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성경에 많은 전쟁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대부분은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전쟁 이야기이다. 이스라엘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상황이 불리하게 되자 실로에 있던 법궤를 전장으로 가져온다. 그러나 결국 이 전투에서 법궤를 빼앗기게 되고 만다. 그 후에 법궤가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는 실로 성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블레셋이 실로 성전(성막)을 불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다윗이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찾아오기까지 법궤는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울 왕도 길보아 전투에서 블레셋에 의해 전사를 당하게 된다. 삼손과 들릴라 이야기의 무대가 블레셋인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블레셋으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이 블레셋을 제대로 이겨 본 적은 별로 없다. 가나안을 정복했을 때도 블레셋만큼은 정복하지 못했다. 이들이 차지했던 곳은 지금의 가자 지구로서, 지금은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에게 골칫덩어리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은 블레셋에서 나온 단어이다. 블레셋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이유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골리앗이 다름 아닌 블레셋 장군 아닌가? 2012년에 고고학자들이 가드를 발굴했다. 가드는 블레셋이 에게해 근처에서 활동하다가 지중해를 건너온 해양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할 때와 비슷한 시기(주전 12세기)에 가나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은 가나안에 들어와 몇 세기를 살았는데도 여전히 그들의 전통 문화를 지키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골리앗이라는 이름은 특이한 이름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이름을 짓지 않는다. 골리앗은 셈족식 이름이 아니고 인도 유럽식 이름이라고 한다. 골리앗의 고향 가드에서 골리앗과 비슷한 이름이 새겨진 항아리 조각이 발굴되었다. 골리앗이라는 이름이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후대에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지어낸 이름이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이름이었음을 말해 준다.
블레셋 민족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절대 금기시 된 돼지고기를 먹었다. 그들이 이웃 민족들과 동화되지 않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2012년의 발굴을 통해 그들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다윗이 물매 하나만을 가지고 골리앗에게 나가자, 골리앗이 다윗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삼상17:43). 얼마든지 개만도 못한(?) 다른 짐승들이 많이 있는데, 골리앗은 개를 비유로 들었다. 그것은 골리앗이 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골리앗의 말은, 개를 잡으려고 막대기를 가지고 나왔느냐는 뜻이다. 당시 블레셋 사람들이 개를 죽일 때 몽둥이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실제로 블레셋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는 단지 하나의 문학적 표현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관습을 반영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몽둥이로 개를 잡아서 먹었다(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끔찍한 관습이 있었다). 골리앗도 개고기를 즐겨 먹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다윗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고 외쳤다(삼상17:45). 골리앗은 “그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했다”(삼상17:43). 고대의 전쟁들은 단순히 땅따먹기 전쟁이 아니라 신들의 전쟁이었다. 자신들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했고, 그들의 신들을 위해 전쟁을 했다. 그리고 이기면 그들의 신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들은 더 힘센 신이 이긴다고 믿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윗은 자기가 믿는 하나님의 이름이 모독을 당하는 것에 분노해서 골리앗에게 나갔다. 하나님만이 참 신인 것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골리앗과 대결을 벌인 것이다. 골리앗도 그가 믿는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했다. 블레셋 사람들은 그리스의 신들을 믿었다. 그들의 원래 활동무대가 그쪽이었기 때문이다. 가나안에 이주해온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리스 신들을 믿었다. 블레셋 신전은 그리스 신전이었던 것이다. 신전에 사람들이 가득 찼을 때 삼손이 기둥을 밀어서 무너뜨린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2012년의 발굴 작업을 통해 그런 신전의 기둥이 두개 발굴되었다. 골리앗의 동네에도 신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골리앗은 헬라 신들을 섬겼다. 그리고 그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했던 것이다. jinhlee100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