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주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을 돌아보고 기념하는 성탄의 달입니다. 2023년 올해 성탄은 어느 해보다도 더 무겁고 아프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탄생하신 베들레헴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어오던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취소되었습니다. 이스라엘 교회를 책임지는 초교파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매년 15만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참여하는 크리스마스 시즌 행사이지만 올해에는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애도하기 위하여 화려한 외형적인 행사를 취소하고 조용히 기도하며 주님께서 낮고 천한 이 땅에 오신 영적인 의미를 되새기려는 것입니다. 심지어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마저 취소하면서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에서 가장 힘없이 무너지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장애인들입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대략 3백만 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간병인들이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던 중증 장애아들을 시설에 남겨둔 채 피난길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중증 장애인들은 인격체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목숨만 부지하고 있을 뿐입니다.”라며 한 장애인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국제사회에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을 장애인들로 만들어갑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분쟁지역에서의 어린이 처우와 관련된 UN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어린이 477명이 살해당했으며 909명이 장애를 입었습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 가운데서도 부상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지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비록 육체는 멀쩡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를 눈앞에서 잃어버린 사람들은 남은 평생을 소위 말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인 심리적인 압박과 상처로 인해 고통받으며 살게 될 것입니다.
2023년 지구촌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계시뇨?’라는 동방박사의 물음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진 헤롯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2살 이하의 아이를 다 죽임으로써 퍼져 나오는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어미들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이 아픈 소리를 우리 양심 속에서 들을 수 있다면 우리의 복음은 훨씬 더 따뜻하고 포근한 복음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이 쏟아내는 이 절규의 소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 듣기를 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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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