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바다를 차지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 말은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총애를 받던 탐험가인 월터 롤리 경(Walter Raleigh)이 한 말이다. 실제로 고대(BC27-AD395)에는 해양 전단(海洋戰團)으로 지중해를 누볐던 로마가 세계 패권을 가졌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무적함대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이 지중해와 대서양의 해운을 장악했다. 늦게나마 해양에 눈을 뜬 영국은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해상 무역을 통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11개의 항공모함을 거느린 미국이 전 지구적 패권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인류 역사는 바다를 차지한 국가가 세계를 주도해왔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바다가 70%로서 인류의 생활공간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독교 역시 세계선교의 흐름을 해양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 지중해 선교시대
이 시기는 선교의 개척기라고 말할 수 있다. 시대적으로는 콘스탄틴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AD313 전과 후로 구분할 수 있다. 전반기에는 바울을 중심한 사도들과 초대교회가 선교의 중심세력이었다. 바울의 등장은 선교의 태동이며 혁명을 가져왔다. 오순절 강림한 성령의 역사가 바울을 통해 유대권 밖으로 표출되었다. 사실 초대교회는 선교의 명령을 받았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흩으시기 위해 로마를 들어 쓰셨다. 이는 세계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였다.
아무튼 사도들과 초대교회의 헌신 속에서 선교는 동쪽으로는 다메섹과 에뎃사를 거쳐서 마케도냐로 갔다. 남쪽으로는 보스트라와 페트라를 통해 아라비아로 갔다. 서쪽으로는 알렉산드리아와 칼타고를 거쳐 북아프리카로 향했다. 북쪽으로는 안디옥을 통해 알미니아, 본도 비두니아로 퍼져갔다. 이때의 특징은 무엇인가? 박해 속해서 흩어짐의 선교요, 약하고 억압받는 피압박 민족들로부터 지배하는 초강대 국가를 향한 선교요, 타 문화권을 향한 순회선교요,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종말론적 선교였다.
후반기에는 교회가 로마제국의 세력을 힘입어 기독교 국가(Christendom)를 이루었다. 그 영역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수리아와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리비아, 유럽의 그리스와 로마, 스페인으로 확대되고 남유럽에서 중부유럽과 북유럽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절대군주의 권위에 의한 강제된 선교요, 무력에 의한 정복자적 선교이며, 국가권력과 종교와 황금문명이 혼합된 선교였다. 아무튼 지중해 선교시대는 초대교회든 관제적 교회이든 둘 다 팍스로마나'(Pax Romana)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로마제국의 대로와 지중해의 항선을 따라 나아갔다.
지중해 시대에는 사도들과 초대교회가 소아시아와 유럽에 선교를 했다.
대서양 시대에는 서유럽 국가들이 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 선교했다.
태평양 시대에는 미국과 한국 주도로 아시아와 열방에 선교가 되고 있다.
인도양 시대에는 누가 힌두권과 이슬람권을 넘어 예루살렘으로 진군할까?
2. 대서양 선교시대
이 시기는 선교의 중흥기라고 말할 수 있다. 선교의 가장 위대한 세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유럽은 중세 1000년의 영적 암흑기를 끝내고 개혁자들에 의해 종교개혁을 맞이하였다. 사람들의 영적 각성과 교회의 부흥은 자동적으로 선교로 연결되었다. 청교도, 모라비안 운동, 감리교의 갱신 등은 도전적인 선교운동을 낳았다. 마침 세상은 새로운 항로의 개척과 항해술의 발달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눈이 떠져가고 있었다. 교회 안에서는 이에 자극 받아 세계 선교를 향해 길이 서서히 열리게 되었다. 이 시대에 선교의 주축세력은 서유럽 교회였다. 저들은 대서양을 따라 북미, 남미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에 선교를 하였다. 물론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권 나라에도 선교사가 파송되었으나 주류라고 할 수 없다. 대서양 선교시대의 특징에 대해 조동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종교 개혁시대의 선교(AD1600-1750)는 성경이 모든 민족의 방언으로 읽히게 하는 선교, 교회를 라틴 문화권 종교에서 모든 민족 문화 속의 교회로 해방시키는 선교,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복음 중심의 선교, 성경 권위가 회복되는 선교였다. 또한 식민주의 시대(AD1750 이후)의 선교는 서구 기독교 국가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침략과 식민지 시대, 서구화가 곧 선교로 인식되던 시대, 지배와 착취와 선교가 혼재하던 시대, 식민지 지배 민족의 노예교회 같은 종속 교회 시대, 교회가 서구화의 문명 이식 중심이 되는 시대”라고 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가?
3. 태평양 선교시대
이 시기는 선교의 확장기라고 말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인류는 있어서는 안 될 처절한 1, 2차 세계대전을 치렀다.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서구 식민지 통치시대도 끝나게 되었다. 자연히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을 하며 그들 문화가 부활하고 경제가 부흥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장구치듯이 제3세계 교회들도 기독교 세력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21세기 들어 비서구세계 기독교 인구가 서구세계 기독교 인구보다 3배나 많아지면서 기독교가 서구종교가 아닌 세계종교로서의 자리매김을 하였다. 이에 1995년부터 비서구세계 선교사의 수가 서구 선교사의 수를 능가하면서 비서구 세력 주도 선교의 시대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평양 시대의 선교는 아무래도 미국과 한국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와 전 세계 열방에 선교사를 보내왔다.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모든 민족으로부터 모든 민족에게로의 보편적 선교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하여 은막에 가려져 있었던 선교지가 활짝 열렸다. 이전의 장기 선교사 위주에서 단기 선교와 수많은 Mission Trip이 대중화를 이루고 있다. 선교 동원을 위해 크고 작은 선교대회가 봇물을 이루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있었던 세계복음화 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 1989년에 시작된 AD2000운동(AD2000 & Beyond Movement), 국제기독학생회(IVF)가 3년 주기로 개회한 Urbana Champagne Mission Conference 등이 있다. 한인선교대회로는 1988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KWMC대회와 한국에서의 선교한국이 있다. 그야말로 선교동원을 위해 초교파적 연합운동이 펼쳐진 것이다.
맺음 말
복음의 서진화(西進化)! 이 말은 성경에 없다. 그러나 그 사례는 있다. "성령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거늘...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행16:6-9). 신비하게도 2000년 기독교 선교역사를 돌아보면 성령의 운행하심은 서진화의 궤적이었다. 즉,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이 지중해 시대를 거쳐 대서양 시대로 왔고 지금은 태평양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흐름이라면 언젠가 인도양 선교시대가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인도양의 의미는 종말론적이다. 누군가가 힌두권과 이슬람권을 넘어 예루살렘으로 가 여호와 닛시의 깃발을 꽂는다면 새 하늘과 새 땅도 열리지 않을까 싶다. 이 가정이 맞는다면 선봉에 설 주력부대가 필요하다. 마지막 선교의 바톤을 이를 자는 어디일까? 서구교회일까? 아니면 아프리카나 라틴권의 교회일까?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회의적이다. 어쩌면 1천만 명의 한인교회와 1억의 중국교회가 아닐까? 역사의 능선에서 서로 보완적인 이 두 영적 세력이 연합해 나간다면 능히 인도양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선교의 주체이신 여호와께서 그 열심으로 당신의 택한 백성들을 통해 이 대업을 기필코 이루실 것이다.
jrsong007@hanmail.net
10.31.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