 사람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57만 가구에서 약 77만 가구로 껑충 뛰었다). NRA는 실사를 하느라 또 시간을 보냈다.

주민들은 더 기다릴 수 없었다. 그들은 방수포보다 좀 더 나은 자재를 구해 임시로 살 집을 지었다. 제대로 된 집을 지을 만큼 돈을 모으려면 수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도진이 돌아본 마을마다 가족들은 함석집을 좀 더 낫게 만드느라 열심이었다. 기초를 다지고 벽을 보강하고 현관 위를 가리고 방을 하나 더 만들었다. 프라카시 파라줄리(31)의 가족은 지난해 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버지가 지은 3층짜리 석조 건물에 살았다. 그는 “거기서 내가 태어났다”고 말했다. “집이 무너졌을 때 난 대성통곡했다. 내가 입고 있던 옷만 남았다. 나는 거의 일주일을 울부짖었다. 하지만 텐트 아래서 계속 살 순 없다.” 그래서 그는 진흙으로 토대를 높이고 테라스와 작은 텃밭을 만들고 나무 서까래로 지지되는 지붕을 덮고 멋진 페인트도 칠했다.

그러나 아무리 꾸며도 구조가 허약한 집이라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막아내지 못한다. 그의 아내 사비타(31)는 “폭풍이 닥칠 때마다 두렵다”고 말했다. 딸 프라프티(10)는 자주 악몽으로 울며 깨어난다. 여진도 400차례 이상 계속됐다. 그들은 임시로 지은 집이 허약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너무 무섭다. 지진이 또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