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현대는 3S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Screen, Sex, Sports를 일컬음이다. 스포츠에는 수많은 종목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것이 축구이다. 축구 월드컵은 단일 종목이지만 올림픽에 맞먹는 규모를 자랑한다. 월드컵 대회 때는 전 세계가 들썩인다. 특히 유럽과 남미 등에서 축구는 가히 종교에 가깝다. 금년에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English Premier League; EPL)에서 득점왕이 되어 골든 부츠(Golden Boots)를 받았다. 그는 페널티 킥 없이 순도 높은 23골을 넣었다. 손 선수는 2020년에도 FIFA 풋볼 어워즈(Awards)에서 세계 최고의 골인 푸스카스(Puskás)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여튼 그는 이제 유럽 전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사회적·문화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5월 26일, 첫 국무회의에서 그에게 체육계의 최고 영예인 청룡장 상훈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아시아인이 텃세 심한 영국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는가? 우리는 그를 보면서 선교계에도 인재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본다. 많은 수보다 1당 백, 천 아니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차세대 선교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1. 영재 발굴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아무리 운동에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늦게 시작하면 꽃을 피울 수 없다. 손 선수는 “걸을 수 있게 되자마자 공을 찼다”라고 회상했다. 만일 손흥민이 고교시절부터 축구를 시작했다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한인 세계선교의 큰 문제는 차세대를 책임질 수 있는 영재 발굴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대개가 청년시절 선교 헌신을 하고 그들 중 극소수만이 선교사로 나온다. 보통 그 나이가 30대 중반이다. 대학 졸업하고 군대, 신학교를 거쳐 목사 안수를 받고 나면 이미 청년의 기백이 쇠한 후가 된다. 미주 권은 군대 기간이 없지만 저마다 학자금(LOAN)의 멍에에 걸려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선교계에 청년 헌신자들이 가뭄에 콩나물 나듯 찾아보기 어렵다. 타 문화권 선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기선교란 명목으로 들락거려서 될 일이 아니다. 짐 엘리엇 (Jim Elliot)처럼 사명에 불탄 청년들이 자신을 던져야 승산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군대의 모병관처럼 교회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영재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며 이끌어야 한다.
2. 기본기 훈련
“실력, 기술, 사람 됨됨이 등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는 손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의 생활철학이다. 아직 뼈와 근육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 유소년은 기초 체력훈련과 기본기를 다지는데 집중해야 한다. 헌데 현실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불행하게도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성적주의에 매몰된 감독들의 소모품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손웅정 씨는 아들을 운동부에 보내지 않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직접 가르쳤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리프팅 (Ball lifting)등 기본기 훈련에만 집중했으며 축구의 즐거움을 깨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그는 아들에게 양발을 사용하도록 특수 훈련을 시켰다.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 청소하는 것을 몸에 베개 하였고 좋은 심성을 위해 독서를 강조하였다. 이렇게 손 선수는 코치 아버지의 지도력 속에서 체력, 생활, 지성, 인성 등 두루 갖춘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면 선교사 양성에서 기본기란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기도와 말씀에 기초한 철저한 제자훈련이다. 나아가 늘 배우는 자세로 남을 섬기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생활훈련이다. 영성과 생활훈련이 안 되고 성품이 괴팍하면 선교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 선교사 사회도 스포츠 못지않게 요구되는 인물은 기초훈련이 탄탄한 자이다.
손흥민은 축구선수로서 World Class 반열에 올랐다.
모든 성공은 긴 세월 동안 씨 뿌리고 피땀 흘려 가꾼 결과이다.
선교계에도 멀리 내다보고 손 선수 같은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3. 해외 유학
옛말에 “말을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보내야 한다고 했다. 큰 물에서 놀아야 큰 물고기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손 선수가 강원도 시골의 동네 축구장을 전전하며 살아왔다면 오늘날처럼 대성할 수 있었을까? 손흥민은 1992년생이다. 기본기로 다져진 그는 2008년부터 독일 함부르크 SV 유스 팀에 1년간 유학을 하고 돌아왔다. 2009년 8월 한국으로 돌아온 후 10월에 개막한 FIFA U-17 월드컵에 출전하여 3골을 터트리며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그해 11월 함부르크의 정식 유소년팀 선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는 이때부터 습득한 독일어와 논리적 표현 능력은 큰 자산이 됐다고 고백했다. 차세대 선교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타 문화 습득과 언어는 한인 선교사가 넘어야 할 큰 벽이다. 따라서 교회나 단체는 키울만한 인재들은 발굴하고 가능한 일찍 정통 코스 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 한인 교회는 좋은 일꾼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으면서도 정작 사람 키우는데 너무 인색하다. 역량 있는 차세대 지도자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4. 올인(All In)
우리 속담에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있다. 한 목표를 두고 올인(All In) 할 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인생은 한 가지만 붙잡고 집중에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손 선수는 축구 프로 세계에 들어와서도 오직 일념으로 전념하고 있다. 보통 이름 있는 선수들은 20대 초반에 애인들이 있거나 일찍 결혼을 한다. 그러면 시간과 정력을 분산하기 마련이다. 이에 비해 손 선수는 결혼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싱글로 있으며 사생활이 깨끗하다. “결혼하면 아내나 아이들이 최우선이 되겠죠. 그러면 축구는 차선이 됩니다. 저는 축구를 하고 있는 동안은 다른 것이 넘버 원이 되는 것을 원치 아니해요.” 이말 속에 그의 인생철학이 녹아 있다. 선교사도 일단 파송을 받으면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 축구선수는 골로 말을 해야 되듯 선교사는 사역으로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은 All In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한인 세계선교는 좀 자숙할 필요가 있다. 선교사들이 필드를 떠나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 은혜가 안 된다. 일평생 지구촌 한 구석에서 산화되는 재(Ash)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때이다. 후방의 교회들과 단체들도 선교사들이 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오라 가라” 달달 복지 말아야 한다.
5 .훌륭한 스승
청출어람(靑出於藍)은 푸른색이 쪽빛보다 짙듯이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학생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 복이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야 하는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선생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복음으로써 내가 너희를 낳았음이라”(고전 4:15). 한 마디로 철학과 경륜이 있는 아비 같은 스승이다. 아비는 아들을 누구보다 잘 알며 사랑하고 책임지기 때문이다. 손 선수에게는 그의 아버지가 최고의 코치요 스승이었다. 다행히도 1세대 한인 선교사들 중에는 신앙과 실력, 성품 면에서 훌륭한 분들이 많다. 이제 1세대 선교사들이 해야 할 주된 임무는 자기 사역 바통을 이를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것은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바울이 디모데에게 했듯이 아비 같은 멘토가 되어 핵심 일꾼을 키우는 것이다.
맺음 말
2020년에 문체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손흥민의 국내외 경제적 유발효과가 무려 “1조 9885억 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2조 원이 넘을 것이다. 이제 그의 가치는 한 나라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확장되고 있는 브랜드다. 손 선수를 보면서 우리 선교계에도 탁월한 차세대 리더들이 나왔으면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교회가 차세대 선교 후보들을 발굴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사람을 키웠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한인 1세 선교사들 중에는 사역과 이론을 겸비한 덕망 있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이제는 수평적 사역 확장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차세대 일꾼들을 세우는데 1세 선교사들의 역할이 요구된다. 오늘도 손흥민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열정과 실력과 겸손과 해맑은 웃음으로 자랑스러운 한인의 한인 됨을 드러내고 있다.
jrsong007@hanmail.net
06.0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