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 나귀주일!

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어제는 여리고에서 하루 종일 올라오시느라 피곤하였지만, 밤에 푹 쉬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피곤이 풀리셨을 것이다. 아침부터 피곤해서 나귀를 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항상 걸어다시던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구약에는 메시아가 오실 때 두 가지 방법으로 오신다고 예언되어 있다. 하나는 스가랴의 예언대로 나귀를 타고 오시는 것이고(슥9:9), 또 하나는 다니엘의 예언대로 구름을 타고 오시는 것이다(단7:13). 랍비들은 사람들이 메시아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구름을 타고 영광 중에 오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나귀를 타고 초라한 모습으로 오실 것이라고 가르쳤다(탈무드, Sanhedrin 98a). 랍비들의 가르침대로 세상은 메시아이신 예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배척하고 십자가에 못 박았던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오신 예수님은 초라한 모습으로 새끼 나귀를 타고 오셨지만, 다시 오실 예수님은 영광 중에 구름 타고 천사들과 함께 오실 것이다(마24:30-31; 살전4:16). 그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볼 것이며,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실 것이다.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다고 해서 ‘종려주일’이라고 불러왔는데,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종려나무보다 나귀와 훨씬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종려나무 가지는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잘못 오해해서 흔든 것뿐이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든 것은 예언의 성취도 아니고, 예수가 메시아임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하던 군중들은 며칠이 못가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다. 그들은 예수가 그들의 왕이 되어 로마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줄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독립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어대면서 예수님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자 그에게 실망해서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오해하고 있었다. 예수님에게 잘못된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어댔던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이 타고 들어오신 나귀를 바라보아야지, 그들이 흔들어댔던 종려나무 가지를 바라보면 안된다.

구약을 보면 메시아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개선장군처럼 승전가를 부르며 늠름하게 말을 타고 들어오지 않고 어린 나귀를 타고 들어오실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슥9:9). 예수님은 지금 그 예언을 이루시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타신 나귀는 바로 자기 위에 타고 계신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든 종려나무 가지가 예수님이 메시아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타신 나귀가 메시아임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종려주일 성경본문(마21:1-11; 막11:1-11; 눅29:28-40)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든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들어오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종려주일보다는 ‘나귀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종려주일’이라는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종려나무 가지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종려나무 가지가 아니라, 예수님을 태우고 가는 나귀이다.

예수님은 고난당하시고 자신을 우리를 위한 속죄 제물로 바치기 위해 겸손한 모습으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셨는데, 구약에도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온 사람들이 나온다. 바로 아브라함과 이삭이다. 그들은 브엘세바에서 나귀를 타고 사흘 길을 왔다. 하나님께 이삭을 바치기 위해서 나귀를 타고 왔던 것이다.

예수님도 예루살렘에 나귀를 타고 들어오셨다. 이삭도 예루살렘에 나귀를 타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왜 예루살렘에 왔는가? 이삭도 예루살렘에 제물로 드려지기 위해 온 것이고, 예수님도 예루살렘에 제물로 드려지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오셨다. 생각해보라. 예수님은 갈릴 리가 주요 활동무대였다. 1년에 한 차례씩만 예루살렘에 올라가고 다른 때는 항상 갈릴리에서 활동하셨다. 그런 예수님이 왜 예루살렘에 올라와서 죽으셨는가? 하나님 앞에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올라오셨던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에서만 제물이 바쳐졌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2천년 전에 예수님은 하나님 앞에 속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예루살렘 성에 나귀를 타고 들어오셨는데, 그보다 2천년 전에 이삭도 하나님 앞에 제물로 바치기 위해 예루살렘 성에 나귀를 타고 왔던 것이다. jinhlee1004@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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