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우리가 극심한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의 삶이 그야말로 뒤집혀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상실의 사건은 너무나 뜻밖에 찾아와서,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그 충격을 겪게 됩니다.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로 죽거나,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집이나 사업체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배우자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평생 동안 섬겨온 교회를 쫓기듯 떠나야하는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그 상실이 우리가 예상한 것이든 충격적인 것이든, 상실의 크기가 크던 작던, 그 상실은 우리 마음 안에 큰 구멍을 남기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중요한 사람이나 혹은 중요한 재산을 잃어버렸을 때, 절대적인 고독감이 엄습해옵니다.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이 고독감으로 인해 하나님은 나의 이런 고통과 신음을 알고 듣고 계신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하나님은 과연 존재하시는지 회의가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이러한 애통함 혹은 애도함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애통해함이란 극심한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하지만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는 사람에 대해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도함은 그 과정만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또한 그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애도는 가끔 너무 지나친 것 같을 때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일 때도 있지만, 결코 그 과정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이 애도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평강과 소망을 발견하게 하십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 도다”(시편34:18). 애통해하는 시간은 어떤 점에선 상당히 혼란스러운 기간입니다. 애통함 속에 있는 사람은 종종 자신의 감정이 약간 비정상적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애통함에 젖어 있는 두 사람이 반드시 동일한 변화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과정들을 체험한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상실의 사건이 발생하면 마음의 준비에 관계없이 일단 충격(Shock)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조금씩 순서는 다르지만 이 과정들을 지나가게 됩니다. 이 애도의 과정들과 그 특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인(Denial): 상실당한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당사자는 “아니야 이건 꿈일 꺼야, 그럴 리 없어” 혹은 “사람은 어차피 다 죽잖아, 난 괜찮아” 등 상실과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려는 단계. 2. 보상(Bargaining): 상실의 공백과 고통에서 도피하듯 일시나마 자기 보상을 시도하면서 무의미한 쉬운 대안을 찾아보려고 하는 단계. 3. 분노(Anger): 자신 혹은 제3자를 탓하며 분노하는 단계로, 신자일지라도 심지어 교회와 하나님을 원망하고 하나님을 향한 분노가 지속되는 단계. 4. 우울(Depression): 상실이 결코 바뀔 수 없는 영원한 사실이라는 걸 깨닫게 됨으로써, 극도의 슬픔, 공허감과 고독 속으로 빠져 버리는 단계. 5. 수용(Acceptance): 상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단계로, 모든 현실이 상실 전으로는 절대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자신의 삶에서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가는 길을 찾아가는 단계. 때로 애도자는 상실의 충격과 함께 감정의 무감각 상태를 경험하기도 하며,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위의 모든 감정의 단계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단계지만, 애도자가 어느 한 단계에서 지나치게 오래 머물 경우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애도자 옆에 위로자가 함께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5:4). tds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