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겪어본 자, 난민 길라잡이 되다!

고난 겪어본 자, 난민 길라잡이 되다!

[집시 교회들이 동유럽과 서유럽의 접경 지역에 있는 난민들에게 식량과 의류를 제공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집시교회를 목회하는 한 목회자는 크리스처니티 투데이(CT)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매우 큰 축복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대신에 난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태도가 우리 집시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입니다.” 따라서 CT는 그리스에서 크로티아까지의 여정과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는 크리스천 집시들의 활약상과 교회 성장을 소개한다(Refugees on the Roma Road: In Europe, Christian ‘gypsies’ best understand those fleeing Syria and Iraq).]

알렉산다르 수보틴은 난민들을 만나게 되기 몇 달 전에 꿈을 꾸었다. 31세의 집시 목사인 수보틴은 꿈에 기차역에서 걸어 나오는 무리를 보았다.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이 도와야 할 사람들임을 직감했다. 수보틴 목사는 지난 가을 세르비아 북부 칸지야(kanjiza)에 있는 난민 관리캠프에 500꾸러미의 식량을 처음으로 가져다줄 때 그 꿈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 그 난민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수보틴 목사는 말했다. 그는 집시 교회 두 곳과 15개 가정교회를 세르비아 북서부 지역에서 이끌고 있다. 그리스에서 크로아티아까지 뻗어있는 동유럽의 “난민 고속도로”(refugee highway)를 따라가는 많은 크리스천 집시들처럼 수보틴은 시리아나 이라크 등지의 위험 국가들에서 피신해 나오고 있는 가정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난민들의 처지에 수보틴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유럽에서 오랜 세월 “집시”로서 겪은 상흔을 갖고 있는 민족에 그가 속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유럽에는 약 1,100만의 집시 인구가 있다. 집시는 자기네 국가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족 그룹의 하나다. 지금 이들에게서 거대한 기독교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시 크리스천들―대부분 오순절 교인들―은 유럽의 다른 크리스천들보다 피난과 빈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더욱 깊이 이해한다. 집시들이 겪은 추방과 탄압의 역사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이 가장 최근에 입은 큰 상처는 1990년대 구-유고슬라비아와 코소보 지역에서 발발한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수많은 집시들이 난민이 된 것이다. 당시 그 지역의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집시들은 구호물품을 받는 데서 제외됐고 여권 발급도 거부당했다. 그리고 난민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부족은 그들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오늘날 동유럽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집시 공동체들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다른 민족들보다 실업‧문맹‧빈곤 비율에서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집시들은 현재 유럽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는 난민들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는 동시에 유럽을 동경하는 난민들의 마음 또한 잘 이해한다. 현재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난민들처럼, 집시들에게도 독일이라는 “약속의 땅”으로 이주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물론 다른 서유럽 국가들도 집시들에게는 최종 종착지다). 그들은 일자리, 사회적 혜택, 또는 정치적 망명(집시 목회자들은 뒤의 두 가지를 양떼에게 권장하지 않는다) 기회를 잡으려고 애쓴다. 자신들이 겪은 경험과 역사 때문에 집시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난민위기를 자신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고 있다고, 소크라트 아포스톨로프스키는 말했다. 마케도니아에서 목회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집시 교회에서 열 한 가정이 독일로 이민 가는 것을 보았다. “오랜 세월 집시들은 여러 차례 난민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그들의 세계관이 형성됐습니다.” 라드코 크라트소프가 말했다. 그는 불가리아 예수전도단(YWAM)의 집시 지도자다. 불가리아는 지난 해 터키 접경 지역에 장벽을 설치해 불법 난민 행렬을 차단했다. 집시 정체성에서 “희생자” 마인드가 드러날 때가 너무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크라트소프는 점점 더 많은 집시들이 “하나님께서 우리 집시를 창조하셔서 열방의 복이 되게 하셨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동유럽에 여전히 남아 있는 문화적 고정관념―집시는 빌붙어 사는 족속이며 정직하지 못하고 무능력한 가난뱅이―에도 불구하고, 현 난민 위기는 가난한 집시들이 그들보다 더 힘없는 난민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집시들은 난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난민들을 도운 집시들은 자신들이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준 첫 경험이었으니까요.” 존 파파도풀로스가 말했다. 그는 그리스의 두 번째 큰 도시 테살로니키 외곽에 있는 집시 교회의 목사다. “이와 같은 새로운 태도는 우리 집시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보틴 목사의 세르비아 성도들은 다들 가난하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꾼 꿈을 얘기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가세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우리는 질투하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그들에게 도움이 더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먹을 게 있고, 물과 안식처가 있으니까요.” 수보틴은 “헬프 이스턴 유럽(Help Eastern Europe)”이라는 구호단체의 파트너가 됐다. 이 단체는 집시들에 역점을 두고 있는 네덜란드 개혁교회 산하 비정규기구다. 이 단체가 지원한 의류와 돈, 자원봉사자들로 수보틴과 그의 집시 교회들은 지난 가을 난민 1만 여명을 돌볼 수 있었다. 난민들을 돕는 일에 앞장선 수보틴의 성도들 가운데는 과부들이 많다. “그들은 제게 무엇인가가 자신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님께서 과부인 자신들을 돌보신다고 그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합니다. ‘주님. 저희가 주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난민에 대한 공감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여전히 매우 힘든 일이다. “마케도니아의 집시들은 난민들을 다양한 활동으로 돕고 싶어 합니다.” 아포스톨로프스키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재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서방에 있는 어떤 사람들도 마케도니아에 있는 집시 교회를 통해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자 희망을 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시 크리스천들에게는 돈이 아니라 기도가 자신들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크로아티아 동부 지역에서 집시 공동목회를 하고 있는 빌자니와 데모 니코릭은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통과하고 있는 난민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헝가리 국경이 닫히고 있던 며칠 동안 그들은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과 ‘국경없는의사회’와 연결됐다. 현재 그들은 크로아티아의 슬라본스티 브로드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일주일에 6일 일하고 있다. 주일에 그들은 주중의 경험들을 성도들과 나눈다. 그때마다 성도들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놀라고, 그리고 함께 기도한다. 유럽 집시 크리스천들의 난민구호 활동은 유럽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집시 선교의 한 가닥일 뿐이다. ‘집시 선교’의 새로운 흐름은 세르비아 같은 곳에서 비전을 품은 집시 지도자들이 계속 연료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르비아 곳곳에서 교회 개척과 청년 지도자 훈련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집시들을 훈련시키고 준비시켜 다른 집시 동포를 섬기는 일들, 예를 들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집시스미스스쿨(Gypsy Smith School), 집시와여행자국제복음주의협회(Gypsy and Traveler International Evangelical Fellowship) 등이 일어나고 있다. 또 하나의 촉매는 그레이트커미션센터인터내셔널(Great Commission Center International)이다. 이 중국 선교단체의 지도자인 토마스 왕은 집시들에게서 “복음의 빚”을 느끼고 있다. 2014년, 이 단체는 100명 이상의 집시 지도자들과 30명의 서방 선교사들을 위한 콘퍼런스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주최했다. 바로 여기서 ‘로마 네트워크(Roma Network)’가 생겨났다. 세 명의 집시와 세 명의 비 집시가 이끄는 이 단체는 “유럽 전역의 집시 공동체들의 변화와 화해를 위한 네트워크와 연결,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 전 유럽 콘퍼런스는 2016년에 열릴 예정이다. 이 네트워크 6명 지도자의 한 명인 미키 캄베로빅은 보완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고 말한다. “일치의 부족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일할 교회들을 동원할 수 있는 핵심 국가 지도자들을 찾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세르비아 중부 도시 야고디나에서 사역하는 35세의 집시 목회자인 그는 계속 말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네트워크를 사용하셔서 유럽에 있는 많은 집시들에게 다가가실 것이며, 그렇게 하여 우리가 부흥의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임을 우리는 소망합니다. 단지 집시를 위해서라 아니라 유럽의 모든 나라들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