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Washing 의 덫을 피하라

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최근 며칠간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연쇄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도미노 강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과 에콰도르 등이 속한 환태평양 조산대는 동남아시아 국가,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여러 섬, 북미와 남미 해안 지역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로 ‘불의 고리’라 불리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여기에 몰려 있고, 전 세계 지진의 80-9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11년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한 이후 동 일본 대지진(규모 9.0)이 일어났었는데, 이 때문에 최근 지진들이 잇따르면서 대규모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왜 이러한 지진이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하는가이다. 뛰어난 영국 화산 학자인 빌 맥과이어 박사는 아주 작은 기온의 변화도 행성의 지각 내부에서 화산과 지진 활동을 유발시킬 수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최근에 언급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과 그린란드 등의 지역에서 급속한 해빙현상이 일어나면서 지구 표면에 압력이 제거되어 반동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유엔과 과학자들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열 개의 재난 중 아홉 개가 지구 온난화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한다. 지구 온난화가 몰고 올 위기를 간파한 유엔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앞 다투어 자연 생태계 유지, 보존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경제정책들을 쏟아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기업들은 발 빠르게 '유기농', '친환경', '녹색성장'이란 말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며 소비자들을 미혹하지만 실제 친환경적인지는 의문이 많다는 것이다.

‘유기농 원료 95% 함유 치즈’ ‘피톤치드 성분이 풍부한 솔잎 추출물이 들어 있는 치약’ ‘물 대신 에코서트 인증 솔잎수를 100% 사용한 내추럴 보습 크림’ 등등. 한국산 생필품 겉표지에 적힌 제품 설명들이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 이 제품들이 내세운 친환경 성분은 허위 또는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치즈의 95%를 구성한다는 유기농 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치약에 솔잎 추출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도 에코서트(국제유기농인증협회) 인증 재료를 썼다고 하는데 해당 인증 표시는 제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기업이 스스로 만든 초록색 마크들을 사용하여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를 '그린 와싱'(Green washing)이라고 하는데 친환경적(Green)인 것처럼 세탁(washing)하는 거짓행위라는 것이다. 처녀림의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그 두 배가 되는 나무 묘목을 심는다 해도 이미 사라진 풍부한 생물학적 다양성은 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종의 멸종이 종의 생성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생태적 위기상황에서 '친환경',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사실상 생태계의 파괴를 위장하는 또 다른 속임수에 불과한 용어이다.

아담의 타락 이후 무화과 나무잎으로 인간의 부끄러움을 가리고자 했던(창3:7), 인류 문명의 시초는 어쩌면 ‘그린 와싱’의 모판인지도 모른다. 가깝게는 18C말, 영국에서 시작되어 세계 근대화의 촉매가 되었던 산업혁명 이후 공업은 물론, 농업, 임업, 축산업, 심지어 수산업조차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급속도로 전락해가는 피조물의 탄식과 고통을 목도하면서 인류 문명이 점점 발전해간다고 호도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황폐해져가는 그린 와싱의 덫을 보게 되는 것이다. 세속 욕망으로 가득한 인류 문명을 향하여 "소유냐, 존재냐"를 외쳤던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의 탄식이나, 도시문명의 안일함에 젖어가는 현대인들을 향해 '가인의 후예'로 명명한 자크 엘룰의 지적은 어쩌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지구촌 구석구석에 나타나는 생태계 파괴에 따른 피조계의 탄식과 고통의 모습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지질학적 문제도 아니요, 지구를 둘러싼 환경 공학적 문제만도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파괴에 따른 첫째 아담과 둘째 아담의 인류학적 문제로 지적한 사도바울의 통찰력(롬8:18-23)은 아주 놀라운 하나님의 계시이다.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현대 문명의 바벨탑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시킬 때에(고후10:5) 모든 피조물의 탄식과 고통이 치유되며 피조물의 구속, 곧 진정한 생명의 역사,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이 일어날 것이리라. 편리함과 만족, 행복으로 위장된 그린 와싱(Green washing)의 덫을 피하고 그리스도께로 나아가자. 이 길만이 탄식하는 인류문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의 길이요 복음이기 때문이다. johndjc@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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