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족 청년무슬림들 현실불만, 영웅심리서 비롯!

펑크족 청년무슬림들 현실불만, 영웅심리서 비롯!

[지난 3월 22일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사망하고 약 300명이 부상했다. 사실 전혀 예상 밖의 테러공격은 아니었다. 벨기에는 시리아로 가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해 싸운 뒤 돌아오는 젊은 무슬림의 온상이다.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들은 언제 테러를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러나 종전의 극단주의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과거의 알카에다도 아니고 심지어 진정한 IS도 아닌 ‘뉴에이지 킬러’다. 그들을 IS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협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IS의 선전만 도와주는 셈이다. 그들 대다수는 2001년 9·11테러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질 때 어린이였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지금은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늘 지켜보면서 성장했다. 이슬람에 관한 지식도 별로 없다. 열성적인 이슬람주의자라기보다 겉멋만 든 지하디(성전주의자)다. 정보 전문가들은 그들을 ‘지하디 쿨’이라 부르며 라이프스타일로 ‘팝-지하드’를 추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뉴스위크지는 보도했다(Belgium’s New Extremists: As Shallow as They Are Deadly: The old-line extremist networks have no connection to today's “jihadist cool” aficionados).]

그들은 친구 집이나 최근 해체된 무슬림 급진조직 ‘벨기에를 위한 샤리아(Sharia4Belgium)’에서 서로 어울리며, 초대받아야만 참여할 수 있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온라인으로 대화한다. 그들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보다 미국 래퍼로 이름을 날린 투팍 샤커를 더 잘 안다. 성전을 위해 시리아로 가는 벨기에 무슬림은 SNS에서 20년 전 총격으로 사망한 샤커를 숭배하며, 미국 도심의 척박한 삶에 관한 그의 가사에서 동질성을 느낀다. 고유한 랩 음악도 즐기며 젊은 무슬림 사이에서 인기 있는 옷차림을 좋아하는 그들은 시리아에서 중동의 전통적인 눈화장(‘콜’이라고 부른다)을 하고 찍은 셀카를 친구들에게 보낸다.

수염을 길게 기르고 코란을 든 학구적인 독실한 무슬림과는 판이하다는 얘기다. 그들에겐 지하디나 급진 이슬람주의자로 불리는 것이 최고의 찬사다. 그러나 지하디즘이나 이슬람주의를 제대로 모른다. 다른 시기나 다른 상황이라면 그들은 ‘루저’나 ‘자아도취에 빠진 불량 청년’ 정도로 불릴 것이다. 그처럼 제멋에 빠진 얄팍한 이슬람주의자가 지금 유럽을 위협한다. 유럽 국가들은 급진 원리주의 세계에 현혹된 무슬림을 대상으로 탈급진화 프로그램을 실시하지만 그들에겐 그런 교육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이슬람을 거의 모르는 무슬림을 재교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14년 8월 IS에 합류하려고 시리아로 떠나기 직전 ‘초보자를 위한 이슬람’과 ‘초보자를 위한 코란’을 구입한 영국인 무슬림 2명이 좋은 예다.

시리아로 건너가 IS와 함께 싸운 유럽의 젊은 무슬림은 섬뜩할 정도로 많다. 최근 정보에 따르면 5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중 벨기에 출신이 약 470명이다. 유럽연합(EU)에서 인구 1인당으로 따져 최다 국가다. 그러나 전체 숫자로만 보면 프랑스가 약 1700명으로 가장 많다. 무엇이 그들을 급진 이슬람의 잔혹한 문화로 밀어 넣을까? 정보 관리들에 따르면 ‘또래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과 ‘람보 갈망증’이 그 답이다.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사실 웃기는 얘기다. EU 법집행기관 유로폴은 지난 1월 18일자 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외국인 IS 전사의 경우 대원 모집과 급진화 과정의 종교적인 요소가 ‘또래 압력’이나 ‘역할 모델’ 같은 사회적인 요소로 대체된다. 또 개인적인 믿음도 관련 있지만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역사의 일부가 된다는 낭만적인 생각도 그에 못지않다.”

유럽 젊은 무슬림의 급진화와 테러리스트화를 막으려면, 그런 변화의 배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슬람 급진주의 열성분자와 ‘팝-지하디’를 구별하지 못하는 허풍쟁이 정치인은 그 같은 변화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노력을 두고 테러리스트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과 같다고 격분한다. 그런 주장은 무지한 사람에겐 잘 먹히지만 정보 관리들을 분노케 한다. IS의 지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훈련을 받고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펑크족에 불과한데도 그들을 ‘IS’라고 선포하면 IS는 거대한 세력으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더 올라간다. 실제보다 더 강하다는 오해를 일으킬 뿐이다. 그럴 경우 그들은 모험과 관심을 원하는 젊은 무슬림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IS가 사전에 자신들이 전혀 몰랐던 공격을 두고도 자신들이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살의에 찬 ‘지하디 쿨’ 추종자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은 뭘까? 외국 정보기관들은 시리아에서 싸운 뒤 돌아온 유럽 무슬림과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 중 약 20%가 중동으로 떠나기 전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추정한다. 전과자 비율도 상당히 높다. 또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척박해진 동네 출신이다.

브뤼셀의 테러범들은 ‘팝 지하디’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웃에 따르면 자폭테러범 아브라힘 엘 바크라위와 동생 칼리드는 독실한 무슬림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과가 있었고 브뤼셀 부근의 험한 동네에서 성장했다. 브뤼셀 자벤템 공항에서 폭탄을 터뜨리기 직전에 감시 카메라에 찍힌 형 바크라위와 다른 극단주의자 2명의 모습은 그들이 이슬람을 잘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모두 옷차림이 단정치 못했고, 2명은 이발을 하지 않아 머리가 무성했으며, 적어도 1명은 콧수염이 제멋대로 자란 상태였다.

반면 9·11 비행기 납치범을 포함해 무슬림 전통을 잘 아는 자폭테러리스트들은 공격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면서 반드시 정결의식을 행한다. 머리와 콧수염, 턱수염을 단정하게 깎고 면도를 깨끗이 하며 목욕재계에 손발톱도 정성껏 다듬는다. 이슬람의 가르침대로 천국에 갈 때는 몸을 깨끗이 정화한다는 의미다. 이슬람에 정통한 자폭 지하디는 이런 정결의식을 통해 알라에게 예를 갖추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믿는다. 벨기에 겐트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 리크 쿨새트는 최근 벨기에에 이처럼 이슬람을 잘 모르는 무슬림 극단주의 하부문화가 생겨나게 된 환경을 연구했다. 암울한 노동시장에 직면한 벨기에의 젊은이는 다른 EU 회원국에 비해 자살률과 고교 중퇴율이 높다. 그는 “벨기에의 청년 대표들은 최근 많은 젊은이가 활기와 희망을 잃고 우울증에 빠졌음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정보 분석가들에 따르면, IS 팬이 된 유럽의 무슬림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 민간 정보분석·안보 전문업체 수판그룹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예민한 청소년 집단이 목적의식이나 소속감 없이 몰려다니는 곳에선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IS에 포섭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무슬림이 IS 이념에 빠지는 현상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감염자 곁에 있으면 같은 병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브뤼셀의 이민자 구역인 몰렌벡을 시리아에 다녀온 젊은 무슬림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따라서 브뤼셀 테러 수사가 곧바로 몰렌벡의 용의자 추적으로 이어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정보 관리들은 누구보다도 그런 사실을 잘 안다. 벨기에 당국은 몰렌벡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거주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 25일 유로폴은 테러공격 위협 수위가 10년 만에 최고에 이르렀다며 대도시 심장부의 ‘소프트 타깃(일상 공간의 민간인)’을 노리는 공격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프랑스와 벨기에를 지목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잘 안다고 해도 종교적 열성분자가 아닌 새로운 부류의 이슬람주의 팬이 감행하는 테러공격은 저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알카에다처럼 지휘체계가 확실한 조직이 아니라 서로 비슷한 성향을 갖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작은 세포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들 다수는 시리아에 가서 IS로부터 전술을 배운 뒤 귀국한다. 총과 사제 폭탄, 명성을 얻고 싶은 욕구만 있으면 ‘루저’가 친구와 동료 사이에서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세계는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그들의 공격을 IS 소행이라고 몰아붙인다. 지도부가 알지도 못했던 공격을 감행했다는 찬사를 받으면서 IS는 불우 청소년들에게 더 잘 먹히게 되고 그런 인기로 더 많은 팬을 끌어들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카에다를 상대할 때 필요한 군사전술과는 아주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이 단지 공습 같은 무력으로 IS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서방 국가들이 자국의 특정 구역(예를 들면 브뤼셀의 몰렌벡) 공습을 원치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보다는 정보원과 위장 잠입을 동원한 수사와 유럽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는 경제적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허풍 떠는 정치인과 논평가들은 계속 무지하게 유럽의 ‘팝 지하디’ 현상이 문명의 충돌이라고 외치고, IS가 통제하는 네트워크가 거대하다고 대중을 겁주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차분한 해결책을 무시하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 서방은 람보가 되고 싶은 소수의 자국민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도 ‘액션 히어로’처럼 대응하려는 정치인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사진설명: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가 브뤼셀의 몰렌벡에서 무장경찰에게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