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 모여!’ 기도의 자리로

이동진 목사

(성화장로교회)

지역마다 몇 몇 교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회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굳이 어려움의 이유를 항목별로 분류하지 않더라도 팬더믹을 지나면서 나타난 이유를 찾아보면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더믹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멀어진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교회들은 그 거리를 당겨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 앞에 서 있다.

이 거리는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바꾸어버렸다. 교회의 당연한 구성요소들이었던 예배와 교제와 전도와 같은 일들이 외면당하고 있는가 하면 문명의 발달, 즉 인공지능화되어가는 기기의 발달로 사람보다 기계와 더 친해진 문화의 변화도 교회를 어렵게 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게임 중에 ‘의자빼기 놀이’가 있다. 둘러선 사람보다 의자를 한 개 적게 배치하고 그 주위를 ‘둥글게 둥글게~’ 노래를 부르며 돌다가 ‘멈춰’라는 구호에 빨리 가서 의자에 앉아야 살아남는 이 게임은 탈락자가 빠지고 나면, 또 하나의 의자를 빼내고 또 다시 즐겁게 ‘둥글게 둥글게’를 부르며 같은 방법으로 최후까지 남는 한 사람이 승리하는 놀이이다.

그런가 하면, 체육시간이나 신병훈련소에서 많이 듣는 구호가 있다. ‘헤쳐 모여!’ 줄이 엉클어져 있을 때, 쉬었다가 다시 집합할 때 ‘헤쳐 모여’ 구호를 외치면 빨리 바르고 질서 있는 줄 대형을 맞추어 서야 한다.

팬더믹 후 교회의 모습이 ‘의자빼기 게임’이 아니라 ‘헤쳐 모여’가 되기를 바란다. 탈락자가 생기면 또 한명의 탈락자가 나오도록 의자를 뻬 버리는 게임이 아니라, 어수선하고 흐트러진 것 같지만 ‘헤쳐 모여’ 한마디에 다시 질서 있게 잘 맞춰 선 줄과도 같은 교회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마 11:12)는 말씀을 바로 해석해 적용해야할 때이다. 침노한다는 단어를 공격해서 빼앗아온다는 관점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말씀을 ‘의자빼기 게임’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신앙생활은 실망하고 피곤해지고 말 것이지만 ‘헤쳐 모여’라는 관점에서 이해를 하게 되면, 새로운 기대감으로 서로 돕고 이해하는 한몸 의식이 생기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 우리 교회는 현역 전투 군인같은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의 예비군 훈련시 조교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이미 군대를 다녀온 예비군들이 시간만 때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성경이 ‘헤쳐 모여!’라고 명령을 내린 시대와 같다. 그런데, “어, 그냥 하던 거 하지…   하던 대로 합시다~”라면서 ‘헤쳐 모여’달라는 지휘통솔에 따르지 않는 향토 예비군 같은 마음으로 서성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교단(KAPC)이 이번 주간 전국 목사장로기도회를 갖고 있다. 교회에서 가장 흔한 제목이 ‘기도회’이고, 교계연합행사에서는 들러리 같은 시간이 되어버린 ‘기도회’이지만, 또한 교회의 가장 고상한 제목이 ‘기도회’가 아닌가. 전국 노회별로, 교회별로 흩어졌던 교회지도자들인 목사와 장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유는 ‘헤쳐 모여’라는 명령구호가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기도와 말씀의 시간들이 이어지고, 빌리그래함 라이브러리를 방문해 이 시대의 전도자였던 빌리그래함 목사의 열정을 배우는 시간도 갖는다. 흩어져 있다가 모이는 이 모임을 통해 새로운 은혜가 모든 지교회와 성도들에게 흘러가기를 바란다. 맞다. 문제투성이인 지금은 특별히 더욱 기도할 때, 전도할 때이다.

djlee7777@gmail.com

11.11.2023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