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역과 지도력(指導力)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일반적으로 “가정은 가장 이상이 될 수 없고 교회는 목사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어느 선교 현장이듯  그곳은  전임 선교사의 역량 이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선교사는 리더이다. 리더가 되려면 여러 가지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지도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십이 없는 자가 지도자의 위치에 있을 때 공동체는 성장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역도 속된 말로  말아먹기 쉽다. 뱀의 꼬리가 머리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선교현장을 보면 사역적 성과에 비해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대부분 파생하는 문제들은 그 선교사의 지도력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리더십을 배양해야 한다. 

 

1. 지도력에 대한 이해

 

 위키백과사전에 의하면 지도력( leadership)은 “공동의 일을 달성하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얻는 사회상 영향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오스왈드 샌더스(J. Oswald Sanders)는 “지도력이란 영향력이다(Leadership is influence)”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기독교적 지도력은 어떠한가? 풀러 신학교 교수인 로버트 클린턴(J. Robert Clinton)은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크리스천 지도력이란 하나님으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은(God-given capacity) 한 지도자가 특정 그룹을 위한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사람들이 속한 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되는 단어는 하나님의 목적과 영향력이라는 것이다.

 

2. 지도력의 여러 유형

 

막스 베버(Max Weber)는  3종류의 지도력을 말했다. 이는 “리더와 관계자들 간의 이해득실을 바탕으로 한 거래적 지도력과 리더의 인간적인 매력에 의존하는 카리스마 지도력 그리고 부하들의 가치와 신념, 욕구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변혁적 지도력”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 기독교적 지도력이 있다. 그것은 섬기는 지도력(servant leadership)이다. 이는 지체들에게 목표를 공유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리더와 공동체원의 신뢰를 형성시켜 궁극적으로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지체들을 섬기는 자세로 그들의 성장 및 발전을 돕고 공동체의 목표 달성에 모두가 스스로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도력이란 비전을 현실로 바꾸는 능력이다.

선교 지도력은 명령이 아니라 섬김에서 시작된다.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모든 공로는 동역자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가!

3. 예수님의 지도력

 

 예수 그리스도는  지도력의 모본이시다.  주님의 리더십 중 10가지를  추린다면 다음과 같다.  1) 주님은 목적이 분명한 리더십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요 6:38)  행하는 것이었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방황하게 된다.   2) 주님은 섬김의 리더십이었다. 그분은 결코 군림하지 않았다.  마가복음은 섬기러 오신 예수를 강조한다(막 10:45).  3) 주님은 일꾼을 키우는 리더십이었다(마 4:35-41). 4) 주님은 모범을 보이신 리더십이었다(눅22:39-41).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보는 것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5) 주님은 멘토의 리더십이었다.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고 시행케 하셨으며 잘못될 때는 꾸중하셨다(마 14:22~36).  6) 주님은 원칙의 리더십이었다. 예수는 진리를 위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늘 악의 무리를 향해서는  날을 세우고 단호하게 물리치셨다(마 21:12~17).  7) 주님은 희생의 리더십이었다(요12:24-26). 8) 주님은 사랑의 리더십이었다(요3:16) . 9) 주님은 책임의 리더십이었다(요10:11). 10) 주님은 위임하는 리더십이셨다(마28:18-20).  위임하지 않으면 결코 재생산의 역사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4. 바람직한 지도력 구조

 

오리 브래프만(Ori Brafman)과 로드 벡스트롬(Rod A. Beckstrom)은 “불가사리와 거미”라는 책을 통해 지도력 구조에 대한 재미있는 이론을 말했다. 저들은 성공적 비즈니스 체제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불가사리와 거미 구조를 통해 설명한다.  거미는 머리가 밟히거나 잘리는 순간 그 생명은 끝이 난다. 즉, 강력한 카리스마 형 리더를 가진 조직일수록 한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결국 그 리더에 따라 조직의 운명은 결정된다. 그러나 불가사리의 경우는 이와는 대조적 모습을 가진다. 머리가 없는 불가사리는 다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다. 오히려 잘린 다리가 분화하고 성장하여 새로운 개체의 불가사리로 성장한다. 이처럼 불가사리 조직은 분권화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체계가 느슨할 뿐 아니라 구성원 스스로가 추종자이며 동시에 지도자가 되는 조직적 특성을 띤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초대교회는 불가사리와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가졌다. 그 교회들은 유능한 지도자 한 사람이 아니라 작은 가정 단위에 기초했으며 많은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재생산을 이루어 냈다.  

 

5 .선교사의  지도력

 

선교사에게서 지도력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하나님 킹 덤에 초점을 맞추는 지도력이어야 한다.   선교사는 시대에 편승한 문화적 상품과  브랜드로 자기 왕국을 만들어 가기 쉽다. 사탄은 인간의 약점을 통해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적 분별력으로 늘 심령을 가난하게 하며 사역의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일꾼을 세우는 사람 중심의 지도력이어야 한다.  지체들이 들러리가 된 프로젝트 형 사역은 공허할 뿐이다. 선교사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육하고  위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서번트 지도력이어야 한다. 칼이나 지휘봉이 아닌 수건을 드는 종의 리더십이다.  사람들은 들음 보다 보는 것으로 더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들려주는 복음과 함께 예수님처럼 Role Model로서 행함이 수반되어야 한다. 넷째, 성령의 인도함을 받는 지도력이다. 선교의 주체는 성령이시다. 선교사는 권위와 힘을 빼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초대교회의 교부 아테나고라스(Athenagoras)는 성령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성령이 없다면 하나님은 멀리 계신 분이며, 그리스도는 과거의 인물에 지나지 않고, 복음은 죽은 편지이며, 교회는 단순히 조직에 불과하고, 권위는 힘을 사용하는 수단이며, 선교는 선전 기계이고, 예배는 구시대적인 유물인 동시에 도덕은 종들의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맺음 말

 

그간 우리 교회와 선교현장은 성직자 중심의 사역 구조를 유지해 왔다. 지나간 역사 동안   크리스텐덤(Christendom) 시대를 구현하면서 세상의 중심에 교회가 있고, 그 교회 중심에 성직자가 있어 왔다. 전통적인 이 사역 구조와 패러다임은 오늘날도 여전히 변치 않고 있다. 이러한 사역 구조는 위에서 언급한바 불가사리 구조가 아니라 거미 구조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는 군대식의 계급 구조가 아니다. 1인 중심의  제왕적  체제는 성경적이지도 않으며  대단히 위험하다. 이제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의 요구와 개성도 강해지고 있다. 선교사는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계급을 타파하고 모든 지체들이 선교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선교는 본질적으로  급진적이다.  따라서 오직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회복을 위해 자신과 공동체가 비전을 따라 고유의 사역을 창안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모든 공로는 지체들에게, 모든 책임은 내가! 이 정신이 선교사의 지도력 근간이 되어야 한다. 

 

jrsong007@hanmail.net

05.21.2022

<지난 1872호 '선교의 창' 제목을 '누룩처럼 확장되고 있는 이슬람'에서 'KWMF 2022 LA Summit Conference'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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