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교회 원로목사)
옛날 중국의 ‘한’이라는 나라와 ‘초’라고 하는 나라가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한나라의 왕은 ‘유방’이라는 사람이었고 초나라의 왕은 ‘항우’라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에는 초나라의 전력이 훨씬 강했습니다. 그래서 초나라의 ‘항우’는, 한나라의 ‘유방’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상대를 너무 얕보았던 초나라 항우의 군사들은 한나라의 작전에 말려들어 ‘해하’라는 지역에서 완전히 포위당하게 됩니다. 그 바람에 초나라 군사들은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고 결국은 패하고 말아요. 그러나 초나라의 ‘항우’는 포위망을 뚫고 살아남은 패잔병들을 모아서 진영을 재정비해서 또다시 한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전략을 세웁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런데 초나라 진영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밤이면 밤마다 애절한 노래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초나라 군인들이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초나라의 고향 노래가. 매일 밤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애절한 노래는 가뜩이나 전쟁에서 패해서 사기가 꺾여 있는 초나라 군사들이 고향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밤마다 들려오는 고향 노래는 급기야 초나라 항우의 군사들로 하여금 창과 칼을 버리고 고향으로 도망치게 만들고 맙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략은, ‘장량’이라는 한나라 장수가 생각해 낸 아주 기발한 생각이었는데 이로 말미암아 마침내, 초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초나라의 ‘항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아요. 이 내용은 ‘사마천’이라는 사람이 쓴 ‘사기’라는 책에 기록된 이야기이고 여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바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사면초가’라는 말은, 이야기 내용처럼,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요.
애굽에 노예로 팔려 갔던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가 됩니다. 그리고 요셉으로 인해서 그의 모든 형제와 자손 70여 명이 애굽으로 이민하게 되지요. 그리고, 이민 간 지 430년이 지나서 장정들이 약 60만 명이 되는 커다란 민족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에 의해 모세를 지도자로 세워 애굽 땅을 나와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들을 노예로 부리던 애굽 왕 바로는 마음을 돌이켜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시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그의 명령을 받은 애굽의 군사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뒤를 쫓게 되는 예상치도 못했던 급박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어찌할까요? 그들의 추격에서 벗어나야 할 앞길에는 배가 없이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홍해’라는 바다가 떡 하니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어요. 급박한 상황,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지경이 되고 말았어요. 앞으로도 나갈 수 없고, 그렇다고 뒤로도 물러설 수 없는 위기를 마주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나 조건이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도 그대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요. 앞에는 홍해 같은 환난이나 난감한 상황, 뒤에는 애굽 군대 같은 위험이나 위기가 우리의 삶에서도 똑같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면초가의 고립된 위기 상황 속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사하게도 오늘 본문의 13절은, 우리에게 해결 방법을 알려 주고 있어요.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여러분! 오늘 본문의 13절은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알려 주고 있어요. 그리고 “가만히 서서 하나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1) ‘두려워 말고’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두렵다’라는 말은 ‘경외한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경외하라’라는 말을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라는 말로 이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본문에서 ‘두려워 말고’라는 말은 “사면초가의 어려운 위기에 대해서 너희들은 ‘하나님을 경외할 만큼’ ‘하나님 뵙기를 두려워할 만큼’ 심각하게 여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면초가의 위기에 대해서 너희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대면하듯이, 그래서 두려워하듯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즉, 그 문제나 상황에 대해서 너무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2) ‘가만히 서서’라는 말의 의미는 원어에 보니까, ‘야짜브’라는 단어로 기록되어 있는데 구약 여러 군데에서 ‘몸을 세우다.’ ‘서다.’ ‘일어서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그런데 특별히 삼하 18:13 절에 보면, 거기에서는 이 ‘야짜브’라는 단어가 ‘누구와 대적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NRSV 성경에는, ‘stand ALOOF(쌀쌀하게, 냉정하게)’로 번역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NIV 성경에는 ‘stand FIRM(탄탄하게, 견고하게)’로 번역되어 있어요. 따라서, ‘야짜브’라는 뜻과 의미를 종합해서 이 말을 해석하자면, “사면초가의 위기를 만나게 되면, 너희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쌀쌀맞게, 탄탄하게 견고하게 대적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결국,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라는 말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경외할 만큼 우리들이 겪는 문제나 위기들을 심각하게 무서워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것들 앞에서 비굴하거나 비겁함 없이 당당하게 담대하게 배짱을 갖고 대적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여호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싸우신다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14절). 따라서,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오직 위에 계신 여호와 하나님만 바라봐야 합니다. 그러면 애굽의 군사들을 막아 주시고 홍해를 건너게 해 주십니다.
갑자기 높은 건물에 불이 났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납게 치솟는 불길과 연기로 인해 밖으로 나올 수도 없어요. 창밖으로 빠져나오려니 너무 높아 뛰어내릴 수도 없는,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도저히 빠져나갈 곳은 한 군데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를 바라봐야 하지요. 위로 뛰어야 합니다. 옥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 길밖에는 별다른 길이 없습니다. 모두 옥상을 향해 냅다 뛰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곳에는 이미 구조 헬기가 하늘 위에서 굉음을 울리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명의 밧줄이 헬기에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문제나 위기 앞에서 비굴하거나 비겁함 없이, 당당하게 담대히 배짱을 갖고 차분하게 가만히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볼 때,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씀하고 계세요. 하늘에 헬기를 준비시키겠다고 하시고, 밧줄을 내려 주겠다고 말씀하세요. 사면초가 사방으로 둘러쌓인 여러분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겠다고 말씀하고 계세요.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지금 어떤 문제에 둘러싸여 있습니까? 도대체 어떤 어려움이 여러분을 사방으로 에워싸고 있습니까?
가만히 서서 위에 계신 하나님만 바라보십시오! 하나님이 내려 주실 밧줄을 기다리면서 위에 계신 하나님만 바라보세요! 앞뒤와 옆, 모든 사방이 꽉 막혀 있을 때, 탈출할 곳이라고는 전혀 없을 때, 편안하게, 분명하게, 흔들림 없이, 냉철하게 위기와 대적하며, 위에 계신 하나님만 바라보세요! 하나님께서 내려주실 밧줄을 기대하세요!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튼튼하고 안전한 밧줄을 여러분에게 내려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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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