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네델란드 사람들은 맨주먹으로 물구멍을 막아 나라를 구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픽션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한 소년의 구국일화가 전설이라고 해도 감동적인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전설은 많을수록 손해될 것이 없다.
우리 시대는 자칭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자칭 차세대 지도자라며 자신을 치켜세우는 해프닝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지도자란 글자 그대로 지도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지도자란 스스로 되는 경우보다는 시대와 역사가 그를 치켜세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우리가 진실로 원하는 지도자는 맨주먹으로 물구멍을 막아 조국을 구했다던 바로 그 소년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지도자요’라고 나서는 사람들이 민족역사의 주인공으로 행세한다면,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가 놀이터를 제공하고 사랑방을 내준다면 우리네 역사의 전도는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존 스토트(John Stott)는 기독교 리더십의 특징을 비전, 근면, 준비, 인내, 섬김, 훈련이라고 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기독교 지도자의 영원한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 분의 삶을 얼마나 구현하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결정된다. 이 대목에 서면 우리 모두는 숙연한 자세로 자신을 보게 된다. 이유는 예수 닮은 삶을 살아가기에 우리 자신들이 너무나 치졸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서로를 가리켜 당신이 ‘지도자요’라고 치켜세운다든지 한술 더 떠 ‘내가 지도자다’라고 나선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도자를 세워야 하고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최소한의 윤리성과 책임 정신도 지니지 못한 사람이라면 지도자로서는 부적합하다.
자신이 공언한 말은 책임을 지는 사람, 근거 없는 말을 꾸며대지 않는 사람, 덕을 깨트리는 말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로서 적합하다. 자신이 내뱉은 말도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함량 미달이다. 봇물처럼 터졌던 선거 공약들, 그리고 선심 공약들도 예외가 아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말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은 남북분단으로도 모자라 손바닥만한 강토와 국민을 조각조각 나누고 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그리고.... 더욱 한심스런 작태는 교계의 풍토다. 한 술 더 뜨기에 손발이 빠르다. 솔직하게 말하면 교회 연합과 일치도 이루지 못하는 우리들의 통일 기도와 몸짓이 처량하기 그지 없다.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말씀이 새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