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 소돔 같은 거리에도 사랑 안고 찾아가서 / 종의 몸에 지닌 것도 아낌없이 드리리다 / 종의 몸에 지닌 것도 아낌없이 드리리다
아골 골짜기를 가본 적도 없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골 골짜기가 이 찬송으로 인하여 유명해졌다. 이제 이 골짜기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겠다. 가나안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완전히 그 성을 불태워버렸다. 하나님이 그렇게 지시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간이라고 하는 사람이 약탈물을 다 불태워버리기 아까웠는지 아무도 모르게 일부를 감춰두었다. 당시 여리고 전투에는 수만 명이 참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탈취물을 취한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간이 범죄한 것에 대해 진노하셔서 이스라엘 백성이 여리고 성 전투에 이은 아이 성 전투에서 패배를 당하게 하신다. 죄는 아간이 지었는데, 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진노하셨던 것일까? 그것은 공동체의 연대 책임(collective responsibility) 때문이다.
여호수아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제비를 뽑았다. 그리고 결국 아간의 죄가 다 드러나게 된다.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세라의 아들 아간을 잡고 그 은과 외투와 금덩이와 그 아들들과 딸들과 소들과 나귀들과 양들과 장막과 무릇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고 아골 골짜기로 가서 여호수아가 가로되 네가 어찌하여 우리를 괴롭게 하였느냐 여호와께서 오늘 너를 괴롭게 하시리라하니 온 이스라엘이 그를 돌로 치고 물건들도 돌로 치고 불사르고”(수7:24-25). 개역개정에는 아간만 쳐 죽이고 가족들은 죽이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새번역 성경에는 다르게 되어 있다.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를 돌로 쳐서 죽이고 남은 가족과 재산도 모두 돌로 치고 불살랐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왜 이렇게 다르게 번역된 것일까? 히브리 본문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를 죽이고 그들을(혹은 그것들을) 돌로 쳐 죽이고 불살랐다”라고 되어 있다. “그들”을 아간의 짐승으로 보느냐 아니면 아간의 가족들로 보느냐에 따라 번역이 달라진다. 개역개정에서는 “그들”을 아간의 재산으로 보았고 새번역 성경에서는 아간의 가족들과 그의 재산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마도 새번역 성경처럼 아간만 돌로 쳐 죽인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모두 돌로 쳐 죽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간의 죄가 드러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모든 재산을 다 가지고 아골 골짜기로 갔다. 아간만 쳐 죽일 계획이었다면 그의 가족들은 왜 끌고 간 것일까? 아버지와 남편이 죽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족들에게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일까?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죄는 아간이 지었는데 왜 애꿎게 그의 가족들도 같이 죽임을 당해야 하는가? 그의 가족들이 아간의 죄를 숨겨준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들도 같이 죄에 가담한 것이 된다. 따라서 그들도 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러 것이 ‘연대 책임’이다. 아간이 혼자 죄를 지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스라엘 전체에 하나님이 벌을 내리지 않았는가? 이런 것이 ‘연대 책임’이다. jinhlee100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