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교회론

박종순 목사 (충신교회 원로)

교회론의 태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바울이다. 교회를 세우신 분은 그리스도시지만 교회 신학과 이론을 정립한 것은 바울에서 시작된다. 다른 사도들이 부분적 교회론을 논하였다면 바울은 통전적 교회론을 강조했고 바른 교회론을 제시했다. 그것은 그가 교회를 개척했고 그 교회들을 목회했던 실천의 산물이었다. 바울의 신학 세계는 깊고 넓다. 신론(神論), 인론(人論), 기독론, 성령론, 구원론, 종말론, 교회론은 물론 정치, 사회, 가정, 결혼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포괄하는 교훈으로 당시 교회들을 가르쳤다.

특히 그의 교회론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남편과 아내 즉 부부 관계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부부란 전녀 다른 타인끼리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따져보면 부부란 같은 점이 하나도 없다. 얼굴, 키, 무게, 취미, 전공, 가문, 부모, 형제, 인격 그 어느 것 하나도 같은 게 없다.. 그토록 다른 두 사람이 어느 날 결혼이라는 관문을 거쳐 부부가 된다. 부부는 한 몸이라지만 밥도 잠도 외출도 따로 일 때가 많다. 그러나 부부란 둘이면서 하나, 하나이면서 둘이라는 신비 속을 거닐며 평생을 살아야 하다. 부부란 각각 다른 요소들로 에워싸여 있더라도 하나가 되지 않으면 견디기도, 살아가기도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바울은 교회가 그리스도께 복종하듯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할 것이며, 남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하여 희생의 피를 흘린 것처럼 아내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교회는 그리스도를’이라는 공식처럼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위해야 된다는 것이다. 바울의 교회론의 또 다른 특징은 한 몸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 교회는 그의 몸, 그리스도인은 그 몸의 지체라는 것은 교회론의 기둥이다. 필자는 바울의 교회론을 따르기에 교회 안에서 통용하는 ‘수석 목사’니, ‘수석 장로’니 하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석’이라니 언제 누가 어떻게 수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예수 말고 누가 어른이 될 수 있으며 머리가 될 수 있는가? 한국 교회의 병폐는 저마다 꼭대기에 오르려는 데서 비롯된다. 저마다 주인이고 수석이면 종은 누구이며 꼬리는 누구여야 하는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는 유기적이며 생명 공유의 관계다. 그리고 절대 불가분리의 관계다.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떠난 교회는 생각도 분별도 못한다. 그래서 명색이 교회라지만 못할 짓이 없다. 머리가 없기 때문이다. 머리는 하나인데 손가락 발가락이 저마다 머리라며 싸움판을 벌인다면 그건 조직의 가나다 순서도 모르는 사람들의 짓이다.

교회 밖의 사람들이 교회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것은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바울의 교회론으로 관조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손톱, 발톱, 솜털이 몸뚱이나 머리를 싸잡아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회의 자정 능력은 한계가 있다. 주인 되시고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성전을 청결케 하시듯 정결케 하셔야 한다. 교회 자체의 개혁이나 갱신은 또 다른 개혁과 갱신을 요청받기 마련이다. 그리스도가 머리이신 교회는 고치고 새롭게 하는 역사도 그리스도에게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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