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드림포럼 대표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다.’는 뜻으로,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맹자의 격언이다. 그러나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을 수도 있다. 동남아에 서식하고 있는 '등목어'라는 물고기는 주로 혼탁한 수질과 수초가 많은 지역에 있는데 극도로 불리한 수질 조건에도 견딜 수 있다. ‘등목어’는 한문으로 오를 ‘등’, 나무 ‘목’자로 말 그대로 나무에도 올라간다. 길이 25cm 남짓한 이 독특한 물고기는 아가미덮개에 뒤쪽을 향해 뻗은 가시가 있다. 양쪽에 하나씩 있는 그 아가미덮개를 뻗어 교대로 바닥을 짚고 튼튼한 꼬리로 힘차게 밀면서 나무 위를 기어 올라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등목어’를 ‘클라이밍 퍼치’(Climbing perch)라고 부른다. 보통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그저 퍼덕거리다 죽기 마련이다. 그래서 '물 밖의 물고기'라는 말은 꼼짝 못 하는 상태를 묘사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모든 물고기에게 '물 밖'이라는 환경이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등목어'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내 삶에 갑자기 찾아올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려울 때 가장 많이 성장한다.」(퍼온글) 필자는 20년 이민목회후 한국으로 들어온지 2년이 됐다. 올해 5월에 은퇴도 했다. 은퇴후 제 2의 인생으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평화운동’과 ‘인권운동’을 한국에서 시작했다. ‘평화운동’으로는 2년전 통일부 소속 사단법인 평화드림포럼(www.peacedream.org)을 조직하여 5개국어 평화교육교재 발간, 6.25 평화의 날 선포 기념사업, 평화드림 5만리(33명, 5개국 11개도시 평화순례), 평화드림 아카데미, 한반도 평화음악회 등등을 진행했다. ‘인권운동’으로는 그동안 준비했던 ‘미등록아동지원센터’를 지난 5월31일 창립총회를 했다. 한 나라가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가면 자연히 이주민들이 유입된다고 한다. 럭셔리한 것은 2만불이 넘으면 차박시대, 3만불이 넘으면 요트시대에 들어선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천들의 관심은 럭셔리가 아니라 항상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들’이다. 한국사회에 ‘미등록 아동들’은 ‘인권의 사각지대’다. ‘미등록 아동’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궁금하실게다. 한국에서 이주민은 이미 300만명 전후가 됐고 그 가운데 3-40만명이 불법체류자다. 그리고 불법체류자들 가운데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미등록 아동’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어디에도 출생신고를 못한다. 한국은 미국처럼 속지주의가 아니라 속인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주민등록이 없이 그렇게 자라난다. 그래서 스스로를 ‘있지만 없는 아이들’, ‘유령’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눈에 보이고 걸어다니고 밥도 먹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없는 아이들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불법체류자가 된 것이 아니다. 부모들이 불법체류를 택했기 때문에 자기의지와는 관계없이 ‘불법체류 아동’(미등록 아동)이 된 것이다. 중학교 교육까지는 받을수 있고 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이다. 의료 복지부분은 완전 사각지대다. 이들이 18세이상이 되면 사회로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할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군대도, 취직도, 대학진학도, 자격시험도 등등 이들에게는 전혀 해당이 안된다. 이유는 단 한가지, 주민등록번호(등록)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지가 굳고 성실히 노력해도 전혀 상관없다. 제가 만난 18세된 파기스탄 000은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겉은 파키스탄인인데 파키스탄 말도 못한다. 한국말뿐이 못한다. 한류문화로 자라났기에 불법체류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들이 이러니 부모도 똑같다. 결국 18세가 되어 사회로 나온 ‘미등록 아동들’이 할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보이스피싱, 마약, 갱, 환락가’ 등등에 빠지기 쉽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등록 아동들’은 자라면서 ‘소외감, 차별, 억울함, 무기력’ 등등의 체험들이 생생하다. 그 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 그들은 점점 사회적 적개심이 증폭되어 사회의 잠재적 위험요소들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정말 누구의 도움없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주고자 발족한 것이 ‘미등록 아동지원센터’다. 이들을 사회적 음지에서 사회적 양지로 끌어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해 주고 이들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취지다. 이 일은 ‘언론-여론(국민정서)-법제정’이 함께 움직여야 실타래가 풀린다. 그리고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저출산 부분’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두에 말씀드린 ‘물 밖의 물고기’라는 말은 ‘물고기가 물 밖에서는 꼼짝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바로 ‘미등록 아동들’이 그렇다. 그러나 모든 물고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등목어, 클라이밍 퍼치'를 통해서 알려 주었듯이,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미등록 아동‘이 되어 버린 그들, 자기의지와 노력이 있다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그들도 ’등목어, 클라이밍 퍼치‘가 될수 있도록 우리가 선한 사마리인이 되어 기도하고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하나님의 관심은 항상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들, 선한 사마리아인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미주크리스천신문 구독자들도 함께 기도를 부탁하는 의미로 오늘 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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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