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정신으로 모이는 총회가 되자

이동진 목사

(성화장로교회)

벌써 30년 전에 만난 제목이 꽤 유명한 소설이 있다.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93년 당시 한국사회는 아직 ‘여성’이라는 단어가 그리 편안하게 다루어질 때는 아니었다. 가부장적인 유교적 문화가 여전하던 당시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 차별과 억압과 보이지않는 사회적 폭력(?)들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당하고 눌리는 억울함이 여성들에게 있었다. 그 시대 속에 계속 그대로 있을 수 없지 않는가라는 제안을 작가는 소설로 외친 작품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도 충분히 홀로 설 수 있다’는 절규가 아니라 홀로 서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은 작가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소설은, 세 명의 여성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話者)로 등장해 마치 욥기의 구성처럼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혼여성으로 살아가는 혜완과 남편의 외도를 묵인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해가는 경혜 그리고 남편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지만 결국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영선이라는 세 여인을 통해 작가는 상황이 다 다르지만 각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면서, 작가는 열심히 산다고 잘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않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고단하고 불행한 세 여성들이 그 불합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사회의 부조리(不條理)때문이라고 풀어간다.

30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흟어보는데 다시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다.

“난 우리 연지한테 가르칠거야. 시집가서 남편 뒷바라지나 하라고. 더 이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언제나 제 몫은, 아무도 모르는 제 몫은 남겨 놓으라고. 근데 혜완아, 왜 이렇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모욕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녀 자신의 말대로 누구도 자신을 발닦개처럼 밟고 가도록 만들지 말아야 했다.”

물론 이 소설은 단지 여성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와 흐름에 대한 대비(對備)를 호소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쯤, 이런 대사와 독백을 통해 30년 후 독자들인 우리는 당시 질문에 대해 지혜로운 답을 해주는 사회를 이뤄내고 살아가고 있는지 여전히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그래서 불안한 이 시대를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불교의 수타니파타라는 법구경에 나온 말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진리를 찾아갈 때는 혼자서 묵묵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의 글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혼자서 가라’는 메시지 속에 오히려 ‘함께 대화하며 찾아가보자’는 권유를 담고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뿔이 양쪽에 2개씩 달린 짐승들과 다르게 코 한가운데 하나만 솟아있는 뿔을 가진 무소(인도 코뿔소)처럼 ‘혼자가라’는 역설적인 제목을 통해 작가는 오히려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함께 공동체’이다. 그래서, 노회라는 조직과 총회라는 조직을 통해 ‘모두 함께’ 복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총회가 모든 노회 소속 교회들이 ‘함께’ 모여 열린다. 어디에나 가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교회에 주신 정신은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올해 총회도 동참, 그 자체가 귀한 것이고, 그 귀한 또 한 페이지의 역사를 아름답게 기록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djlee7777@gmail.com

05.2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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