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세계선교의 큰 이슈(Issue)인 사역 이양

송종록 목사

(크로스 선교전략 연구소)

Covid19의 기세가 아직도 꺾이질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선교현장도 여파가 크다. 여기저기에서 사역지를 떠나는 선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단 코로나바이러스란 원인 외에도 은퇴, 추방당함, 사건사고, 사역전환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현장을 나서는 선교사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사역이양이다. 만일 이것이 잘못되면 애써 일으킨 선교기초가 송두리 채 날아갈 수 있다. 이는 400m 계주에서 선수들이 아무리 달리기를 잘했어도 배턴터치를 잘못하면 낭패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떻게 하면 은혜롭게 사역을 잘 이양할 수 있을까? 성경에 대표적인 모범사례는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과업을 이양한 것이다. 우리는 저들의 아름다운 리더십 이양을 통해서 큰 교훈을 얻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역사가 사람을 통해서 계승 발전되며 주인공으로 쓰임 받은 모세와 여호수아는 흠모할만한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1. 한인 세계선교의 당면한 과제

    

교회를 개척하고 평생을 헌신한 가운데 은퇴를 앞둔 목회자의 가장 큰 부담은 무엇인가? 바로 후임자 선정문제이다. 오늘날 많은 한인교회가 사역이양 문제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어왔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일은 이제 선교현장으로 하나 둘씩 점화되고 있다. 한인 세계선교는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유인즉,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그 자신감 속에서 1989년 1월 1일부터 해외여행 자유 자유화를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때로부터 30년이 흘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초창기 나왔던 선교사들이 60, 70대를 넘어섰고 은퇴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간 한인 선교사들은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고군부투(孤軍奮鬪)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이러한 1세대 선교사들이 일궈놓은 기초 위에서 어떻게 2세대 선교가 맥을 이어가게 할 것인가?” 2020년, 지금에 한인 세계선교는 사역적 이양 건이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2. 선임자의 마음 자세

 

“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는 고려 말의 충신인 길재(吉再)가 쓴 시조이다. 그는 고려가 망한 뒤 초야에 묻혀 지내다가 오랜만에 폐허가 된 도읍지 개경의 궁궐터를 돌아보았다. 안타깝게도 자연은 그대로인데 모든 것이 바뀌고 벗들은 자취를 감춰 만날 길이 없었다. 이에 그는 옛 시절을 생각하며 “인간의 부귀영화란 일장춘몽 아니던가?”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본 시조는 우리 인간에게 암시한 바가 크다. 이는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역자들 특히 선교사는 부임 때부터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출구전략 가운데 사역에 임해야 한다. 비록 선교사는 그 자리를 떠난다 해도 선교는 영속성 있게 계승 발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선교사는 시작 때부터 배턴 이을 자를 물색하며 양성하고 준비시켜야 차질이 없다. 예수님은 공생애 시작 때부터 그렇게 하셨다.

 

달리기 계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배턴터치이다.

아무리 성공적 사역을 했을지라도 이양이 잘못되면 실패이다.

위임자는 서산에 지는 태양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3. 적합한 후임자의 선정 요건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라는 말이 있다. 만일 지도자를 잘못 선정하면 그간의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후임자의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로 성령의 감동하심이 있는 자이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신에 감동된 자니 너는 데려다가 그에게 안수하고"(민27:18). 모세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인간관계보다 먼저 하나님의 음성을 우선시 하였다. 사역을 계승함에 있어 사람의 생각이 앞서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둘째로 자질을 갖춘 자이다. 지도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영성, 지성, 덕성, 야성 등 두루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보기에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나안 정탐을 한 후 그의 보고에서 나타났다. 

셋째로 DNA가 같은 자이다. 동역자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자이다. 광야 40년의 생활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다시 애굽으로 회귀를 요구했다. 만일 군중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지도자가 세워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여호수아는 모세와 같은 비전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었다. 

넷째로 훈련된 자이다. 모세는 거의 40년간 여호수아를 조력자로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하였다(출24:12-18, 33:7-11). 그는 멘토로서 여호수아를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하며 키웠다(출17:14, 32:15-35). 이처럼 다음세대 지도자는 밖에서 데려오는 것보다는 선임자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 좋다. 청빙자는 선임자와 모든 것이 다른 외인이기에 사역의 영속성을 잇기 어렵다.

 

4. 사역 이양에서 예견되는 문제

 

낯선 타국에서 청춘을 바친 선교사는 아무래도 그 사역지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많은 재정이 투입된 부동산이 있는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저들은 푸념할 수도 있다. “나이 먹은 것 외에 체력도 있고 마음은 이팔청춘 때나 다를 바 없는데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은퇴를 앞둔 선교사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설사 탈탈 털고 귀국한다 해도 설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사역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며 남아 있는 것도 부담이다. 문제는 세월은 냉정하며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는 데 있다. 

나이든 선교사가 계속 자리를 지키며 버틸 때 추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후에 누군가에 의해 밀려나게 된다면 그간의 헌신과 수고가 헌신짝처럼 취급받게 된다. 따라서 시니어 선교사는 아직 힘이 있을 때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방법론으로 단체마다 정관을 제정하고 그것에 기초한 이사회나 운영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내규에 의해 지도자를 세우고 리더십을 이양하면 뒤탈이 없다. 사역도 아름답게 이어지게 된다. 즉, 인치가 아니라 제도적인 법치를 세우라는 말이다. 

이러한 과정과 절차는 사역 말미보다 초기에 시행되어야 한다. 만일 선교사가 은퇴를 앞두고 문건을 만든다면 오해받을 수 있다. 선교사는 자나 깨나 많은 눈들이 앞,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인식해야 한다.

 

맺음 말

    

천하사 득인이임지 사과반의(天下事  得人而任之 思過半矣): 천하의 일은 적임자를 얻어서 맡기면 절반 이상 이뤄진 것이다. 참된 지도자는 자신의 시대로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리더를 세워가는 사람이다. 좋은 끝맺음은 사역이양을 잘 하는 것이다. 그것은 훌륭했던 지난 사역을 기억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더욱 찬란한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목회든 선교이든 1세대 개척자는 많은 고생과 희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헌신의 대가로 사역적 열매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름 있는 원로들 가운데 끝맺음을 잘못함으로 그 간의 업적과 명예를 한꺼번에 날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체 교회와 하나님 나라 차원에서도 애석한 일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오른 자는 빨리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 개척자들도 같은 이치이다. 소위 뭔가를 남긴 사람일수록 서산에 지는 태양처럼 그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사람의 됨됨이는 일군 사역을 더욱 빛나게 하기 때문이다. 

6.25전쟁의 영웅인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은 말했다. “노병은 죽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jrsong007@hanmail.net

06.0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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