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교회, 풀러 Th. M
미국인들은 11월을 감사의 달로 여긴다. 추수감사절이 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에 있기 때문이다. 감사는 신앙의 척도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감사가 많은 사람이 신앙이 좋고 건강한 사람이요 감사가 적으면 그 반대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주님은 성도들에게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사에 감사를 해야 하는데 그 첫걸음은 종교개혁이다. 묘하게도 종교개혁일은 감사의 달이 시작하기 바로 전날인 10월 31일이다. 이는 1517년 바로 그날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로마 카톨릭의 잘못에 대해 비텐베르그 대학교 정문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종교개혁의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그날이야말로 종교개혁의 봉화를 높이 치켜든 날이라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의 핵심은 “Ad Fontes”(근본으로 돌아가자)였다. 당시 종교개혁자들은 이 말을 외치면서 근본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하였다. 그것은 종교개혁의 다섯 개 기둥이라고 불리었던 종교개혁의 5대 원리를 통해서 잘 표현되어 있다. 이것을 세 가지로 분류해 보겠다. 첫째, 오직 성경(Sola Scriptura) : 성경으로 돌아가자. 종교개혁 당시 로마 카톨릭은 일반 교인들이 성경을 볼 수 없게 하였다. 미사에 설교는 거의 없었고 대개 성찬식 중심의 예전이었다. 설교를 한다 하여도 일반교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 설교였다. 그런데 종교개혁자들은 성도들에게 성경을 안겨주었다. 13세기에는 피에르 발도가 프랑스어로 성경을 번역했고, 1382년 존 위클리프가 영어로, 1406년에는 얀 후스가 체코어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1522년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하여 성도들이 읽게 하였다. 이전에는 성경의 해석 권한이 교회, 특히 교황에게만 있었다. 교황의 생각이 그들의 신앙과 행위의 표준이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성령을 받은 일반 교인들 누구나 성경을 읽을 수 있고 해석할 수 있음을 천명하였고 자기 나라말로 설교를 들을 수 있게 하였다.
둘째,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만 돌리라. 종교개혁 당시 로마 카톨릭도 하나님의 영광을 말하였지만 그 영광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였고 오히려 그 영광을 도적질하였다. 존 칼빈은 “(당시 교회에는) 하나님의 진리의 빛이... 꺼졌고, 하나님의 말씀이 매장을 당했고, 그리스도의 선하심이 깊은 망각 속에 방치됨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교회에서 제거되어졌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자신의 주요한 목적으로 표명하는 자는 백 명 중의 한 명이 될까 말까 한다.”고 하였다. 신부와 교황과 마리아와 수많은 성인들과 성상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도둑질해 버렸다. 그래서 종교개혁자들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에서는 아예 “사람의 제 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못 박아 놓았다.
셋째,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 오직 은혜뿐이다. 이렇게 세 가지를 묶어놓아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서로 각각의 고유한 개념이 있지만 상통하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이전에 로마 카톨릭에서도 은혜를 믿었고, 믿음을 가르쳤고, 그리스도의 역할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오직”이 빠졌다. 이 세 가지 외에 인간의 선행이 있어야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는 결과적으로 은혜나 믿음이나 그리스도만으로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없으니 선행의 가치를 그만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선행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구원받은 자의 열매라는 사실을 깨우쳐주었다. 선행을 앞세운다면 구원받은 인간은 그만큼 자기 의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은혜뿐이라고 할 때는 모든 게 감사할 조건뿐이다. 종교개혁은 성경을 우리들에게 돌려주었다. 그 성경은 우리가 사는 목적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것뿐이며 그럴 때 우리 인생이 가장 행복함을 깨우쳐주었다. 오직 그 은혜를 인하여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음을 다시 명백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진정한 감사의 첫 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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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