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대로는 탄탄대로가 아니다

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시84:5). “시온의 대로”는 시온, 즉 예루살렘에 이르는 길을 말한다. 성전은 어디에서나 ‘올라가야’ 한다. 예루살렘은 해발 750-800미터에 자리잡고 있다. 어디에서 오든 예루살렘에 가려면 ‘올라가야’ 한다. 예루살렘은 ‘올라가야’하는 곳이다. 올라가지 않고는 예루살렘 성전에 갈 수가 없다.

시편을 보면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시들이 있다(시120-134편).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올라가면서 불렀던 찬양들이다. 저 멀리 산꼭대기에 성전이 있다. 그곳까지 가야 한다. 험한 산들과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걱정한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시121:1). 그러나 이어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121:2). 이 시인과 마찬가지로 시편 84편의 시인도 지금 성전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시84:6). 험한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러려면 하나님이 주시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마침내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으로 무사히 성전에 도착해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감격을 맛보게 된다. 대로는 하이웨이다. 편한 길이다. 안전한 길이다. 돌지 않고 바로 가는 길이다.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다. 마음대로 달릴 수 있는 길이다. 장애물이 없는 길이다. 그러나 시온의 대로는 결코 그런 길이 아니다. 험하다. 위험하다. 힘든 길이다. 좁은 길이다. 눈물 골짜기를 지나야 한다. 사망의 골짜기도 통과해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결코 8차선 고속도로가 아니다.

이렇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렵고 험난한 길을 통과해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 하나님의 얼굴을 뵈옵고 예배를 드릴 때의 감격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그렇게 험하고 힘든 길도 기쁜 마음으로 가는 것이다.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나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알 것 같기도 한데, 알쏭달쏭하다. 시온의 대로는 성전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 길이 마음속에 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크게 나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성전을 사모하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마음은 늘 성전에 가 있다. 늘 성전을 그리워하며 산다. 그러나 성전은 너무 멀리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성전에 올라가 예배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밖에 갈 수가 없다. 그러나 늘 마음속에 성전이 자리잡고 있다.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은 늘 성전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성전에 올라가려면 아직도 몇 달이 남았는데, 벌써 마음은 순례길에 올라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고 가슴이 벅찬 것이다. “ 마음이 이미 시온의 순례길에 오른 사람들은 복이 있습니다”(시84:5, 새번역). 그런 사람이 바로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사람”이다. 소풍가기 전날, 또는 운동회 전날, 비가 오면 어쩌나 가슴 졸이면서 자다가 몇 번씩이나 나와서 하늘을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가슴이 설레였던가? 토요일이면 잠을 설친다는 분이 있다.

주일날 교회에 와서 예배드릴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레여 잠이 안 온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바로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사람이다. 집에서부터 45분 걸려서 교회 오는 분이 있다. 그런데 그분은 교회 오는데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자다가 깨어서 보니 새벽 3시였다고 한다. 다시 잠자리에 들면 새벽기도에 가지 못할 것 같아서 아예 잠을 자기 않았다고 한다.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사람이다. 주일 예배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면 허전하다는 분이 있다. 주일 하루만큼은 하루 종일 교회에 있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 구절을 인용해서 “우리의 자녀들로 하여금 그 앞에 시온의 대로가 펼쳐지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실제로 시온의 대로는 탄탄대로가 아니라 위에서 살펴본 대로 좁고 험한 길이다. 그리고 시온의 대로는 성공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 “성전에 올라가는 길”이다. 성공을 행해서 달려가는 길이 아니라 성전을 향해서, 하나님을 향해서 달려가는 길이다. 자녀들 앞에 성공의 대로가 열리기만 기도했지, 그들 마음속에 시온의 대로가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우리 마음속에는 ‘시온의 대로’ 대신 세상으로 향하는 8차선 고속도로가 뻥 뚫려 있지는 않은가?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 jinhlee1004@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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