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완성을 위한 4P 원리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세계 선교는 주님께서 교회에게 명하신 종말론적 과업이다. 숭고한 이 뜻을 받들기 위해서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땅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영적인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군사가 있어야 한다. 군사는 많을수록 좋다. 훈련될수록 좋다. 무장할수록 좋다. 조직화 될수록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군사들을 훈련하여 전진배치 할 것인가? 

세상만사 어디에나 질서와 단계가 있다. 그것은 대체로 “시작-가속-전력-매듭”이라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이것을 소설로 말하면 기(起)승(承)전(轉))결(結)이다. 선교도 하나의 패턴이 있다. 개척(Pioneer), 양육(Parent), 협력(Partnership), 참가(Participant)라는 4P원리이다. 이것은 현대선교의 대표격인 랄프 윈터(Ralph D. Winter) 박사에 의해 주창되었다. 그는 성경에 나타난 여러 사역내용을 이와 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에 우리 한인 세계선교도 무대포적인 돌진보다는 출구를 생각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 개척(Pioneer)단계

 

이는 선교사에게 가장 힘든 때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이 단계는 건축물의 기초공사를 하는 때와 같다. 기초공사가 튼튼하지 못하면 큰 빌딩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기초공사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기에 겉으로 표시가 안 난다. 이에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 과정을 가볍게 여기거나 건너뛴다. 그들은 통역을 써서라도 속히 가시적 사역을 나타내기 원한다. 준비도 안 되는데 판을 벌리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 된다. 

그간 한국선교는 1단계에서 많은 오류를 범해왔다. 사역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속담에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선교사는 시작단계에서 언어습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현지 나라를 두루 시찰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언어의 수준만큼 문화이해가 뒤따른다. 언어연수와 문화적응은 사역을 위한 수단이면서 또한 그 자체가 사역이다. 선교사는 이 기초 위에서 하나님이 붙여주신 영혼들을 만나야 한다. 이 단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되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서는 아니 된다. 모든 만남들은 정보적 만남에서 시작되어 인격적 만남으로 발전되고 영적만남으로 승화된다.

 

2. 양육(Parent)단계

 

이는 부모가 자녀를 키우듯이 영적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이다. 이 때는 무엇보다 인내를 필요로 한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아기를 낳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아기를 키우는 일은 가장 힘든 것이다”라고 했다. 복음 선포에 의한 영혼구원은 일순간이지만 제자양육은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한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 장성하기까지는 25년의 세월이 걸린다. 영적 일꾼을 양성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주님의 제자로 세우기까지는 적어도 3년에서 10년 전후의 기간을 잡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자양성은 결코 한, 두 사람에 의해 될 수가 없다. 공수부대 요원을 생각해보라. 특수요원훈련을 위해서 여러 전문교관들이 관여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 선교사들의 제자양육은 행여 다른 사람이 내 양을 체 갈까 염려하여 잘 오픈하지 못한다. 이것은 부모가 자녀를 학교도 안보내고 자기 품속에 안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소심증은 하나님의 킹덤을 바라보지 못한 연고이다. 그러므로 양육단계에서 목자는 일만 선생이 할 수 없는 참된 영적부모 역할을 하되 또 한편으로 양들을 일만 선생에게로 내어놓아 다양한 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 주님은 우리에게 “네 양(羊)이 아니고 내(주님의) 양”을 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개척(Pioneer)단계는 전도자로서 언어와 문화 습득하는  때이다. 

양육(Parent)단계는 목자로서 기도와 말씀으로 양을 치는 때이다. 

협력(Partnership)단계는 동역자로서 선교 일을 같이 하는 때이다. 

참가(Participant)단계는 위임자로서 사역을 자문해 주는 때이다.  

 

3. 협력(Partner)단계

 

이는 인격적으로 동등한 대우에서부터 시작된다. 설사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웠다 할지라도 이제 자녀가 성년이 되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전환을 해야 한다. 이 때는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의미는 동역이다. 자녀가 장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아이 취급을 하며 수종들게 만하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자라나온 차세대는 부모세대의 한계를 훨씬 초월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로서 영적 제자들도 같은 원리이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여러 분야에서 의도적으로 같이 상의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선교사는 가능한 현지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그들을 통해서 일을 시도함이 바르다. 때로는 현지인 사역자가 미덥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한다 할지라도 선교사는 관성적으로 그들을 판단하면 안 된다. 항상 프로다운 태도로 그들의 허물을 용납하며 격려해야 한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깨달음을 갖게 되고 일취월장(日就月將)한다. 따라서 그들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매사에 현지 사역자를 세우는 차원에서 코치하면 뒤탈이 없다. 그렇지 아니할 때 그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여차하면 딴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

 

4. 참가(Participant)단계

 

이는 때가 차고 현지인 동역자가 어느 정도 자립 가능성이 있을 때 선교사는 사역을 위임하고 일선에서 빠져주는 것이다. 비록 가슴이 쓰리고 아프지만 “너는 흥하고 나는 쇠하리라”는 마음으로 사역권을 현지인에게 내어주고 새로운 개척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옥이야 금이야 키운 딸을 출가해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우 서운하고 가슴이 아프다 할지라도 분가해줌이 그녀의 장래를 보장해주는 것이 된다. 

선교사역도 그래야 한다. 비록 정 들고 영원토록 같이하고 싶다 할지라도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며 사역을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은 정든 사역지를 떠나주는 것이다. 같이 있거나 곁에 있을 때는 시어머니처럼 늘 간섭하게 되어 있다. 비록 멀리 타향으로 간다 할지라도 이전의 현지 사역자를 가슴에 품고 늘 중보하며 필요시 멘토 역할을 하는 일이다. 이 참가단계는 이론처럼 그렇게 간단치 않다. 자칫하면 서로에게 큰 부담과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교회가 위임 문제로 얼마나 많은 시험 가운데 있는가? 헤게모니(hegemony)의 싸움은 사탄의 노림수다. 진정 가난한 마음으로 주님의 킹덤을 사모하지 않는 한 인간 욕망의  패권적 갈등은 끝이 없을 것이다.

 

맺는 말

 

선교사는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 일을 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나의 킹덤(Kingdom)을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 헌데 선교사가 한 곳에 정착하여 피선교지 사람들로 하여금 종신토록 자기를 의존하며 돕는 역할만을 하도록 안배하기 쉽다. 그것은 또 다른 양태의 바벨탑이다. 선교사는 개척자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 곳에 정착하면 안 된다. 

사도바울은 끝까지 개척자로서 살았다. 그는 결코 자기 왕국을 세우지 않았으며 한 곳에 안주하지도 않았다. 바울은 가는 곳곳마다 말씀으로 주의 제자들을 양육하며 그들 중심으로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때가 되면 과감히 위임해주고 미지의 땅으로 나아갔다. 허드슨 테일러도 이러한 패턴을 따랐다. 

오늘 한국선교는 어떠한가? 여기저기 수많은 산봉우리들처럼 자기들의 왕국을 세우고 있지는 않는가? 선교사가 개척의 정신을 버리고 마르고 닳도록 한 곳에 안주하겠다는 것은 볼썽사나운 모습니다. 선교는 개척의 연속이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땅 끝까지 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론은 무엇인가? 바로 4P원리에 따라 사역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한인 세계선교는 더욱 건실하고 멋지며 하나님뿐만 아니라 현지 나라에서도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jrsong007@hanmail.net

 

09.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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