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에 들어가려면 요단강을 건너야만 하는가?

가나안에 들어가려면 요단강을 건너야만 하는가?

이진희 목사 (달라스 웨슬리연합감리교회 담임)

40년 광야생활을 끝내고 요단강 앞까지 왔다. 이 강을 건너기만 하면 꿈에도 그리던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요단강이 넘치는 것이다. 홍수가 나서 건널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때는 3월경으로 막 우기철이 끝나서 요단강이 넘치는 때이다. 보통 때는 강 한가운데로만 물이 흐른다. 그러나 우기 때가 되면 강 전체에 걸쳐 거의 3-4마일이 다 물로 차게 된다. 그러니 건널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왜 하나님은 하필이면 그런 때에 그곳에 이르게 하셨을까? 3월이 아니라 두세 달 정도 후에 도착했으면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건너면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요단강이 넘쳐서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그런 때에 그곳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이 타이밍을 잘못 정하신 것일까?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당연히 가나안에 들어가려면 요단강을 건너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리고가 있는 곳으로 해서 가나안에 들어가려니까 요단강을 건너야 했던 것이지, 다른 곳으로 가면 굳이 요단강을 건너가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면 한 이틀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서 사해 남쪽으로 가면 요단강을 건너지 않아도 된다(4번 루트). 그쪽에는 강이 없다. 아니면 하루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강을 건너긴 건너야 하지만, 그렇게 깊은 강은 아니다(2번 루트). 상류이기 때문이다. 좀 더 올라가면 갈릴리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골란 고원이 나온다. 그곳까지 올라가면 요단강을 건너지 않고 쉽게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다(3번 루트).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곳까지 갔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동쪽에 있는 왕의 대로(지금의 요르단)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는 올라가면서 아모리 족속의 시혼 왕과 바산(지금의 골란 고원) 왕 옥을 대파했다. 그리고 그 지역들을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 므낫세 지파에게 나누어 주었다. 만일 모세가 그곳에서 가나안에 들어갔더라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이 아니라 요단 개울을 건넜을 것이다(2번 혹은 3번 루트). (지금도 요단강 상부는 강이라기보다는 개울이라고 할 만큼 폭이 좁다.) 그러나 모세는 방향을 돌려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다(1번 루트). 모세의 인도를 따라 내려와서 가나안에 들어가려고 보니 요단강이 넘쳐서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기에는 분명히 모세의 실수였다. 모세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다시 올라 가자고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에게 홍수로 인해 넘치는 요단강을 건너가라고 하셨다. 돌아가지 말고 직접 건너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셨던 것일까?

홍해의 기적을 체험한 출애굽 1세대는 다 광야에서 죽었다. 지금 가나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출애굽 2세대이다. 그들은 이야기를 통해서만 홍해의 기적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제 2의 홍해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바로 그 시간에 그 장소로 인도하신 것이었다. 만일 5월이나 6월에 가나안에 들어갔다면, 그리고 여리고 맞은편이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 가나안에 들어갔더라면, 그들은 요단강이 갈라지는 체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요단강을 걸어서 건넜을 것이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타이밍이 정확하다. 늦지도 이르지도 않다. 성경을 보면 “때가 차매”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이 되었을 때에 하나님은 역사하신다. 우리가 기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 물이 넘쳐흐르는 때에 요단강 앞으로 인도하시는가? 요단강에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낙심하지 마라. 하나님은 우리에게 요단강이 갈라지는 것을 보여주실 것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는 right time에 right place로 인도하신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은 right time, right place에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에 의해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임을. 이메일: jinhlee100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