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오늘날 세계전쟁은 입체작전이다. 전, 후방이 없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현지에 파견된 지상군만으로 불가능하다. 세계선교도 마찬가지이다. 거주 선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리슨(D. Garrison) 박사는 “비 거주 선교전략은 세계 인구의 1/4에 달하는 미전도부족의 복음화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이며, 장애물로 막혀 있는 국가나 부족에게 획기적인 선교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비 거주선교는 세계선교전략 가운데 꼭 필요한 한 축임을 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COVID19로 인하여 지구촌의 선교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거주”라는 전통적인 선교만을 고집한다면 한인 세계선교는 힘을 잃을 수도 있다.
1. 비 거주 선교사의 정체성
비 거주 선교사란 용어는 1986년 미국 남침례교 해외선교부에서 비 거주 선교분과를 신설하였고 데이비드 게리슨(David Garrison)을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이후 1989년 로잔II 마닐라 대회에서 비 거주 선교사의 개념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채택한 사람들은 그것이 이 시대의 소산물임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비 거주 선교사란 누구인가? 이들은 선교지의 제약조건뿐 아니라 추방 등으로 한 선교지에서 장기적으로 거주하지 않고 사역하는 모든 선교사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선교지에 반드시 가지 않더라도 국내나 선교지 인근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특정 민족, 이주자들을 지속적이며 전략적으로 감당하는 사람을 비 거주 선교사라 부른다. 문제는 비 거주 선교사들에 대한 교회의 인식이 낮고 당사자 본인들도 분명한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다. 부르심의 확신과 준비됨이 없이 어떻게 깊고 넓은 사역을 할 수가 있을까? 분명컨대 비 거주사역은 거주사역보다 열등한 형태의 것이 아니다. 다만 선교의 양태가 다를 뿐이다.
2. 비 거주선교에 대한 한인 사역의 실태
그간 우리 한인교회에서는 여러 모양의 비 거주선교를 해왔다. 그것은 주로 단기선교였다. 단기선교가 비 거주선교인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특별한 목표 없이 단회적이며 전문성이 결여된 단기선교는 비 거주선교로 간주하기 어렵다. 여태껏 단기선교란 이름하에 행해진 대부분의 사역은 Mission Trip이었다.
어째든 우리에게는 비 거주선교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고 이해도가 낮다. 그러다보니 너무 무질서한 가운데 그 자격이나 동기가 의심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이들 중 어떤 이는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선교지의 물을 흐리게 했다. 그 결과로 거주 선교사들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거주 선교사와 비 거주 사역자간 주도권 문제로 충돌이 일어난 곳도 있다. 이에 부담은 느낀 모 교회는 아예 거주 선교사와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이 방식은 말 잘 듣는 현지인을 끼고 속 편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비 거주선교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선교사로서 제대로 훈련 받고 자격을 갖춘 자들이 극히 적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 분야를 받쳐주는 선교신학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3. 비 거주선교 사역의 필요성
20세기 들어서부터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세계 1, 2차 대전 이후 소위 제3세계 국가들은 저마다 독립하여 자기 성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자기 종교나 이념적 체계를 앞세워 타 종교에 배타적 일뿐만 아니라 적대적이기도 하다. 특히 이슬람권이나 공산권 그리고 문화가 매우 열악한 곳에서는 선교사가 장기 거주하기 어렵다. 거주할 수 없는데 그 곳에서 어떻게 선교하란 말인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답이다.
비 거주선교가 대두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신(新) 노마드(nomad, 유목민)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정보화, 세계화가 사람들을 정착민적 삶을 변혁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선교의 대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현대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비 거주선교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전 세계는 어디든 하루 만에 갈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세계정보도 볼 수 있다.
나아가 차세대 선교인력동원의 향방이다. 다음 세대들은 한 선교지에 오래 머물면서 사역하기보다 자기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이들에게는 유동적 선교 패러다임이 훨씬 현실적이다. 이는 비 거주선교(Non-residential Mission) 개념에서 멀티 거주선교(Multi-residential Mission)의 개념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주 선교와 비 거주 선교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거주 선교와 연계 없는 비 거주 선교는 위험요소가 많다.
비 거주 선교는 거주 선교를 돕는 차원에서 진행해야 마땅하다.
4. 비 거주 선교와 비 거주 선교사
비 거주선교와 비 거주선교사의 관계는 어떠한가? 비 거주선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비 거주선교사라고 말할 수 없다. 비 거주선교사는 공인된 정식 선교사이다. 비 거주선교사는 훈련과 행정 절차를 밟아 선교회에 가입해야 하며 선교 목표지역이나 사역이 분명해야 하고 선교대상에 대한 지식, 언어능력 등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는 의료행위와 비슷하다. 옆에 병든 사람을 누구나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도움을 준다고 다 의사나 약사라고 할 수가 없다. 같은 이치이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한 무명인으로서 비 거주선교사역을 하면 가치가 없고 정식 선교사의 신분으로 비 거주사역을 하면 가치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선교현장의 질서와 효용성 그리고 보다 전문적이고 책임성 있게 사역하기 위해서는 한 자연인으로서 비 거주선교에 참여하는 자와 비 거주선교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5. 비 거주 선교사의 역할과 방향
비 거주 선교는 일반적으로 리서치, 비즈니스, 훈련, 강의, 의료, 문서, 방송 등 단기간 효과를 보거나 꼭 삶을 함께 할 필요가 없는 사역분야에 적합하다. 아무튼 효과적인 비 거주선교사역을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로 비 거주선교사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부르심의 확신이 없으면 한 성도로서 선교에 참여하면 된다. 굳이 공인인 선교사의 타이틀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둘째로 공식적인 선교훈련과 행정 절차를 밟아 선교회에 가입해 팀 사역을 하는 것이다. 거주 선교사나 현지인 지도자들의 조언을 듣고 그들과 협력할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현지의 선교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비 거주선교사의 은사를 살리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셋째로 사역의 보조역을 맡는 것이다. 비 거주선교사가 현지에서 사역을 무리하게 주도하면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 사역의 리더십은 거주선교사나 현지인 사역자에게 맡기고 주로 돕는 사역을 할 때 아름다운 동역이 된다.
맺음 말
세계선교는 혼자 할 수가 없다. 한 단체도 할 수가 없다. 부름 받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거주, 비 거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 소명과 은사와 준비됨을 타 문화의 경계를 뛰어 넘어 모든 민족에게로 가야 한다. 사역의 속도감과 효율을 위해서는 거주사역과 비 거주사역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거주사역과 연계 없는 비 거주사역은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비 거주사역 없는 거주사역만으로는 한계성이 있다. 이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네트워크를 이룰 때 이상적이다. 거주자와 비 거주사역자가 맞춤형 팀워크를 이루면 사역의 극대화가 나타날 수 있다.
jrsong007@hanmail.net
03.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