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도 못 만들어 주는 로뎀나무 아래 누워있는 엘리야

그늘도 못 만들어 주는 로뎀나무 아래 누워있는 엘리야

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갈멜산에서 바알의 선지자들과 대결해서 대승리를 거둔 엘리야는 축배를 들기도 전에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이세벨 왕비를 피해 브엘세바 광야로 도망갔다. 광야로 숨어들어간 엘리야는 어디에 누워 있었는가? 로뎀나무 아래였다(왕상19:4). 로뎀나무든 싸리나무든 가시떨기나무든 에셀나무든 그것이 뭐가 중요한가? 그 나무가 로뎀나무였다고 구태여 밝힐 필요가 있었을까? 로뎀나무 아래 누워있는 엘리야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라. 느티나무처럼 큰 나무그늘에 누워있는 엘리야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로뎀나무는 그런 나무가 아니다. 로뎀나무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이다. 광야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나무 이름을 잘 아는 것은 바로 엘레야가 그 나무 아래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사실 나무라고 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관목이다. 커야 2미터 정도다. 잎은 바늘 모양으로 되어있다. 빗자루같이 뻗어있어서 그늘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광야에서는 피할 만한 나무그늘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그 나무 아래라도 몸을 숨겨야 했던 것이다. 한낮에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조그마한 관목 그늘 아래 겨우 얼굴을 숨긴 엘리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처량한가? 얼마나 비참한가? 광야를 지나다보면 드문드문 나무가 한 그루씩 외롭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싯딤나무다. 광야에서 자라는 유일한 나무로서, 성경에서는 조각목이라고 옮겼다. 아카시아 나무의 일종이다. 아주 볼품없는 나무이다. 이 나무도 목재로 쓰일 만한 나무는 아니다. 그런데 법궤를 바로 이 나무로 만들었다. 광야에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이 나무밖에 없다. 그래서 법궤를 만드는데 사용된 것이다. 나무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 나무밖에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법궤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싯딤나무는 로뎀나무에 비하면 그나마 나무라고 할 만한 나무이다. 큰 것은 10미터 정도 되기도 한다. 광야에서 유일하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엘리야가 그늘을 찾아 피했던 나무는 싯딤나무가 아니라 로뎀나무였다.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장막에서 햇빛을 피하고 추위를 피했다. 장막이 만들어주는 그늘에 대하여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들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 있고 또 그의 성전에서 밤낮 하나님을 섬기매 보좌에 앉으신 이가 그들 위에 장막을 치시리니”(계7:15-16).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자라 여호와께서 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시121:5). 왜 하나님은 그늘에 비유했던 것일까? 그늘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광야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다.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인도하셨다. 구름기둥은 길 안내뿐만 아니라 해를 가려주는 역할도 했다.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구름기둥으로 그들이 가는 곳을 덮어주셨던 것이다. 사막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습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름이 해를 가려주면 온도가 뚝 떨어진다(사25:5). 또한 광야는 바에 기온이 뚝 떨어진다. 광야에서는 더위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밤에 추위를 이기기 못해서 죽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밤에 불기둥으로 인도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을 추위로부터 지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하셨던 것이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이 없었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길을 잃어버려서 죽기 전에 더위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광야에서 죽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우편에서 그늘이 되신다고 했는데, 좌편에서 그늘이 되시는 것과 우편에서 그늘이 되시는 것이 무슨 차이라도 있는 것일까? 성경에서 앞은 동쪽을 말하고 뒤는 서쪽을 말한다(우리나라에서는 앞쪽은 남쪽을 뒤쪽은 북쪽을 가리킨다. 남산은 남쪽에 있는 산이 아니라 동네 앞산을 말한다). 따라서 우편은 남쪽, 좌편은 북쪽을 가리킨다. 우편에서 그늘이 도신다는 말은, 남쪽에 떠있는 태양으로부터 지켜주신다, 다시 말해 정오의 태양으로부터 지켜주신다는 의미이다.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릴 때, 하나님께서 그 태양으로부터 그늘이 되어서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뜻이다(사25:4).

그늘은 히브리어로 tzel인데, 아래 구절에서는 “보호자”라는 뜻으로 옮겨졌다. “그들은 우리 밥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민14:9).

그들은 폭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광야에서 폭양을 피할 그늘이 없으면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님은 광야를 지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늘을 만들어주셨던 것이다. 아니 그들의 그늘이 되어주셨다. 그들의 보호자가 되셨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그늘로 표현했던 것이다. 시편의 많은 구절들에서 그늘이 보호자의 의미로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시91:1-2, 17:8), 36:7,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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