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아이오와 코커스 일제히 보도

미 언론, 아이오와 코커스 일제히 보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1일 치러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크루즈 후보는 28%의 득표율로 도널드 트럼프를 4%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23%의 득표율로 트럼프에 불과 1%포인트 뒤진 3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트럼프 돌풍’이 한풀 꺾인 것이 아니냐는 예측마저 제기될 정도로, 경선 첫 번째 격전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부터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셈이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도 초박빙으로, 한마디로 중앙정치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백발의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동률을 이루어 ‘힐러리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두 번째로 벌어지는 뉴햄프셔 경선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민주, 공화 진영에서 뚜렷한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번 승리는 양당의 고유 성향인 진보와 보수를 실제적으로 대표하는 후보들이 선전한 결과, 승리를 차지했다고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미 언론은 테드 크루즈와 버니 샌더스 양 후보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첫 코커스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다(28%). 대선 레이스의 첫 관문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누른 것이다. 선거전문가들은 대부분 트럼프의 승리를 점쳐왔다. 막말과 기행에도 트럼트 돌풍을 일으키며 여론조사에서 앞서 달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크루즈 의원은 탄탄한 조직력과 저인망식 선거 유세를 통해 표심을 얻는 데 성공하며 트럼프 돌풍을 넘어선 것. 대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를 하면서 여세를 몰아 나머지 지역에서도 상승흐름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득표율은 24%에 그쳤다. 3위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게마저 바짝 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9일 열리는 뉴햄프셔 예비선거 결과까지 지켜봐야 유력한 승자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크루즈 후보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티 파티 등의 극우파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며, 존 매케인의 독불장군식(maverick) 보수주의나 조지 부시 가문의 전통적인 텍사스 보수주의와도 또 다른, 반이민/친기독교/반낙태/친방임자본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결혼과 가족에 관한 보수주의적 성향도 강해서, 동성결혼이 2015년에 대법원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을 때를 미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24시간(The Darkest 24 hours in US History)이었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소장파 보수주의자이자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신 있는 뚝심을 보여주듯이, 대권 도전 선언도 공화와 민주당을 통틀어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미국 최대 기독교 계열 학교인 버지니아 주 리버티대에서 연설하면서 첫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보수 진영의 표심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겠다는 의도를 보여줬다.

크루즈 의원은 1970년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모친은 미국인이고 쿠바 태생인 부친은 1957년 미국으로 건너왔으나 2005년까지 미국 시민권을 갖지 못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크루즈 의원은 자신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2012년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뒤 이듬해 10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저지하고자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까지 초래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나 보수 진영에서는 기린아로 급부상했다. 크루즈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도 “2017년 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의 모든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케어는 물론 이민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 정치 어젠다 뿐 아니라 이란 핵협상,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등 외교 부문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밝혀왔다. 선명한 보수 색채에 힘입어 2014년 9월 보수 유권자 모임인 ‘밸류즈 보터 서밋’ 연차총회의 대권 후보 비공식 예비투표에서 25%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대통령 후보자격’ 논란이 있고, 공화당 온건 중도 세력을 대변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의 격차가 불과 4% 안팎이기에, 뉴햄프셔 경선에서 비로소 뚜렷한 윤곽, 즉 공화당 예비 경선에서 우세한 고지를 누가 먼저 선점할지가 모두가 기대하는 관심사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면서 금융개혁, 무상 등록금, 빈부격차 해소 같은 급진 정책을 내세운 ‘아웃사이더’에게 정치 명문가의 ‘여왕’이 망신을 당했다.

한마디로, ‘대세론’을 앞세웠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추락이 가파르다. 철옹성 같던 당내 입지까지 흔들릴 정도로, 아이오아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에게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다.

‘전국구’라기엔 약해 보이는 샌더스의 인기 상승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나 CNN 등은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며 민심과 눈을 맞추는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인에게 다소 생경한 ‘사회주의자’지만 곳곳에 만연한 차별문제에 정면 대응하며 공감대를 얻어가는 게 큰 힘이 된다는 이야기다. 힐러리도 경제를 일으켜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주장은 한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수십만 달러씩 받는 고액 강연을 통해 일반 국민과 다른 세상에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반면 샌더스의 반 월가 정책과 친 서민 행보는 ‘보통 사람’같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부자가 아닌 ‘이웃’에게서 한 푼 두 푼 후원금을 모아 선거를 치르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샌더스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 내 강경 진보 성향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소수에게 편중된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먹히고, ‘99%의 세상’이란 슬로건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는 “부자 상위 14명의 재산이 2년간 1,570억 달러 늘었는데, 이는 하위 계층 40%가 2년간 벌어들인 소득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대형 금융기관 해체와 금융 규제 강화, 공공 의료보험 확립, 자유무역 반대 같은 그의 정책은 다소 과격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인들 불만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도 상승을 견인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같은 아웃사이더로 고속 질주를 하는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 반대’외에는 공허한 ‘말’로만 개인적 매력에 편승해 인기를 끄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샌더스의 질주가 실제 표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바로 당내 지지 기반이 아직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샌더스 지지층이 주로 ‘백인 좌파’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내 다수인 비 백인과 이민자, 여성을 얼마나 자기편으로 삼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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