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쿠르즈 신앙, 복음보단 건국 당시 미국 재건하는 것

T. 쿠르즈 신앙, 복음보단 건국 당시 미국 재건하는 것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정치가다. 워싱턴 입성 불과 3년, 44세 젊은 초선 상원의원으로 그만큼 강렬한 애증의 대상이 된 경우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기득권층에 대한 도전과 저항으로 상원에선 ‘가장 미움 받는’ 왕따가 됐고, 풀뿌리 표심을 사로잡는 강력한 호소력으로 강경보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전투적이다. 공화당 지도부의 초당적 타협 추진을 “물러터진 중도”라고 거부한다. 비상한 두뇌와 뛰어난 웅변으로 극우 선동가이자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파괴적이고 근시안적 극단주의 전략을 서슴지 않고 구사해 동료의원들을 아연케 하는가하면 당 지도부의 눈 밖에 난지도 오래다. 오바마케어 시행저지를 노려 21시간 필러버스터(의회에서 법안의 통과·의결 등을 막기 위한 오랜 시간의 발언, 유회(流會), 산회(散會)의 동의, 불신임안 제출, 투표의 지연을 꾀하는 것)를 감행하며 의회의 발목을 잡았고, 2013년 정부 폐쇄사태의 주모자로 활약했다. 16일간의 정부폐쇄로 공화당의 이미지는 훼손되고 지지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만 크루즈 개인은 기성정치에 염증 느낀 보수 유권자에 뜨겁게 어필하며 인기가 급등했다. 특히 크루즈는 ‘2016년 대선에서 강경보수라는 성향과 함께 소위 “종교적 우익”선상에 있는 크리스천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이 돼, 미국을 다시 “언덕위에 빛나는 도시”로 재건해야한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크리스처니티투데이(CT)는 쿠바 이민자 목회자 아버지를 둔 크루즈의 신학(The Theology of Ted Cruz: Questions raised by the candidate’s God-and-country vision)이란 존 피(John Fea, 펜실베이니아 메카니스버그 메시야칼리지 미국역사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해준다.]

테드 크루즈는 2016 대선 프라이머리가 시작되기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뷰포트커뮤니티바이블 교회에서 설교(?)를 하게 된다. 동 교회 담임인 칼 브로기 목사는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강사로 서게 된 크루즈를 회중에게 소개한다. 한마디로, 크루즈는 “성경의 사람”이라고…. 그러나 크루즈는 성경을 읽지 않고, 설교 도중 성경 말씀 몇몇 구절들을 인용했다. 그 말씀들은 주일예배에 참석한 영혼들의 영적 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말씀들이라기보다는, 미합중국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말씀들이었다. 바로 복음이 빠진 ‘그루터기’와 같은 연설이었을 뿐 설교가 아니었다. 텍사스 상원의원의 메시지는 거의 400년 동안이나 미국인들이 생각해온 성경과 조국의 운명을 융합한 핵심이다. 청교도인 존 윈트롭(John Winthrop)이 매사추세츠 베이 칼러니에서 건국될 미국을 “언덕위의 도시”라고 외친 후부터,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하나님이 선택하신 백성 즉 “특별한 운명을 가진 새로운 이스라엘”로 여겨왔다. 크루즈는 복음주의적 하부문화 안에서 자라왔다. 모태 신앙으로 성경을 배우면서 성장했고 휴스턴에 있는 학교(Second Baptist School)에서 신앙과 학문을 통합시켜야 한다고 배웠다.

크루즈의 주일 메시지는 바로 1980년대 미국 사회를 강타한 “하나님과 조국(미국)”의 탄생 또는 건국 설화의 산물이다. 당시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대거 공화당원으로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본격적인 문화 전쟁을 벌였다. 크루즈는 이번 공화당 예비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바로 이러한 종교적 우익 즉 제리 팔웰, 펫 로버트손과 같은 리더들이 사용했던 웅변 수사법을 완전하게 사용하고 있다. 크루즈는 크리스천이자 미국인으로서 종교적 우익의 힘이 정점에 달했던 시대에 성년을 맞이하게 된다. 커뮤니티바이블교회 설교에서 그는 가족, 아버지 라파엘 목사에게 역사하신 하나님을 간증했다. 라파엘 크루즈 목사가 쿠바에서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를 비판하는 목회자로 미국까지 이민을 오게 된 과정 속에 역사하신 하나님은 바로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며 알코올 중독에 깨어진 가족을 다시 하나되게 하는 복음의 능력이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라파엘을 구원하셨고, 따라서 테드 크루즈는 복음주의적 하부 문화 안에서 성장하게 됐다. 크루즈 가족이 미국 복음주의로 동화되면서, 쿠바 이민자로서 라파엘은 자신이 믿고 있는 미국 건국의 가치들과 이상들 안에서 동화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조숙했던 테드는 결국 이러한 아버지의 염원을 결행하고 실현시키는 의무를 짊어지게 된다. 10대에 그는 미연방헌법을 토씨하나 안 틀릴 정도로 암기해, 텍사스 지역을 돌면서 시민들의 정치 모임들이나 애국심을 고취하고 함양하는 자리들에 나가 낭독하면서, 미국을 연방헌법에 담겨진 원리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그룹(the “Constitutional Corroborators”)과 연계돼 1992년 프린스턴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다. 크루즈의 기독교적 세계관은 항상 그가 연설할 때마다 분명하게 전달된다. 따라서 그의 대선 캠페인은 한마디로 미국의 영광과 정신을 되찾자는 것이다(reclamation project). 그래서 그는 예비 경선 연설에서 “회복하자”, “돌아가자”, 또는 “유대-크리스천 가치들”라는 어휘들을 사용해, 미국이 다시 “미국의 건국이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크루즈의 대선 캠페인 즉 “미국은 다시 건국 당시로 돌아가야 하고 그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는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정체성은 바로 복음주의적 역사학자들(Mark Noll, George Marsden, Thomas Kidd)에 의해서 이미 검증됐다. 그러나 크루즈는 이러한 정체성을 계속 증진시키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의무라고 여긴다. 따라서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건국됐다는 것은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초석으로, 바로 회복해야하고 돌아가서 다시 찾아야 하는 미국인들의 영혼인 것이다. 크루즈는 더 나아가서 미국 문화가 유대-기독교적 가치들로 온전히 물들었던 시대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는 1950년대 즉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시대로, 공립학교들에서 기도와 성경 읽기가 행해지고, 백인 중산층 기독교 가족 가치들로 충만했던 당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아버지 라파엘 목사나, 종교적 우익의 다른 문화전쟁의 군사들처럼, 그는 크리스천들이 미국 문화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즉 미디어, 허리우드와 같은 연예산업, 교육, 정치에서 크리스천 일색으로 하나 된 가치로 미국이 회복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바로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건국됐지만, 이제는 그 가치들을 잃어버렸고 따라서 다시 회복하고 재건해야만 하는 시점에 미국이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독교적 재건주의(회복주의)는 역시 역사학자들(Barry Hankins, Neil J. Young, and Daniel K. Williams)에 의해 연구됐고, 바로 종교적 우익을 태동하게 하여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게 한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그러나 크루즈가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역설하는 회복이나 재건은 미국의 최근 역사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미국이 “언덕 위에서 빛나는 도시”는 바로 종교적 우익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이다. 레이건은 ‘언덕 위에서 빛나는 도시’라는 표현을 종종 미국의 특별한 운명을 지칭할 때 사용했다. 따라서 레이건은 크루즈에게 정치적 영웅이자 멘토이고, 많은 다른 복음주의자들에게는 레이건 재임 시절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고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크루즈의 회복과 재건 계획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크리스천은 국민으로서 반드시 미국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직시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이 소돔과 고모라를 향해 가고 있고, 사회주의화 되고 있다(America's Slouch Towards Gomorrah, March to Socialism Can't Continue)”고 한마디로 말한다. 따라서 크리스천은 연예, 오락 문화에서 재건과 회복의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복음주의자들은 반드시 낙태를 반대하고 결혼을 온전하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크루즈는 복음주의적 기독교와 대통령 선거 정치 즉 대선 공약을 거의 완벽하게 결합시켰다

그러나 많은 복음주의자들은 동시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말 우리는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는가?” 실제로, 복음주의적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은 미국이 유대-크리스천 원리들로 건국된 것이 아니라 바로 흑인 노예들의 피와 희생으로 세워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미국은 평등과 정의의 실현이지, 크루즈 선거캠프에서 부르짖는 ‘기독교적 뿌리들’이 아니다. 또한 커뮤니티바이블교회에서 크루즈가 언급한 말씀들 중 시편 30장 5절, “그의 노염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에서 말하는 “아침”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시편 기자가 말하는 환난이나 시련 중에 오는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인지 아니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유명한 대선 공약에 등장한 “아침(Morning in America)”인지 크루즈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크루즈가 내세우는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기에 재건돼야 한다”라는 캠페인은 미국의 건국 가치 중의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인 “종교적 자유”의 수호나 보장보다 더 먼저 우선시 된다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동시에 아킬레스 힐을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복음주의자들은 크루즈가 역설하는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연설을 듣고, 연방수정헌법 1조에 따라 낙태를 반대하고 동성결혼을 반대할 수 있는 신앙이나 양심의 자유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그를 지지한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해보면, 크루즈가 말하는 “제 1 자유”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그가 말하는 종교적 자유는 바로 전적으로 보수적인 크리스천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크루즈는 최근 미국의 건국자들인 국부들이 정의한 종교적 자유에 대해 거의 연관이 없거나 정치적 연륜이 없는 보수적인 크리스천들로만 구성된 “종교적 자유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따라서 오늘날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미국 무슬림들의 권리 즉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들의 신앙을 누릴 수 있는 권리들에 대한 보장(?)이 이뤄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발생된다. 그러나 동 자문위원회는 아직까지 무슬림들의 종교적 자유에 대한 언급이 없다. 마지막으로,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크루즈를 지지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생명을 수호하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섰다는 의정 경력 때문이다. 그는 커뮤니티바이블교회에서 “생명은 귀중하고 존엄한 가치로,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선물입니다. 따라서 착상되는 순간부터 보호하고 지켜나가야만 합니다”라고 분명하게 낙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생명의 지킴은 테러와의 전쟁 즉 IS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융단폭격”을 동원해야한다는 생각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생명의 존엄을 말할 때, 아군과 적을 구분할 수 있는가? 물론 크루즈가 역설하는 대선 캠페인 안에서 부각되어지는 의문들은 단순하게 흑백논리로 손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시즌과 같은 선거철에 크리스천들은 신앙이 공공정책으로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