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춘 목사 (본지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원로)
본문은 야곱과 그의 아들들이 애굽에 도착하여 바로를 면담하고 바로의 승인을 얻어 고센 땅에 합법적으로 정착하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야곱의 가족 일행이 애굽의 기름진 땅 고센에 도착하자마자 지혜 있는 요셉은 형들 중 5일을 택하여 바로에게 인사를 시켰습니다. 5인을 택한 것은 5라는 숫자가 애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였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형들 5인을 보임으로써 바로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그의 은총을 얻고자 한 것입니다.
바로가 요셉의 형들에게 “너희 생업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형들은 요셉이 시킨 대로(창46:34) “종들은 목자이온데 우리와 선조가 다 그러하니이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심하여 종들의 떼를 칠 곳이 없기로 종들이 이곳에 우거하러 왔사오니 청컨대 종들로 고센 땅에 거하게 하소서”(3, 4절)라고 청원하였습니다. 야곱의 선조들은 대개 가축을 기르는 목자로서 항상 좋은 목초지를 찾아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유목생활을 해왔습니다. 반면에 애굽인들은 농업이 주산업이어서 한 곳에 오래 정착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목축을 가증히 여겼던 것입니다. 요셉의 형들은 바로에게 “종들이 이곳에 우거하러 왔사오니”라고 말하는데 ‘우거하다’는 ‘나그네로서 잠시 머물다’라는 뜻입니다. 가나안 땅이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허락하신 영구한 약속의 땅임을 믿고 있던 형들은 기근이 있는 동안만 잠시 애굽에 머물려고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 가족이 대대로 430년 동안이나 애굽에 거주하게 하셨습니다(출12:40). 이것은 일찍이 아브라함에 주신 횃불언약(15:13-16)을 성취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뜻과는 무관하게 택한 백성의 역사를 당신의 주관적 섭리로 진행시키고 계심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을 의심 없이 믿고 그 하나님 손에 우리의 모든 일을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5:18)는 주님의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형들의 청원을 들은 바로는 요셉에게 말하기를 “네 아비와 형들이 네게 왔은즉 애굽 땅이 네 앞에 있으니 땅의 좋은 곳에 네 아비와 형들로 거하게 하되 고센 땅에 그들로 거하게 하고 그들 중에 능한 자가 있는 줄을 알거든 그들로 나의 짐승을 주관하게 하라”(5, 6절)고 쾌히 승낙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인하여 바로는 요셉의 형들의 요구를 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요구하지 않은 애굽 궁중의 가축을 돌보는 일까지 맡겼습니다.
형들을 내세워 애굽 땅에 정착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끝낸 요셉은 아버지 야곱을 바로에게 인도하여 바로와 상견례를 시킵니다. 야곱은 바로 앞에 서자 먼저 그를 축복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바로를 향한 문안 인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족장들에게 주신 축복권을 가지고 요셉과 자신의 가정에 호의를 베푼 바로를 축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 8절을 보면 바로가 야곱에게 “네 연세가 얼마뇨”라고 묻습니다. 문자적으로는 ‘네 인생의 연수가 얼마뇨’란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나이를 물었다기보다는 야곱이 어떠한 인생의 길을 걸었는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애곱은 바로에게 고하기를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9절)하며 자기 인생을 회고하였습니다.
1. 인생은 나그네입니다.
야곱은 자기를 나그네로 보고 자신의 생애와 그 조상들의 생애를 “나그네 길의 세월”이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지나가는 길손입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잠시 거처를 정하여 살다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행인이 나그네인 것입니다. 실로 야곱은 나그네 인생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형의 장자권을 빼앗은 것이 화근이 되어 밧단아람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그곳의 외삼촌 라반의 집에 우거하면서 20년 동안 더부살이 인생으로 살다가 처자식을 이끌고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와 세겜에서 10여년을 살았습니다. 디나의 사건이 터지자 헤브론으로 옮겨 장막을 치고 30년 가까이 살다가 이제 노경에 기근을 피하여 온 가족을 이끌고 애굽 땅 고센에 우거하러 온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나그네 인생입니다. 모든 인생은 예외없이 모두 나그네 길을 갑니다. 히브리서 11장 13, 14저을 보면 믿음의 선진들에 대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고 하였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사라의 매장지를 사기 위하여 헷 족속과 말할 때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우거한 자”(창23:4)라고 하였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너희의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벧전1:17), “사랑하는 자들아 나그네와 행인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스려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벧전2:11)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나그네로 이 세상에 얼마 동안 살다가 본향인 하늘나라로 돌아갈 존재들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의 영원한 거처가 아닙니다. 잠시 머무르다 떠나야 할 여관방과 같습니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하나님이 부르시면 모든 것을 버려두고 다시 빈손으로 돌아갈 나그네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소망을 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이 계시고 신랑 예수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사는 자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 나그네 길은 짧습니다.
야곱은 바로에게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때 야곱은 130세였습니다. 그 조부 아브라함은 175세를 살았고 부친 이삭은 180세를 산 것에 비하면 자기가 산 130년의 인생은 짧았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야곱은 이후에도 17년을 더 살아 147세를 향수하였습니다(창47:28). 연세가 높으신 어른들에게 지나간 세월이 길게 느껴지시냐고 물으면 모두 ‘내 인생이 너무 짧았다’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장한 세월 초로 인생’이란 말이 있습니다. 세월은 장구한데 그 가운데의 인생은 풀에 놓은 이슬같이 잠깐이라는 뜻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4:14) 고 말했습니다. 역대상 29장 15절을 보면 다윗은 ‘주 앞에서는 우리가 우리 열조와 다름이 없이 나그네와 우거한 자라 세상에 있는 날이 그림자 같아서 머무름이 없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나그네 인생은 짧습니다. 잠깐 지나가는 인생입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은 모두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습니다. 영웅도 미인도 천재도 부자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날이 있습니다. 짧은 인생, 한정된 나그네 인생임을 입으로는 시인하면서도 마치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우리는 아닙니까? 우리는 이 나그네 인생길을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우리는 내 나그네 길이 끝이 있음을 알고 내세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내가 나그네 인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세상에 우거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세월을 아끼며 훗날 본향으로 돌아가 하나님을 영광중에 만날 준비를 하는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3. 나그네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야곱은 바로에게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자신의 일생이 평탄치 못하였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곱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참으로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습니다. 그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형 에서와 투쟁을 하였습니다.
끝내 그는 형의 장자의 명분을 빼앗고 형이 받을 축복을 가로챔으로 인하여 도망자 신세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는 외삼촌 라반 밑에서 낮에는 더위를 무릅쓰고 밤에는 추위를 당하며 눈 붙일 겨를도 없이 20년 나그네 생활을 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얍복 나루터에서 천사와 씨름하다가 환도뼈가 부러졌고 세겜에서 딸 디나가 겁탈을 당하고 그에 따른 살육사건이 있었습니다. 또한 자식들에게 속임을 당하고 사랑하는 요셉과의 생이별등 말 그대로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야곱의 생애는 오늘 우리의 나그네 길도 평안한 길이 아닌 고난의 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성도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 지나가는 나그네와 행인으로서 험악한 세월을 살게 하십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성도들이 앞으로 갈 본향 천국에서 보다 더 잘 살게 하기 위한 훈련장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험악한 세월을 살게 하신 것은 그가 속임과 간사함을 버리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신앙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선민이스라엘 공동체의 조상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야곱이 보낸 험악한 세월은 그를 연단하시고 성화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의 기간이 있습니다.
우리의 나그네 인생길에 고난이 있고 환난이 있는 것은 우리를 연단하시고 성화시켜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다운 신앙 인격을 갖추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나의 나그네 인생길이 평안하지 못하다고 낙심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그 고난을 통하여 야곱처럼 하나님을 만나고 변화되어 나그네 길을 바로 걷는 자들이 되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늘의 고향집을 버리고 나그네 인생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는 출생할 때 말구유에 누우셔야 했고 헤롯의 칼날을 피하여 애굽으로 피신하셔야했습니다. 그는 머리 둘 곳이 없는 나그네 삶을 사시다가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신 후 아리마대 부자 요셉의 무덤을 빌려 묻히셔야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성령의 능력으로 사흘 만에 부활하시고 하늘로 승천하시어 하나님 우편에 앉으셨습니다. 그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를 변함없이 사랑하며 이 땅에서는 나그네와 행인으로 사는 믿음의 성도들을 위하여 장차 거할 하늘의 처소를 예비하시고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내 나그네 길의 동반자가 되시어 우리의 고난 중에 함께 하여주시는 그 주님을 믿고 천국을 소망하며 나그네 길을 힘차게 걸어가는 성도들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