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장로교회)
최근 유명해진 하버드대학 교수가 있다. 물론 그동안 꽤 명성있는 교수로 알려져 있었고 그 교수의 연구팀에서 발표하는 데이터들은 권위있게 인정받아온 교수라고 한다.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 그런데 이 이름이 요즘 지탄의 대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 되어있다. 그 원인은 거짓말.
아이러티컬하게도 지노 교수가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 10여년 동안 연구해온 '부정(cheating), 거짓말(lying), 부정직(dishonesty)등에 관한' 이 연구팀에서 발표한 데이터들이 관련학계에서 유용하게 사용해온 자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과정들 중에 상당한 거짓 방법이 드러났고, 지노 교수는 학교에서 ‘공무휴직’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연구를 해온 교수가 학계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일해왔다는 사실이 학계는 물론 학생들과 소식을 접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특별히, '세금이나 보험정보 같은 서류를 작성하기 전에 정직서약(honesty pledge)을 하게 하면 작성후 서약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직하게 서류를 작성한다'는 연구는 지노 교수의 대표적 연구업적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조사에 따르면 지노 교수의 데이터가 거짓인 것이 많고, 문제는 이렇게 거짓데이터들인 것을 알면서도 출판을 멈추지 않은 점이 밝혀졌다고 한다. 또한 그 거짓 데이터들을 왜곡 편집한 정황이 엑셀 스프레드 시트를 통해 다 물증으로 드러남으로써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덕과 윤리의식은 학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각주나 참고 등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살펴보면서 표절 지적을 당하지 않도록 신경쓰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지노 교수를 향한 질타가 더욱 매섭게 가해지고 있다.
세상학문에서도 이렇다면 영성의 문제를 다루는 기독교신앙과 생활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본 회퍼의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말속에 그 대답이 담겨있는데, 신앙은 부풀림이나 위선이 있을 수 없고 ‘정직’해야만 한다는 것을 정의한 말이라고 보여진다. 즉, 누군가 보기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앞에서, 나를 다 보고 계신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사는 정직한 삶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위선적 면모를 갖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직을 주장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그와는 다른 위선적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면, 이미 그 사회는 잘 포장된 상자 안쪽에 숨어있는 썩은 복숭아 하나가 얼마 후 다른 복숭아들까지 썩게 만드는 것과 같은 모습이 되고 만다는 점에서 위선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해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회가 내세우는 도덕성과 영성이 스스로의 자족감과 착각에 빠져있는 상태라면 교회가 아무리 고귀한 가르침을 선포한다 해도 이미 위선의 탈을 쓴 집단으로 손가락질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권위’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것이 될 것이다.
특히 설교자들은, 최근에 불법이 발각되어 비난을 받고있는 지노 교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말 말씀 앞에서 정직한가, 인용 설명없이 슬쩍 도용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가 더욱 세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말끝마다 붙이는 “할렐루야”와 습관처럼 던지는 “아멘?”이 이미 말씀의 권위를 끌어내린 시대에 진실한 할렐루야와 아멘의 고백을 회복하기 위해 설교자는 더욱 정직한 코람데오(하나님 앞에 서있는 정직함)의 자리를 찾아가야만 할 것이다.
화장이 필요한 시대이다. 때로 분장도 필요하고 보톡스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교회에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위장이다. 아름답게 보이려 하는 화장이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분장은 용납되지만, 진실을 가리는 위장은 용서할 수 없다. 교회는 손해를 보아도 정직해야 하며, 끝까지 정직한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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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